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백지현 OTT 1기 리뷰어] D.P.는 탈영병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다.
군인 잡는 군인이라니, 드라마에서는 굉장히 낯선 소재이다.
뿐만 아니라 연출과 플롯 구성 등 극적 완성도도 높아서 그런지, 작성 시점 기준 대한민국 콘텐츠 순위 1위이다.
많은 셀링 포인트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심도깊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 기사에서는 <D.P.>가 필자에게 남긴 세 가지의 질문을 소개하려 한다.
▶ 탈영병이 아니라 탈영병 잡는 군인에 감정이입 할 수 있는가
군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통 시청자들은 탈영병에게 감정이입이 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 탈영병의 상태와 상관없이 복귀시키려는 군인들과 이에 맞서는 정의로운 의사들처럼 말이다.
특히 군대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이 난무하는 오프닝을 거치고 나면 더더욱 탈출하는 군인들의 마음에 무게중심이 쏠리게 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1회에서 등장하는 강렬한 사건을 통해 탈영병을 왜 잡아야 하는지 설득한다.
1회에서 안준호(정해인 분)가 D.P.가 되어 처음으로 잡으려 했던 탈영병인 신우석(박정우 분) 일병은 D.P.가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자살을 택한다.
안준호는 술김에 그가 연탄을 피울 수 있도록 라이터를 빌려주기까지 해 스스로에게 충격을 받는다.
이처럼 탈영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지만, 민간인을 다치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더 악화된 상황에 몰아넣는 경우도 발생한다.
즉 드라마는 D.P.가 단순히 지옥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을 좇는 사냥개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탈영병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최악의 방향으로 치닫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라고 설득한다.
▶ 삶의 선택을 확률로 따진다면 무엇이 변수가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중 D.P.가 탈영병 잡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허치도(최준영 분) 병장의 경우이다.
허치도는 확률 계산에 능한 경제학도로 추정되고, 특히 몬티홀 문제를 좋아했다.
몬티홀 문제는 3개의 선택지 중 정답을 골라야 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이때 내가 고른 선택지를 제외한 두 선택지 중 하나에서 꽝이 나오면 선택을 바꿔야 정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치매 걸린 할머니를 살리기 위한 목표를 두고 그가 선택한 첫 번째 경우의 수는 군 입대였다.
같이 있으면 너무 힘들어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아서.
하지만 예상치 못한 두 번째 경우의 수가 생겼다.
바로 집이 철거가 된다는 것. 몬티홀 문제에 따르면 세 번째 경우의 수는 알 수 없지만, 첫 번째 경우의 수를 번복하는 것이 할머니를 살리기 위한 확률이 높아진다.
그는 결국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탈영한 것이다.
그는 탈영 후 철거 하청업체에서 일하며 할머니의 안위를 살피고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기 위한 돈을 벌었다.
그의 사정을 듣고 참 짠한 마음이 들긴 해도, D.P.조에게는 그를 잡아서 군대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1개의 선택지 밖에 없다.
그런데 앞서 말한 몬티홀 문제를 일상이나 인생에 대입하려면 한 가지 변수가 생긴다.
바로 불확실성이다.
우리의 마음과 감정은 확률이 아니니까.
결국 D.P조의 한호열(구교환 분)은 허치도에게 요양병원비를 대려면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한지 묻고는 수갑을 풀어주며 말한다.
"나는 아직도 몬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이게 그 변수 아니에요? 선택의 기회를 주는?”
허치도가 이후 자수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렇게 믿기로 선택했다.
▶ 폭력으로 인간성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
조석봉 일병(조현철 분)을 보면서는 이 질문이 오래 남는다.
폭력은 인간을 어디까지 무너트리는가.
조석봉은 유도 유망주였지만 사람 때리는 게 어려워 유도를 그만둔 전사가 있다.
안준호의 내무반 고참들이 폭력을 일삼을 때도 안준호에게 초코파이를 내밀고, 안준호가 첫 휴가를 나갈 때는 불광을 내 군화를 빛내 주곤 했던 선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자신을 가장 괴롭히던 황장수 병장이 전역하며 이제 지난 일은 다 잊자는 식의 가해자가 해선 안 될 말을 하자, 그 안에 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난다.
폭력을 인내하며 자신이 지켜온 가치가 너무도 쉽게 짓밟히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결국 전역한 황장수를 이어 자신을 괴롭히던 류이강 선임이 혼절할 때까지 그를 패곤 탈영하게 된다.
그리고 황장수를 납치하기까지 이른다.
하지만 최악으로 치달으려는 그를 잠시나마 멈추게 한 것은 자신이 가르치던 미술 학원의 학생 선아가 대학에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지만 일상에서 존중하고 존중받았던 경험이 그의 무너지던 인간성을 잠시나마 회복시켜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가 끝나도 무거운 마음이 오래가는 이유는 조석봉이 수많은 현실의 사람들을 대변하기 때문이리라.
많은 질문을 남기는 D.P.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D.P.>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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