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용두사미'의 전형, 넷플릭스 '야차'

넷플릭스 오리지널: '야차'

박정현 승인 2022.04.12 10:42 | 최종 수정 2022.04.13 14:41 의견 0
영화 '야차' 포스터(사진=다음영화). ⓒOTT뉴스


[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무수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 무얼 봐야 할지 고르기도 쉽지 않다.

필자는 그 와중에도 한 달에 한 편 정도는 꼭 넷플릭스에 업로드되는 '한국 콘텐츠' 신작을 보려고 노력한다.

넷플릭스가 택했다는 건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도 먹힌다는 이야기고, 무엇보다 소재 혹은 설정이 매력적이라는 의미니까.

이번에 선택한 영화 '야차'는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영화였다.

스토리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각국 스파이들의 격전지로 통하는 중국 선양에서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첩보액션물'이다.

스파이라는 말부터 매혹적인데, 낯선 땅에서 어두운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블랙팀이라... 미지의 세계를 엿보는 기분에 벌써 들뜨지 않는가.

거기다 FM스타일의 특별감찰 검사 한지훈(박해수 분)이 블랙팀을 감시하기 위해 중국 선양으로 파견됐다가 사건에 휘말린다는 구성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한지훈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협력하게 될 캐릭터로 블랙팀 리더 지강인(설경구 분)을 내세운 것도 영리한 선택이었다.

'야차'라는 별명처럼 야전에 능한 맹수 지강인과 원리원칙주의자인 한지훈은 사사건건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고, 갈등이란 가장 재밌는 요소가 되곤 한다.

자, 여기까지 보았을 때 설레는가?

더 이상의 리뷰를 읽지 말고 바로 넷플릭스로 가서 재생 버튼을 눌러보길 권한다.

● 넷플릭스 야차, "명절 때우기용 영화"…시청자 혹평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특별감찰 검사' 한지훈이 서로 마주보는 장면(사진=다음영화). ⓒOTT뉴스


이번 '야차' 리뷰는 장점부터 말하기로 했다. 왜냐고? 딱, 여기까지니까.

한 줄로 평하자면 "풍성하게 차린 밥상에 메인 요리는 없고 사이드 메뉴만 가득한데 그마저도 너무나 부실하다"라고 하겠다.

즉, 어디선가 본 듯한 요소들은 싹 다 짬뽕돼 있는데 정작 이런 첩보 영화에서 기대할 법한 주요 캐릭터간 치열한 갈등과 우정 또는 주인공 세력과 거대 세력간의 다툼이 너무나 밋밋하게 그려졌다는 소리다.

여기에 굳이 잘 만든 첩보 영화 예시를 주욱 나열하진 않겠다.

또한,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는 선상에서 필자가 딱 느낀 단점만 세 가지로 전달하련다.

첫째, 매혹적인 설정에 비해 주요 캐릭터를 제대로 구축해내지 못했다.

제목인 '야차'가 블랙팀 리더 지강인의 별명이기도 해서 필자는 분명 '무언가' 기대했다.

'야차'가 누구인가, 팔부신장(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수호신)의 하나로서 '잔혹한 귀신'의 이미지로도 통용된다.

잔혹무도하나 본인만의 '선'이 분명한 캐릭터로 그리지 않을까 기대했고, '야차'이면서 '위험한 인물'이라는 게 '사건'을 통해서 구체화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현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설경구가 자주 연기하는 딱 그런 캐릭터다.

죽은 팀원들을 위해 복수하고 홀로 걸어가는 지강인(사진=다음영화). ⓒOTT뉴스


뭔가 허술하나 임무는 확실하게 처리하며, 팀원들을 목숨처럼 아끼는 잔정 어린 카리스마... 하지만 '야차'라기엔 너무나 약하다.

그가 '야차'라는 건 사건을 통해 한 번에 각인시켜야 하는데 여러 인물의 대사를 통해 '설명'될 뿐이며, 액션씬 역시 많긴 한데 매력적으로는 표현되지 않아 '야차'의 이미지는 갈수록 약해졌다.

특히 큰 문제는 그가 대립각을 세워야 마땅한 한지훈과 딱히 싸우지도 않고, 그를 대할 때만은 기이하리만큼 순한 양이 된다는 데 있다.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싸워야 할 적이 있는데 그들 사이 대립을 보여주기엔 러닝타임이 많이 남지 않았던 이유일까.

