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로 타인의 아픔 위로하기,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이민주 승인 2021.08.06 08:30 의견 0
드라마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의 주인공 토니. 사진 IMDb

[OTT뉴스=이민주 OTT 1기 리뷰어] 스파이더맨은 거미 때문에 초능력을 얻고, 아이언맨은 타고난 머리로 수트를 개발했다는데 여기 조금 독특한 이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있다.

인류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보이는 그의 초능력은 다름 아닌 제멋대로 하기.

도대체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이름은 토니(리키 저베이스 역). 과거에 그는 시니컬한 구석은 있어도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토니가 제멋대로 살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사랑하는 아내 리사(케리 가들리먼 역)의 죽음.

가장 의지하던 이의 죽음은 그의 삶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버렸고, 그는 거기서 비롯된 공허함을 이기지 못해 세상 누구보다 냉소적인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행복했던 시절의 토니. 사진 IMDb

◆ 마음에 생기는 가장 큰 공백, 사별

사람은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종류의 이별을 겪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별들 중에서 조금 독특한 이별이 있다. 바로, 사별이다.

모든 이별은 이전의 삶과 단절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사별은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가장 단호한 이별이다.

리사가 세상을 떠난 후 토니에게 이 세상은 결코 전과 같을 수 없다.

이 세상을 구성하던 가장 중요한 사람인 리사가 없으며, 죽음이 만들어 놓은 그 구멍은 절대 메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토니에게 가장 힘든 것은, 그리움이 아무리 커도 떠난 이는 돌아올 수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무기력함이었을 것이다.

아내가 남긴 영상을 보며 그리워하는 토니. 사진 IMDb

◆ 사람 때문에 죽고 싶다가도, 사람 때문에 다시 살게 되는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에서 토니는 두 가지 모습을 보인다.

초반부에 그는 자신의 고통을 주변 사람들에게 과격하게 표출하며 스스로 고립된다.

그가 아내를 잃어 힘든 상태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에게도,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을 일삼는 토니를 보듬어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의 상처는 그를 점점 좀먹고 있었다.

그러나 삶이라는 것은 사람 때문에 죽고 싶다가도, 사람 때문에 다시 살게 되는 것 아니던가.

제멋대로 굴기라는 초능력을 마구 발휘하던 그의 곁에도 친구는 있었다.

사위인 맷(톰 배즈든 역)과 직장 동료 레니(토니 웨이 역) 등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져 있는 듯해도 항상 토니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통해 토니는 점점 변화한다.

그는 자신의 아픔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사실 토니의 곁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있었다. 사진 IMDb

◆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떠나지 않는다

토니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사랑하는 아내 리사가 남긴 영상들이다.

리사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와의 추억과 그녀가 남긴 영상 속 메시지는 토니가 성장하도록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토니는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 수동적인 인물에서 오히려 도움을 주는 적극적인 인물로 변해간다.

그런데 타인에게 조언을 건넬 때 그는 항상 리사를 통해 깨달은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록 리사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준 사랑은 여전히 토니에게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 아픔이 있기에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공감을 할 수 있다.

토니는 자신의 상처를 통해 타인의 아픔을 위로하는 법을 배운다.

이 세상에 자신만큼 고통스러운 사람은 없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자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아픈 존재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곳, 그곳이 바로 이 세상이었던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바로가기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