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옥> : 지옥에 가는 당신, 모두 유죄인가?

넷플릭스: <지옥>

강은정 승인 2021.11.24 11:31 | 최종 수정 2021.12.05 16:25 의견 0
넷플릭스 <지옥>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OTT뉴스=강은정 OTT 평론가] <부산행>, <반도> 등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다지는데 성공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이 지난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K-좀비 열풍을 불러 일으키기 전, 세상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와 궤를 함께하고 있는 이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려 한다.

지옥행 고지를 받은 남성이 시연(지옥사자들에 의해 지옥에 가는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 살인인가, 천벌인가?

평화로운 일상에 갑작스럽운 지옥의 사자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에게 예고 없이 등장해 몇날 몇시에 지옥에 가게 될지 예언하는 천사의 등장과 함께, 그것을 이행하는 지옥사자들이 나타나자 세상은 곧 혼란에 빠지고 만다.

신흥 종교단체인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유아인 분)는 이 현상을 사람을 더욱 정의롭게 만들고자 하는 신의 의도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며칠 전 지옥행 선고를 받은 두 아이의 엄마 박정자(김신록 분)가 지옥에 가는 과정을 생중계하려 한다.

지옥행 판결이 예정된 이 여성은 정말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었을까?

지옥행이 예정된 날짜와 시간, 박정자는 무수히 많은 대중들의 앞에서 죽는다.

사람들은 그때 깨닫는다.

이 모든 상황은 현실이고, 자신도 착하게 살지 않으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더 잔인한 생각이 그들의 뇌리에 박히고 만다.

지옥에 가게 되는 사람은 분명 천인공노할 '죄인'일 것이라고.

지옥행 예고인 '고지'를 내리는 천사(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 그릇된 신념이 지배하는 이곳이 '지옥'

사실 이 모든 현실은 신의 의도가 아닌, 일종의 재해에 가깝다.

20년 전 처음 고지를 받고 자신이 지옥에 가게 된다는 예언을 들었던 정진수는 자신이 연필 한 자루 조차 훔친 적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죄없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지옥에 가고, 무차별한 폭력과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그는 세상이 아비규환이 돼버릴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새진리회를 설립하고, 사람들의 눈을 가리며 그들을 다독인다.

이 모든 지옥같은 현실은 신의 징벌이고, 우리는 정의롭게 살 것이니 안심하라고.

그러나 그의 그런 노력들은 결국 이 현실을 더한 지옥으로 만들 뿐이다.

정진수는 고지와 시연이 모두 죄를 지은 사람을 신이 지옥으로 데려가는 심판이라 강조하지만, 새진리회가 전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거대한 종교단체가 돼버리자 대한민국은 지옥 그 자체가 된다.

고지를 받고 시연을 당하는 사람들을 모두 죄인이라 칭하고, 그 가족들 역시 혐오의 대상이 돼버린다.

새진리회를 광적으로 따르는 광신도 집단 '화살촉'까지 등장하며 그들은 단죄라는 이름의 폭력을 행사한다.

<지옥>은 그릇된 신념이 지배하는 사회가 얼마나 지옥같이 변모할 수 있는지 가감없이 보여준다.

지옥사자들의 등장에 경악하는 시민들.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지옥>은 불편한 작품이다.

인간들의 광기와 처절한 믿음, 기진맥진하기까지한 지옥사자들의 폭력까지.

이 드라마는 분명 '불편'이라는 감정을 자극하는 작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불편함이라는 감정으로 현실을 더욱 명확하게 비춘다.

불확실하고 비예측적인 재앙 앞에서 인간이 자신만의 선택과 믿음을 포기했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사자들의 초자연적 현상과 신흥 종교단체에 대한 진실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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