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지연 OTT 평론가]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한 웹 예능 <머니게임>은 화제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TV 콘텐츠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큰 스케일의 예능을 유튜버가 기획했다는 점이 새로웠고, 숨겨진 인간성을 본다는 기획 의도에 맞게 자극적인 장면들이 계속됐다.
동명의 웹툰을 실사화한 웹 예능 <머니게임>은 총상금 4억 8천만 원을 두고 8명의 참가자들이 14일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한다.
기본적인 물, 음식부터 변기까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은 인터폰을 통해 주문해야 하는데, 모든 물건은 100배의 물가가 적용되고 사용 금액은 상금에서 차감된다.
◆ 기발하지만 허술한 설계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설정 자체는 매력적이나 <머니게임>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내용과 허술함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출연진들의 과한 감정싸움은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긴장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14일의 일정 중 전략을 짜고 본격적인 플레이가 시작되는 8일 차 이후의 분량이 총 8회 중 7회, 8회 두 회차에 불과한 것도 <머니게임>의 한계를 드러낸다.
과한 설정에 힘이 들어간 시작에 비해 주먹구구식으로 마무리되는 후반부에 아쉬움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돈이 절실한 일반인 참가자들, 혹은 엘리트 참가자들의 전략적인 두뇌 싸움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 <피의 게임>, 더 정교해진 게임 설계
이러한 <머니게임>의 결함을 보완한 프로그램이 <피의 게임>이다.
마찬가지로 진용진이 기획했지만 MBC와 손을 잡고 TV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인지 <머니게임>보다 여러 면에서 더 정돈된 느낌이 강하다.
여전히 빛나는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다.
<피의 게임>은 '피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10인의 참가자 중 최후의 1인은 최대 상금 3억 원을 차지한다.
매일 한 번의 머니 챌린지가 진행되며 탈락자는 머니 챌린지가 종료된 후 참가자들 사이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른 서바이벌 게임과의 차별점이 없으나, <피의 게임>에서 탈락된 참가자들은 저택의 지하에서 몰래 생활하며 다시 지상층으로 올라갈 기회를 노린다.
영화 <기생충>을 서바이벌 게임 예능으로 만든 셈이다.
지상층의 플레이어들이 놀고먹을 때 지하층에서 열심히 일을 해도 보유 금액의 역전이 불가능한 모습들은 자본주의 계급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보는 듯하다.
또한 지하실 내부에서도 자연스럽게 계급이 나뉘고 새로운 사회를 형성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은 계급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해 매우 흥미롭다.
특히 <머니게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MC들의 존재다.
<머니게임>에선 참가자들 사이의 연합과 배신이 정신없이 흘러가서 산만했던 상황들을 <피의 게임>에선 서바이벌에 익숙한 MC들이 정리를 해주고 플레이어들을 분석해주기 때문에 더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 투표로 이루어지는 탈락자 선정 방식의 한계
하지만 <피의 게임>의 게임 설계에서도 아쉬움은 여전하다.
진용진이 설계한 게임의 대표적 특징은 탈락자를 정하는 방식이 내부 투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피의 게임>에서는 탈락 면제권을 획득할 수 있는 머니 챌린지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투표가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서바이벌에서 투표의 영향력이 가장 커지는 순간 게임은 두뇌싸움보다는 단순한 머릿수 싸움으로 변질된다.
무엇보다 똑똑하게 전략을 사용해 플레이를 잘하는 플레이어일수록 참가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경계의 대상이 되어 가장 먼저 탈락 위기에 놓인다.
<머니게임>에서 유일하게 능동적인 플레이를 꾀했던 공혁준이 배신자로 몰리며 1순위 처단 대상이 된 것, <피의 게임>에서 서바이벌 경험이 있는 최연승이 경계의 대상으로 몰려 일찍 탈락을 맛보는 것 등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피의 게임>에선 탈락자들이 지하층에서 재기를 노리는 설정으로 이를 보완하긴 했지만, 능력이 좋은 플레이어의 이른 탈락은 콘텐츠의 긴장감을 무너뜨리고 시청자들을 김빠지게 만든다.
허술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진용진의 게임들 <머니게임>은 유튜브에서, <피의 게임>은 웨이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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