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옥' 어색한 CG, 깨지는 몰입 "흥행 얼마나 갈지"

소재는 훌륭했지만 '디스토피아' 세계 와닿지 않아
묘한 삼류의 향기를 품어내는 CG와 연출

편슬기 승인 2021.11.22 16:26 | 최종 수정 2021.11.22 16:31 의견 0
넷플릭스 '지옥' 새진리회 초대 의장 '정진수(유아인 분)'(사진=넷플릭스).


어느 날 천사가 나타나 당신의 사망을 고지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저승사자들이 당신을 지옥으로 끌고 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지옥'이 드디어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3년과 2005년 연상호 감독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 2부작을 원작으로, 웹툰 '지옥'을 거쳐 드라마로 제작된 '지옥'은 앞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의 '기대감'을 업고 공개 첫날부터 28개국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옥' CG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사진=네이버캡쳐).


■실체가 명확해진 사후세계...소재는 훌륭했다

삶과 죽음, 천국과 지옥 등 죽음 이후의 세계의 진위 여부는 오랜 세월 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지만 실체와 시기가 모호한 만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의 무의식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은 연상호 감독에 의해 살과 뼈를 얻고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서 태어나게 됐다.

사망 시각을 알리는 '천사'와 이를 실행하는 세 명의 '저승사자'는 그 자체로 신이 존재하며 천국과 지옥이 있음을 알리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된다.

이들의 출현은 '지옥'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원동력이 되는 장치적 역할을 맡고 있다.

저승사자의 외형이 공포감을 주긴커녕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모습에서 아쉬움이 발생한다. 흡사 폐타이어로 만든 것 같은 모습은 지옥 방영 이틀 만에 시청자들로부터 '고릴라 3형제'라는 귀여운 애칭을 얻었다.

지옥행을 집행하는 과정이 잔인한 이유도 그 때문일까? 처참히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엉성한 CG, 맞지 않는 액션의 합과 섞여 묘한 삼류의 향기를 풍긴다.

아무리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기 위한 장치적 요소에 불과하다곤 하나 진짜 '지옥'을 담고자 했다면 좀 더 고뇌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집행을 마치고 다른 공간으로 사라지는 연출도 웃겼다. 육중한 덩치로 쿵쾅쿵쾅 뛰어가는 저승사자의 모습은 뜀박질을 막 시작한 아이의 뒤뚱거리는 몸짓이 연상된다.

이러한 사소한 점 하나하나가 극의 몰입을 깨트리고 나아가선 작품성을 뿌리째 흔드는 위협이 될 수 있다. CG에 대한 아쉬움은 이미 해외 시청자들도 숱하게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다.

고지 시연을 앞둔 박진자(김신록 분)(사진=넷플릭스).


■지옥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작 중 주목할 것은 '사후세계'가 존재하고 죄지은 자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지점이다.

일찍이 천사와 저승사자의 존재를 알려왔던 새진리회의 초대의장 정진수(유아인 분)가 위험을 무릅쓰고 '선'을 행했던 이유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가 끊임없이 전했던 '너희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는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결정적 대사다.

죄인은 지옥에 가게 된다. 그렇다면 아직 지옥행 선고를 받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감독은 이 질문에 새진리회를 광적으로 떠받드는 '화살촉' 집단을 답으로 제시한다.

그들은 신의 의도를 무시하고, 의심하고, 믿지 않는 자들에게 직접 단죄를 내리면서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의 이름 아래라는 미명 아래 집단적 광기가 휘몰아치는 모습, 현대 사회를 유지해 온 이성을 단번에 씹어 삼키는 집단의 비이성적 분노는 디스토피아 물에서 빠지지 않고 표현되는 요소다.

그런데 과연 극 중에서 묘사된 화살촉 일원을 '집단'이라 하기엔 규모가 작다.

지옥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친숙하고 평범한 인상의. 어제까지만 해도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넨 여고생이 하루아침에 죄인을 단죄한다며 식칼을 들고 달려든다면? 낙엽을 빗질하던 경비원 할아버지가 고지를 받자 아파트 주민들이 밤중에 경비실을 찾아와 밖으로 쫓아내는 모습은 어떤가?

우리는 내 삶과 가장 가까운 일상이 한 끗 차이로 뒤틀릴 때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

죄인을 색출해 내기 위해 서로를 감시하는 수많은 눈길들, 사망 선고를 받은 이들을 먼저 처단해 죄 값을 덜겠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또 다른 죄인, 신을 만나러 천국으로 떠나겠다는 단체 행동을 취하는 광신도들 없는 연상호의 지옥은 현실과 별다를 바 없다.

지옥 공개 이전부터 숱하게 언급한 '혼란한 세상', '현실 속 또 하나의 지옥도' 등의 표현이 와닿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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