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감독 조은지·배우 류승룡 환상의 만남 <장르만 로맨스>

넷플릭스ㆍ웨이브: <장르만 로맨스>

서보원 승인 2022.02.24 15:44 | 최종 수정 2022.02.25 11:34 의견 0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진 현이와 순모네 식구들(사진=다음영화).


[OTT뉴스=서보원 OTT 2기 리뷰어]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가는 그 어떤 누구도 재단하거나, 폄하할 수 없고 단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하느냐, 아니냐.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 그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 <장르만 로맨스> 中 '현'의 대사

내용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로맨스란 장르를 곁들인.

바로 배우이자 감독 조은지의 장편 연출 데뷔작, <장르만 로맨스>다.

◆ 복잡하고 씁쓸하게 얽혀있는 네 커플

영화는 네 커플의 스토리라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간략히 요약해보겠다.

장르만 로맨스> 인물 관계도(사진=다음영화).


1. 이혼했지만 아들 성경(성유빈 분)으로 인해 아직도 만나는 미애(오나라 분)와 현(류승룡 분).

2. 그런 미애는 현과 30년 지기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순모(김희원 분)와 비밀 연애를 하고 있다.

3. 또 현은 본인을 보고 "사랑한다"말하는 대학교 제자 유진(무진성 분)의 작품을 얼떨결에 봤는데 감탄하고 말았다.

4. 고등학생인 성경은 정신없는 가족 관계 사이에서 옆집 여자 정원(이유영 분)과 어울리며 일탈과 사랑을 동시에 꿈꾼다.

현은 바람까지 피워가며 이혼을 했지만 기러기 아빠로 살면서 가끔 전부인인 미애와 바람에 바람을 피우기도 했는데 이를 아들 성경이 알아버린다.

미애는 순모와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나지만 어느 순간 서로의 관계에 부딪혀 미애가 순모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차단한다.

현은 모두의 존경을 받는 작가였지만 7년간 집필하지 못했는데 유진에게 영감을 받으며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공동 작업을 시작한다.

성경은 갑작스러운 이별과 콩가루 같은 가족 관계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찰나, 스스럼없이 다가온 정원 때문에 사랑에 눈 뜨기 직전이다.

이 네 커플은 각자 갈등 요소를 갖고 있는데 어느 순간 이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모두가 뒤엉키게 된다.

이를테면 현과 미애의 관계를 성경이 순모에게 일러바친다거나, 유진과 모종의 관계였던 남진(오정세 분)이 유진을 강제적으로 커밍아웃시켜 현과 유진의 관계를 오해하게 만드는 식이다.

실타래처럼 꼬인 관계는 어느 순간 끝을 맞이하는데 어느 때는 달지만 대부분은 쓴맛이다.

현은 미애와의 잘못된 관계를 알아버린 본처(류현경 분)로 인해 이혼 절차를 밟으며 전처와도, 본처와도 끝을 맞이한다.

반면 미애는 순모의 눈물 끝에 다시금 관계를 개선해 보려 노력한다.

유진은 언론과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현과의 연락도 끊고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홀연히 떠나버린다.

성경은 정원에게 고백하려는 순간 정원의 남편이 등장해 본의 아니게 몰매를 맞는다.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관계가 마무리됐지만 우연찮게 현은 차기 작품을 위해 떠난 여행길에서 유진을 만나 심심하게 웃는다.

현(오른쪽)을 좋아하는 유진(왼쪽)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다(사진=다음영화).


◆ 개성은 살리되 잘 스며드는 '소맥'처럼

다양한 관계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물 흐르듯 진행된다.

한 공간에 있는 두 배우가 서로 다른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지만 배우들은 연속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시간 차를 두고 연기한다.

이런 연출은 마치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덕분에 관객들은 등장인물의 서사에 집중하게 되고 그들의 캐릭터성을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바람과 불륜으로 두 가정을 파탄 낸 현과 성소수자인 유진은 어떤 관객에게는 불편하게 보일 수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인물들의 궁상맞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면 얄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다.

◆ 신인 감독과 신인 작가의 환상의 짝짜꿍

조은지 감독(오른쪽)은 <장르만 로맨스>가 장편영화 데뷔작이다(사진=다음영화).


첫 장편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조은지 감독은 사실 배우다.

<달콤, 살벌한 연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통해 스크린에 등장했던 조은지 감독은 단편 영화 <2박 3일>을 통해 2017년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더니 장편 영화 데뷔전도 훌륭하게 해냈다.

배우 출신 감독답게, 다소 정신없을 수 있는 <장르만 로맨스> 속 등장인물들의 역할과 개성을 보기 좋게 다듬어냈다.

은근슬쩍 흘리는 복선과 독특하고 재밌는 대사는 김나들 작가의 돋보이는 장점이다.

학원 강사였던 김나들 작가는 <장르만 로맨스> 시나리오를 통해 2015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 시나리오마켓 2분기 우수작을 수상했고, 조은지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냈다.

본래 영화의 가제는 <입술은 안돼요>였는데 조금 더 '관계'에 집중해서인지 <장르만 로맨스>라는 제목으로 개봉하게 됐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류승룡 표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관람 후에는 "감독이 누구야?" 혹은 "작가가 누구야?"라는 말이 나오게끔 신선하고 유쾌하게 웃음을 선사한다.

<장르만 로맨스>는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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