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 와인처럼 성숙해지는 청년들의 이야기

티빙ㆍ왓챠ㆍ넷플릭스 :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황세림 승인 2021.11.05 17:2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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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수확시기를 고민하는 삼남매. 사진 다음영화 포토

[OTT뉴스=황세림 OTT 평론가]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며 '홈술족'과 '홈파티'가 늘자 와인 판매량이 급증했다.

와인매장에 가야 구매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소주, 맥주처럼 편의점에서 와인을 판매한다.

'와인'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아지고 청년층의 관심이 늘어난 만큼 고급화 전략이 아닌 대중적인 마케팅으로 승부를 띄우는 추세인 것 같다.

가을은 '와인'의 계절이라고 하니 와인에 대해 다룬 영화 한 편을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2017년 개봉되었던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을 리뷰해볼까 한다.

해당 작품은 티빙, 왓챠,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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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남겨둔 와인을 테스팅하는 삼남매, 사진 다음 영화 포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여동생의 연락으로 호주에서 포도밭을 운영하던 장(피오 마르마이 분)은 10년 만에 부르고뉴로 돌아온다.

고향의 가족들은 장을 환영해주는 듯하지만, 오랜 기간에 연락이 되지 않았던 장에게 막내동생 제레미(프랑수와 시빌 분)는 날선 이야기를 쏟아내고, 장이 없는 동안 10년 동안 부르고뉴의 포도밭을 운영하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여동생 줄리엣(아나 지라르도 분)은 자신의 자리까지 해내고 있다.

하물며 아버지는 유언으로 포도밭을 삼남매의 공동소유로 남겨두는데, 삼남매는 10년의 갈등을 풀어내고 포도밭을 일궈나갈 수 있을까.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영화이다.

개인적인 감상 포인트를 몇 가지 소개해보겠다.

◆ 밀도 높은 가족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삼 남매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돌아가신 어머니, 병환이 깊어진 아버지를 두고 오직 삼 남매의 힘으로 포도를 수확하고 화인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영화의 장점은 단순히 가족을 배경으로 둔 가족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와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형제간의 갈등을 보여주고 인물들의 특성을 어린 시절 3남매를 대했던 부모님의 태도와 환경 등을 번갈아 보여주며 각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 초반 삼 남매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가르쳐주는 모습에서 이런 부분을 볼 수 있는데 와인너리에 재능이 있어 칭찬받는 둘째 줄리엣, 모든 질문에 엄하게 혼나며 의기소침한 장, 잘하지 못해도 사랑받는 막내 제레미의 모습은 성인이 된 삼 남매의 캐릭터 와 맞물린다.

여기에 장이 떠났던 10년의 시간 동안 내재하여있던 복합적인 감정들이 표출되며 삼 남매는 서로 부딪히고 위로하고, 사과한다.

후반부에서는 형제의 갈등을 넘어 부모와 자식간의 상처와 이해의 과정을 다룬다.

장은 자신의 아이를 재우며,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찾게되고, 그제서야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받았던 사랑을 체감한다.

신파로 얼룩진 가족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겪고 있지만 남에게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가족의 속사정들을 끄집어내는 사실적인 영화는 불편한 만큼 더 크게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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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프님에서 보여주는 부르고뉴 포도밭의 사계절 풍경. 사진 다음 영화 포토

◆ 광활한 포도밭과 와인의 향연

포도밭의 사계절로 시작하는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제목처럼 포도밭을 통해 일생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오프닝에서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의 최대 장점이자 강점은 속이 트이는 넓은 포도밭을 보며 힐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이 부르고뉴에 도착한 뒤, 1년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는 1년 동안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포도밭과 쨍한 색감의 트랙터들을 교차로 보여준다.

이에 부르고뉴의 집은 빈티지 벽지와 허름해 보이지만 아늑한 구조를 이루며 눈이 즐거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푸른 포도밭에서 포도가 영글고, 단풍빛이 지나고 나면 하얀 눈이 포도밭을 덮어둔다.

그 광경이 마치 그림 같아서 부르고뉴로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결말 또한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적 허용에 묻혀 극단적인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 영화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엄청난 변화와 계기가 아닌 외적으로는 전과 같지만 1년이 지난 삼남매의 내면은 잘 익어진 포도알처럼 유연하고 여유롭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제목을 그대로 옮겨둔 영화이다.

부르고뉴라는 고향에서 와인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돌아보고 극복해나간다.

여기에 프랑스 영화가 풍기는 이국적인 억양의 매력도 포도밭 풍경에 감성을 더한다.

잘 만든 가족영화, 잘 만든 와인 영화로 추워지는 계절을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

미리 와인 한 병을 준비해두길 추천한다. 자칫하면 영화 중간에 뛰져나가 와인을 사게 될지도!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 바로가기(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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