이 영화는 한지훈이 FM스타일이며 원리원칙주의자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 그가 대기업을 수사하다가 한직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너무도 길게 보여줬다.

소시민을 어필하기 위함인지 그를 국밥집 아들로 표현해서 가족 간의 대화를 담는데 또 시간을 낭비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딪히는 사건을 통해서 각각의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고로, 캐릭터 구축에 실패한 한지훈은 '질문봇'이자 '민폐 캐릭터'가 됐고, 지강인은 '야차'라기엔 자애로운 '불사조(절대 죽지 않는다...)'가 돼 매혹은 어느새 실종돼 버린다.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하는 한지훈(사진=다음영화). ⓒOTT뉴스


둘째, 무언가 있을 것 같았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적이 매력적이지 않다.

주인공 세력만큼이나 매력적으로 그려져야 하는 게 '적'인데 여기선 일단 '적'이 누구인지도 초반부에 드러나지 않는다.

처음엔 대기업처럼 보였다가 다음엔 북한, 그다음엔 일본으로 바뀌며 결론적으로는 이 모든 적들이 하나의 세력 하에 있었다는 게 보여지지만 그 자체가 매력이 없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간략하게만 말하자면 이 영화 '최대 빌런'으로 그려지는 '그 사람'이 대체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적이 '그것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야만 그 '행동'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주인공 세력의 대응 역시 파워가 살아나는데 이 영화 속 '최대 빌런'은 그저 우아하고 돈이 많다.

배우들은 참으로 열연하며 싸우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나는 자꾸만 그들에게서 멀어지는 기분이랄까... 씁쓸할 뿐이다.

이는 '최대 빌런' 뿐 아니라 각각의 상황 속에서 '적'으로 표현되는 대기업과 북한 역시 마찬가지라서 애석하게도 볼거리 화려하게 팡팡 터지는 액션씬도 흥미롭지 않았다.

총과 폭탄을 활용한 액션씬이 많아서 돈 꽤나 들었을 것 같긴 한데 적재적소에 사용된 느낌은 아니다.

주인공 세력 안에서의 갈등, 주인공 세력과 적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지다가 빵! 터질 때마다 액션씬이 나와야 관객의 마음에도 폭탄을 터트릴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열 마디의 설명보다 한 번 보는 게 이해가 빠르니 지금 바로 넷플릭스로 넘어가서 재생 버튼을 꾹 눌러도 좋다.

셋째, 너무도 '평면적'이고 불필요한 인물이 많다.

극의 전개를 돕거나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이런 느낌의 영화에서는 이런 캐릭터는 나오니까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넣은 듯한 캐릭터가 많이 보인다.

'야차' 곁엔 외로움을 위로해 주는 여성 캐릭터가 있는데 그들은 야릇한 무드로 연출되고, 정의의 검사 곁에는 소시민적인 가족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어느 시점엔 상당히 허술해 보였는데 뒤통수치는 캐릭터 하나쯤 넣어주고... 이런 식이다.

너무 익숙해서 예상 가능하다.

캐릭터가 평면적이니 대사도 재미없고, 이들이 나오는 장면들은 그저 곁다리처럼 느껴질 뿐이다.

곁다리가 만들어낸 불필요한 장면이나 스토리에서 보이는 여러 구멍, 실소를 부르는 결말은 더 말하지 않겠다.

이 이상 말하면 영화 스토리를 전부 다 샅샅이 헤집어봐야하기 때문이며, 이 영화가 비록 '망작'이긴 하나 한 번쯤은 봤으면 하는 필자의 사심어린 마음에서다.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로 한국 콘텐츠가 뻗어나가고 있는 때일수록 냉철하게 우리 콘텐츠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만 한다.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똑똑한 관객이, 시청자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걸 주지시켜야만 하니까.

뭐, 굳이 이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어도 좋다.

소재와 캐릭터 설정이 좋았기에 넷플릭스를 홀렸고, 플랫폼 내에서 인기 콘텐츠가 되었으나 결국 용두사미가 된 이 영화 '야차'. 하루 정도 가볍게 시간 내서 보고, 당신만의 리뷰를 기록해보도록.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3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5.2

* 평점 코멘트: 연기력은 특출나다 할 만한 사람이 없고, 온전히 그 캐릭터가 되지도 못했는데 이는 연기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캐릭터 설정이 빈약해서다. 스토리엔 구멍이 많고 그에 따라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음악이나 미술은 인상 깊은 부분 없이 평이하며 촬영 역시 평이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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