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정현 OTT 2기 리뷰어]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의 마음도 읽을 수 없는 게 사람이다.
하물며 타인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생명마저 빼앗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여기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 연쇄살인범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드라마는 실제 프로파일러였던 권일용 교수와 고나무 기자가 공동 집필한 동명의 논픽션 르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범죄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이 도입된 태동기를 배경으로 하고 실제 벌어졌던 성범죄,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이야기라 좀 더 사실적으로 스며든다.
범죄자들의 마음을 읽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프로파일러(profiler)'라고 부른다.
지금이야 영화, 드라마, 방송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직업이지만, 국내에서 범죄자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로써는 아주 생소하고 낯선 수사 방식이었을 것이다.
동기 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기에 프로파일링은 범행 현장의 증거나 범행 패턴 등을 심리학과 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범인의 성격이나 특성, 행동 양태 등을 추론해 그들을 잡는 데 기여했다.
그렇다면 악의 정점에 선 범죄자들을 면담하며 그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프로파일러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드라마 속 인물을 통해 살펴보자.
우선 드라마 속 프로파일러 송하영(김남길 분)은 늘 무표정에 감정이 없어 보인다.
그런 모습은 그가 범죄자들과 대면할 때 더욱 부각된다.
사람들은 이게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인간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인물이다.
단지 그 감정을 드러냈을 때 남들의 반응이 자신의 감정과 같지 않기에 숨기고 있을 뿐.
감식계장이었던 국영수(진선규 분)는 송하영이 남들보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고 사건을 객관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송하영에게 프로파일러가 지녀야 할 자질을 다 갖췄다며 프로파일러를 제안했다.
그렇게 신설된 범죄행동분석팀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죄자들을 면담하고 범행 동기와 심리를 파악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다른가?
송하영이 범죄자와의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불우했던 과거사가 종종 드러나는데 그런 과거는 범죄를 저지른 동기로 발현되기도 한다.
이는 자칫 범죄자에 대한 서사 부여로 비칠 수 있다.
내연녀를 살해한 장득호(이종윤 분)에게 송하영이 죄책감이 없었냐고 묻자 그는 오히려 "형사님도 여차하면 괴물이 될 수 있다"라며 합리화한다.
그런 장득호에게 송하영은 "죄책감과 살인을 동급으로 치면 안 되지. 그게 당신 같은 악마와 인간의 차이다. 엄청난 범죄행위를 도덕성과 동급으로 여기는 끔찍한 발상"이라고 받아친다.
이는 제작진들이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들의 과거가 어떠했든 그 어떤 이유에서도 그들의 범죄가 합리화될 수 없다.
우리가 그들처럼 악마가 되지 않는 이유는 '한 끗' 차이라는 도덕성에서 '선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을 보듬어주다
송하영은 신입 통계분석관 정우주(려운 분)가 폼이 나서 범죄행동분석팀에 지원하게 됐다는 말에 장님 등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어두운 밤길 다른 사람이 그 등불을 보고 부딪혀 넘어지지 말라고,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길을 밝히는 거예요. 범죄를 맞닥뜨리는 일은 그런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듭니다"라고 말한다.
각 사건이 끝날 때마다 남몰래 유족들을 찾아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속으로 슬퍼하는 송하영의 모습에서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살아난다.
범죄자들의 잔혹한 살인 수법에 경악하지만, 세상 어딘가에 송하영같이 남을 위해 등불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사람들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담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웨이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 바로가기
◆ OTT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7
→ 평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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