[리뷰] 팬데믹엔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을까? 넷플릭스'더 버블'

팬데믹 기간 영화 촬영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버블'

김지수 승인 2022.04.25 12:22 | 최종 수정 2022.04.27 12:54 의견 0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버블' 공식 포스터(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OTT뉴스=김지수 OTT 평론가]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업계가 피해를 봤지만 특히 영화계의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특성상 제작 일정이 계속해서 지연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우들은 자신의 얼굴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끼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020년 '미션 임파서블 7' 촬영장에서 배우 톰 크루즈가 방역 수칙을 어긴 스태프들에게 격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 알려지며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필자에게 하나의 궁금증을 던져줬다.

'마스크 없이 일해야 했던 배우들을 비롯한 업계 사람들은 팬데믹 기간동안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버블'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답은 바로 '버블'!

제작진이 영화 '클리프 비스트 6' 촬영을 위해 빌린 호텔(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

영화 '더 버블'은 블록버스터 영화 '클리프 비스트'의 시즌 6을 만들기 위해 모인 제작진과 배우진의 고군분투 촬영기를 담은 영화다.

이야기는 '클리프 비스트 6'을 찍기 위해 빌린 호텔 한 채에 배우진이 모이면서 시작된다.

"여긴 버블이에요. 성역이라고요. 이 안에서만 안전해요!"

여기서 '버블'은 팬데믹 신조어로, '방역에 안정성이 확보된 격리 공간'을 의미한다.

'클리프 비스트 6'의 제작진은 '버블'을 강조하며 모인 배우들을 호텔 방에 14일간 격리시킨다.

외로운 개인 격리를 마친 배우들은 그들만의 버블 파티를 통해 격리 해제를 자축하며 촬영에 돌입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순조로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철통 보안이라고 여겨졌던 버블 방역이 예상치 못하게 뚫려버리고, 배우진은 다시 14일간의 격리에 들어가야만 했던 것이다.

◆ 고립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고립으로 미쳐버린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샤이닝' 공식 포스터(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팬데믹 초반, 우리는 집에서 얌전히 달고나 커피를 만들며 격리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긴 격리를 경험한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립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을 것이다.

영화 '더 버블'을 보고 비수기의 빈 호텔을 지키다 미쳐버린 소설가를 조명한 영화 '샤이닝'이 충분히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본 연습과 갖가지 취미로 버블 생활을 잘 버티던 '클리프 비스트 6' 배우들이 격리 조치가 반복되고 3개월로 예정됐던 촬영이 무기한으로 연장되자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시나리오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마약을 즐기는 등 제작진과 싸우는 일이 잦아진다.

급기야 단체로 마약에 한껏 취한 채 찍은 춤 영상을 틱톡 웹 사이트에 올리기도 한다.

"배우는 짐승이에요. 우리는 사육사고요. 항상 연기가 훌륭했다고 칭찬해 주고요. 불안정한 인간들이라 계속 '우쭈쭈' 해줘야 해요"와 같은 제작진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제작진과 배우들 사이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틀어져 버린다.

끝내 배우진은 단체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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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촬영하는 동시에 작품의 수준을 미리 알게되지 않을까?

배우는 수많은 작품을 보는 전문가이자 소비자다. 그들은 대본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고, 연기하면서 촬영분을 볼 수도 있다.

졸작 시나리오에 거칠게 항의하는 '클리프 비스트 6'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이들처럼 작품의 몰락을 손 놓고 보고만 있지 않는 배우가 실제로 존재할까? 상상하게 된다.

◆ 블록버스터 배우는 도망에 '의외의' 재능이 있다

영화를 위해 활쏘기를 배우고 있는 모습(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

대부분의 단체 생활에 이탈자가 존재하듯이 영화계에도 일명 '빤쓰런'이 있는 듯하다.

'클리프 비스트 6'의 촬영 초반, 배우 한 명이 인내심의 바닥을 치고 촬영지를 빠르게 도망친다.

이에 제작진은 전문 가드 업체를 고용한다. 더 이상의 돌발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고용된 가드 업체는 은행이나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공중 레이저 센서를 호텔 주변에 설치하고, 배우들의 신체에는 위치 추적기를 부착한다.

제작진에 맞서 배우들은 블록버스터 액션 연기를 위해 배웠던 각종 기술들을 써먹으며 탈출을 감행한다.

이들은 자동차 위를 신나게 넘나들며 동시에 격투기, 활쏘기, 발 빠른 달리기 등 배웠던 기술 모두를 탈출에 적용한다.

그리고 끝내 이착륙만 간단히 배운 헬기 운전 기술로 감옥 같던 촬영장을 성공적으로 도망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팬데믹 시기, 영화계의 적나라한 모습과 묘한 기시감을 엿볼 수 있는 영화 '더 버블'은 넷플릭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3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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