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서, 치사해서 아름다운 인간을 보여주는 드라마 두 편

넷플릭스ㆍ웨이브: <라켓소년단>
웨이브: <미치지 않고서야>

백지현 승인 2021.08.05 13:47 의견 0
왼쪽부터 <라켓소년단>, <미치지 않고서야> 공식 포스터. 각각 사진 SBS, MBC


[OTT뉴스= 백지현 OTT 1기 리뷰어]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 드라마만이 가진 인간에 대한 통찰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나름의 통찰을 전하는 두 드라마가 있다.

특히 두 드라마는 실수하는 인간, 치사한 인간이라 인간이 더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데서 매력적이다.

청년의 도움으로 길을 찾은 오매할머니. 사진 SBS 드라마 유튜브 캡쳐


◆ 인간은 실수하며 성장한다, <라켓소년단>

라켓소년단은 배드민턴계의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쳐지는 열여섯 소년소녀들의 리얼 성장 드라마다.

배드민턴 부원들의 성장 서사도 눈길을 끌지만 그들을 둘러싼 어른들도 여전히 실수하고 성장한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다.

해남 땅끝마을의 오매 할머니(차미경 분)는 전형적인 정 많은 시골 할머니가 아니다.

도시 사람들을 경계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2회에서 시골로 귀향 온 도시 부부가 차바퀴로 봄동 밭을 밟았을 때도 역정을 낸다.

그러다 초행길에서 낯선 청년의 도움을 받게 되고, 할머니가 그 동네가 처음이라 도왔다는 청년의 말에 도시 부부 생각이 나 봄동 김치를 그들에게 건넨다.

사실 타지에서 자살을 하려고 해남에 왔던 도시 부부는 덕분에 마음을 고쳐먹고, 시골에 정착해 살기로 결심한다.

경기 영상을 분석하다가 피곤해 잠든 윤현종. 사진 SBS 드라마 유튜브 캡쳐


배드민턴부 코치인 윤현종(김상경 분)은 성실하고 열정 넘치는 코치는 아니다.

최강 친화력과 넉살을 갖춘 능청스러운 헐랭이, 뺀질이에 가깝다.

이러한 성격 탓에 결국 사고를 치게 된다.

4회에서 라켓소년단의 배드민턴 경기가 있는 전날 술을 진탕 마시고 늦잠을 자 경기장을 착각한 것이다.

어이없는 이유로 배드민턴 경기를 놓치게 되었다.

아이들이 괜찮은 듯해 죄책감을 가지지 않지만 아이들이 경기에 통과할 것을 대비해 숙소까지 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반성한다.

결국 5회에서는 밤늦게까지 코치실에 남아 아이들의 경기 영상을 분석하다 쓰러져 잠드는 모습을 보이는 등 코치로서 각성하고 성장해 간다.

◆ 인간은 치사해서 안쓰럽다, <미치지 않고서야>

<미치지 않고서야>는 격변하는 직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n년 차 직장인들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독특한 지점은 인사팀 직원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보통의 오피스 드라마에서 갈등은 인사팀에 의해 만들어졌고, 인사팀 직원들은 악인에 해당했지만 이 드라마는 그러한 클리셰를 비튼다.

그래서 회사라는 공간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한 갈등 구도로 만들지 않고 각자의 이유에 따라 모두가 조금씩은 치사한, 그 모습이 이해가 가는 입체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1회 오프닝 장면에서 당자영(문소리 분)은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드라마 주인공들은 권고사직을 당하는 입장에 서있었지만 그 테이블의 건너편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권고사직을 당한 직원들은 억울해하고, 분노한다.

하지만 권고사직 안을 내밀 수밖에 없는 당자영도 악인이 아니다.

그저 ‘높으신 분들의 뜻’에 따라 인원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한낱 일개미일 뿐이다.

당자영에게는 월급을 받아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부양해야 하는 사정도 있다.

그런 협상을 끝내고 나면 본인도 속이 쓰려 탕비실의 무알콜 맥주를 마셔야 하는 보통의 인간이다.

개발자지만 당자영이 팀장으로 있는 인사팀에 부장으로 발령받은 최반석. 사진 엠뚜루마뚜루 유튜브 캡쳐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개발직군에서 당자영이 이끄는 인사팀으로 발령이 난 최반석(정재영 분) 또한 현실과 타협하며 살고 있다.

보복성 직무 이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버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반석에게 부양해야 할 어머니와 어린 딸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6회에서 오랜 동료들에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인원 감축을 목표로 하는 인사팀의 프로젝트를 돕는데, 개인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코딩 테스트를 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최반석 또한 조금은 치사하지만 그만큼 안쓰러운 보통의 인간인 것이다.

실수하는 인간을 긍정하는 <라켓소년단>은 웨이브와 넷플릭스에서, 치사한 인간을 긍정하는 <미치지 않고서야>는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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