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도아 OTT 1기 리뷰어] '마라 맛', '엄빠주의'
최근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OTT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졌고, 수많은 국내외 콘텐츠들은 경쟁하기 위해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방영된 <펜트하우스>, <모범택시>, <괴물>은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드라마로 나이 제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화제성과 인기를 끌었다.
맵고 자극적인 '마라 맛' 드라마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금, 무공해 유기농 맛 드라마가 등장했다.
<라켓소년단>은 배드민턴계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쳐지는 열여섯 소년, 소녀들의 성장 드라마다.
야구선수를 꿈꾸는 도시 소년 해강이가 아버지 현종이 해남 서중 배드민턴부 코치를 맡게 되고 그런 아버지를 따라 땅끝 마을 해남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해강이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시 소년 해강은 온갖 '처음'과 맞닥뜨린다.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낡은 기와집, 야구단 없는 땅끝마을, 어쩌다 한집에서 살게 된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친구들까지. 모든 게 낯설고 불편하다.
같이 배드민턴 대회에 나가자며 꼬시는 배드민턴부 윤담, 우찬, 용태, 그리고 아버지 현종이 너무나 귀찮다. 다시 서울로, 야구부로 돌아가고 싶다.
"남자는 야구지. 배드민턴은, 뭐 어르신들이 약수터에서 치는 거고. 팬이 있어? 프로팀이 있어?"
무조건 야구를 하겠다던 해강은 와이파이 때문에 결국 배드민턴 대회에 출전하였지만 자기보다 어린 상대에게 처참하게 지고 만다.
이 경기로 해강의 뜨거운 승부욕은 불타오르면서 해강은 잠시 야구를 뒤로하고 다시 배드민턴 채를 잡았다.
해강은 라켓소년단 친구들과 같이 먹고 자고 땀 흘리며 운동하는 일상이 점점 익숙해진다. 친구들과 함께 보는 시골의 쏟아질 듯한 별과 반딧불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부모에게 '처음'을 배웠던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었고,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 '처음'을 경험한다.
엄마, 아빠가 이혼한 용태에게 처음으로 생일상을 차려준 우찬, 배드민턴부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처음으로 선생님께 자원해서 친구들의 시험공부를 도와준 전교 1등 인솔이 그렇다.
아이들은 뜨거운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어른에게 '처음'은 당황스럽고 어려우면서 괜히 부끄럽기도 하다.
해강은 해남으로 내려오면서 일 때문에 따로 살아야 했던 엄마 영자와 다시 같이 살게 된다.
전국 1등 해남 제일여중 배드민턴 코치인 영자는 코트 안팎의 전략과 정치, 전부 완벽하게 해낸다. 모두가 인정하는 배드민턴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런데 엄마 영자는 어딘가 서툴다.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해강의 마음을 도무지 모르겠다.
해강은 어린 동생의 유치원 숙제 한번 봐준 적 없는 엄마가, 언제나 일이 우선인 엄마가 너무 미웠다고 털어놓는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해강이 엄마가 처음이라서 그래."
모든 게 완벽해 보였던 영자도 엄마는 처음이라 어렵고 서툴다고 해강에게 솔직히 말한다. 영자와 해강은 서툴지만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대화한다.
그렇게 부모와 자식은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여기 성장을 앞두고 있는 해강이네 옆집 오매 할머니가 있다.
시골을 벗어나 혼자 지하철을 타고 돌잔치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무인발권 기계 앞에서 굳어버리고 만다.
그런 오매 할머니를 본 고등학생이 먼저 말을 걸고 지하철 표 발권을 도와준다. 다음엔 혼자서도 금방 할 수 있을 거라고 덧붙이며 부끄러워하는 오매 할머니를 다독인다.
역을 나와서도 길을 몰라 헤매는 오매 할머니를 발견한 청년이 먼저 말을 걸고 직접 식장까지 데려다준다.
그런 청년에게 고마우면서도 의아한 오매 할머니 동생은 요즘 세상에 친절이 지나치면 무서운 거 아니냐며 말하자 청년은 담담하게 답한다.
"처음이시잖아요."
어느 방송에서 한 배우가 아동 혐오와 노인 혐오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린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내가 걸어왔던 길이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내가 갈 길이다."
오매 할머니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처음이니깐 괜찮다.
우리에게 수많은 처음을 가르쳐준 어른들에게 이제는 먼저 손 내밀고 알려주어야 한다. 분명 우리가 갈 길이기 때문이다.
<라켓소년단>은 그동안 잊고 있던 사람 간의 끈끈한 정에 집중한다. 저 사람 좀 의심스러운데?라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바로 싹을 잘라버린다.
아직 4화까지 밖에 안 나왔지만 앞으로 나올 이야기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동안 자극적인 마라 맛 드라마에 속이 좀 쓰렸었다면 무공해 유기농 맛 <라켓소년단>을 추천한다. 결코 심심하지 않다.
SBS드라마 <라켓소년단>은 웨이브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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