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극적이라 너무 좋은걸!? 로버트 로드리게즈.zip

왓챠: <마셰티>ㆍ<황혼에서 새벽까지>ㆍ<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이민주 승인 2021.08.21 07:00 의견 1
영화 <마셰티>의 주인공.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이민주 OTT 1기 리뷰어]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묘해질 때가 있다.

장난감 칼을 휘두르고 레이저 총을 쏘면서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인간이 이성과 합리성을 갖춘 존재가 맞는지 의문 들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내 안에 잠재된 폭력성과 에너지를 놀이로써 승화하곤 했다.

내가 휘두른 장난감 칼에 악당의 목이 날아가고, 몸 안에 숨겨진 비밀 무기로 적들을 처치하는 식의 상상을 하며 놀았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나는 사회화가 잘된 착한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어린 시절의 폭력적이다 못해 유치하기 짝이 없던 상상들이 주던 카타르시스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를 본다.

영화 <마셰티>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 마셰티

마약 밀매업자에 의해 가족을 잃고 난 후 길거리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전직 연방 수사관 마셰티(대니 트레조 분).

그러나 운명은 그가 조용히 살도록 두지 않는다.

상원의원을 암살했다는 음모에 휘말리며 쫓기게 된 그는 가족의 죽음과 억울한 누명을 둘러싼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되고, 불타는 복수를 시작한다.

내용 자체는 상당히 진부한 편. 하지만 우리의 마셰티가 평범하게 복수를 할 리 없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흔히 정글도라고 알려진 마체테를 휘두르고, 그 외에도 온갖 해괴한 무기들로 적들을 처단한다.

유혈이 낭자한 것은 당연지사. 떡집에서 가래떡 뽑듯 악당의 배에서 내장을 뽑는가 하면, 그 내장에 매달려 멋진 로프 액션을 선보인다.

이토록 자극적이고 잔인한데,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 황혼에서 새벽까지

은행털이범 세스 게코(조지 클루니 분)와 리치 게코(쿠엔틴 타란티노 분) 형제는 한 목사 가족을 인질로 삼아 멕시코로 탈출하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국경을 통과하고 은신처를 제공할 조직과 접선하기 위해 술집으로 들어가는 이들.

그런데 이 술집, 알고 보니 뱀파이어의 소굴이었다.

피 냄새를 맡고 본색을 드러낸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과연 이들은 생존할 수 있을까.

자, 잘못 본 게 아니고 제대로 읽은 게 맞다.

분명 뱀파이어라고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주특기인 대화 위주의 갱스터물을 표방하다가, 갑자기 후반부에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자신의 특기인 B급 액션을 영화에 부어버린다.

그러니 이 영화의 장르를 뭐라고 하면 좋을까?

갱스터 액션 뱀파이어 서바이벌 호러 무비?

참고로 이 영화에는 상식을 뒤엎는 생김새의 총이 하나 등장한다.

여기 지면에 옮기기에는 너무 자극적이니, 궁금한 사람들은 꼭 영화를 보시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엘 마리아치>, <데스페라도>와 함께 엘 마리아치 3부작 중 하나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사실 마리아치는 멕시코의 전통 음악을 하는 떠돌이 음악가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데,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그들을 총 잘 쏘고 싸움 잘하고 여자도 잘 꼬시는 총잡이로 만들었다.

앞서 소개한 <마셰티>와 마찬가지로 내용 자체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B급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 중 하나이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다름 아닌 기타 케이스.

이름에 걸맞게 마리아치들은 기타 케이스에 무기를 넣어 다니거나, 심지어 화염방사기로 사용하는데 그 모습이 뭔가 동심을 자극하면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아니라고? 그럼 그냥 내가 이상한 거겠지.

지금까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 세 편을 소개했다.

B급 감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그 특유의 문법에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정교하게 만든 웰메이드 액션 영화들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MSG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먹다가 천연 식자재만 사용한 요리를 먹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지금도 아이들은 전쟁놀이인지 싸움놀이인지를 하며 놀고, 우리의 마음 속에는 분명 폭력성이 숨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사회화가 잘된 착한 어른이니, 그놈의 폭력성은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를 보며 잘 다스리도록 하자.

평소에 딱히 그런 폭력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뭐, 그럼 그냥 내가 이상한 거겠지.

영화 <마셰티>, <황혼에서 새벽까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는 모두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왓챠 <마셰티> ▶바로가기

왓챠 <황혼에서 새벽까지> ▶바로가기

왓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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