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 박다희 OTT 평론가] 웨이브 오리지널 <피의 게임>과 가상의 전염병을 소재로 한 티빙 오리지널 <해피니스>.
<피의 게임>은 최후의 1인을 가리기 위한 생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고, <해피니스>는 전염병으로 아파트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라는 점에서 두 콘텐츠 모두 '생존'을 위한 인간의 고군분투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본 기획에서는 서로 다른 두 콘텐츠 속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인간들의 모습을 짚어보려 한다.
◆ 계급과 서열의 생성, <피의 게임>
무한 경쟁 속 최후의 1인을 가리기 위한 참가자들의 사투를 보여주는 생존 서바이벌 <피의 게임>.
매일 한 명씩 탈락자가 발생하지만, 최종 탈락이 아니라 지하실에 머물며 재기를 꿈꿔볼 수 있다는 설정이 이 프로그램의 반전 요소로 작용하며 흥미를 더한다.
이 때문에 치열한 두뇌 싸움 및 심리전이 펼쳐지는 지상층의 '머니 챌린지' 외에, 지하실 식구들의 눈물겨운 생활고 적응기와 챌린지 게임에 점점 더 강력한 변수로 작용해 나갈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간다.
이 와중에 지난 4회에서는 1, 2, 3회 탈락자들이 아직 누군지 모르는 4회 탈락자에 대한 불안과 견제의 뜻을 내비치며 그들만의 새로운 룰과 질서를 만들어 일종의 계급을 구축해가는 모습이 담겼다.
그들이 만든 규칙에 따르면, 입실 순서에 따라 계급제가 이뤄지며 창구거래를 포함한 모든 소통은 상위 계층을 거쳐 1회 탈락자인 방장(역시 자신들이 만들어낸 개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히 모든 창구거래가 방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룰을 이용해 그들은 '정보'를 독점하고 차익을 남기려 한다.
즉, 실제로는 피자박스 15개를 접어 구매 가능한 칫솔을 30개를 접어야 한다고 속인 뒤 15개의 마진을 남겨 각자의 부를 축적하려는 것이다.
자신들보다 늦게 들어온 자가 비슷해지는 걸 원치 않는다며 그들은 며칠간 축적한 '정보'를 무기로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하위 계급을 만들어냈다.
거짓, 기만, 그리고 분명한 '착취'의 형태를 띠지만 과연 그들의 행동을 도덕젓 잣대로 비난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이 프로그램은 대놓고 불합리, 불공정을 컨셉으로 내세웠으며 남을 밟아야만 내가 사는 생존경쟁 속 개인의 안위를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런 식으로 인간의 계급 사회가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패널들의 말처럼 지하실, 즉 하위 계급에서 자행되는 또 다른 착취의 모습은 인간의 원초적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납득이 간다.
이와 비슷하게 생존경쟁이 야기하는 차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
◆ 최하층은 될 수 없어, <해피니스>
<해피니스>는 코로나19 이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광인병'이라는 신종 전염병이 발생된 직후의 모습을 다룬다.
전염병으로 봉쇄된 아파트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과 생존을 위한 심리전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특히 이 작품은 사람들의 욕망이 투영된 곳이자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기도 한 '아파트'를 주 무대로 고층의 일반분양과 저층의 임대주택 간의 차별을 현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일반과 임대 사이의 방화벽을 벽돌로 막아두거나, 지하 헬스클럽 이용에 제한을 두는 식의 눈에 보이는 차별보다 더 눈길을 끄는 지점이 있다.
바로 입주 청소 부부의 모습이 그것인데, 이들은 청소 의뢰를 받고 업무차 왔다가 아파트가 갑자기 봉쇄되는 바람에 입주자들과 함께 아파트 내에 고립된다.
봉쇄가 풀릴 때까지 임시로 2층 빈집에 머물게 된 그들은 다른 주민들이 나눠주는 생필품에 고마워 어찌할 바를 모르며 봉쇄가 풀린 뒤 집안 청소를 싹 해주겠다며 너스레를 떨기까지 한다.
그러나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혹시라도 감염자들이 침입할 경우 2층이 가장 위험할 거라 생각한 부부는 자신들이 입주 청소를 했던 12층 빈 집으로 거처를 옮기겠다 양해를 구하지만 동대표를 비롯 입주자들은 법적 논리까지 들먹이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거기다 '경비견' 소리까지 들으며 자신들에 대한 입주민들의 시선을 인지한 그들은 다시 2층으로 돌아가지만, 그때부터 이제껏 함께 지내온 아파트 청소 용역 아주머니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
자신들이 마트에서 털어 온 식량을 제공받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며 생색내는 것을 넘어 자신들도 임시로 빌려 쓰고 있는 2층 집을 청소하라며 면박을 주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청소원 아주머니가 짐을 싸 지하의 직원 휴게실로 나가자 이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기에 이른다.
이처럼 충분치 않은 식량과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당한 무시와 차별을 자신들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피의 게임> 속 지하실 멤버들이 '정보'를 무기로 계급을 만들어냈다면, <해피니스> 속 입주 청소 부부는 자신들이 마트에서 털어 온 '식량'을 무기로 그들이 생각하는 최약체로부터 자신들의 우위를 확인받고 있었다.
약할수록 살아남기 어려운 생존경쟁에서 그들은 본능적으로 최하층이 되는 것을 거부하기 위해 자신들 밑에 또 다른 약자 계층을 두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과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엿보이는 지점이 현실적인 몰입을 더하면서도 묘한 찝찝함이 동반된다.
과연 <피의 게임>의 지하실과 <해피니스> 속 아파트 2층이 어떤 최후를 맞게 될지 궁금하다면, <피의 게임>은 웨이브에서 <해피니스>는 티빙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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