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아빠를 화나게 하면 벌어지는 일, 넷플릭스 <엑스트레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엑스트레모>

이민주 승인 2021.06.22 09:0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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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트레모> 등장인물 이미지. 사진 다음영화


[OTT뉴스=이민주 OTT 1기 리뷰어] 때로 그런 날이 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침부터 상사가 나를 괴롭히고, 평상시엔 잘만 작동하던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고, 고깃집에서는 모든 연기가 나에게만 오는 날.

그런 날 우리는 <존 윅>이나 <테이큰>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카타르시스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영화.

여기 당신을 위해 스페인에서 날아온 영화 한 편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엑스트레모>가 바로 그것이다.

◆ 뻔함과 익숙함은 한 끗 차이, 익숙함을 강점으로 내세운 오락 영화

클리셰는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뻔하게 느껴지는 표현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뻔한 느낌이라 하면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것이 사실이지만, 적당히 사용된 클리셰는 관객들로 하여금 익숙함을 느끼도록 해주어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 아주 클리셰로 범벅을 해놓았다.

영화 <엑스트레모>에는 액션 영화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미지와 플롯이 가득하다.

적들에 의해 자식을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혀 보복을 준비하는 은퇴한 살인청부업자 막시모(테오 가르시아 역)부터 그런 그와 우연히 만난 후 아버지처럼 대하는 소년 레오(오스카르 카사스 역)까지.

악당 루세로(오르카르 하에나다 역)의 모습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는가.

장발의 머리카락을 묶고 선글라스를 끼거나, 문신으로 가득한 상반신을 내보이며 일본도를 휘두르는 모습이라니.

결국, 감독은 클리셰를 잔뜩 펼쳐 보이며 익숙함을 마음 편히 즐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비슷한 맛, 색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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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등장할 법한 모습의 악당 루세로(오스카 자에나다 분). 사진 IMDb


어느 브랜드를 선택해도 비슷한 맛이 나는 음식들이 있다.

예컨대 팝콘이 그렇다.

콘소메 맛이니 버터 소금 맛이니 이름은 다양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들에게서 모두 비슷한 짭짤한 맛이 난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집어 드는 것은 익숙한 맛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약간의 신선함을 즐겨보려는 소심한 모험심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심보를 자극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문법을 따르면서 스페인 영화만의 색채가 조금 가미된 느낌인 것이다.

하지만 이 미세한 차이가 주는 신선함이 쏠쏠하다.

스페인어 특유의 빠르고 끊어지는 발음만 해도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 빠른 호흡과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동시에 인물들의 대사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효과까지 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색다름이 주는 신선함.

이 두 마리를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 가벼운 내용과 그렇지 않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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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신에서 드러나는 명암 대비. 사진 IMDb


주목해야 할 점은 더 있다.

이 영화가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오락 영화라고 해서 연출까지 가볍지는 않다는 점이다.

감독은 액션신에서 명암의 대비를 극명하게 하여 마치 그림자들이 결투를 벌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데, 이는 <존 윅> 시리즈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신을 연상시킨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 주인공 막시모가 악당 루세로의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대사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거친 숨소리만으로 막시모의 감정을 드러낸다든가, 두 사람의 얼굴 정면 샷을 교차 편집한 연출은 긴장감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빠른 컷 전환으로 시원스러운 전개를 보여주는 점, 관객들이 액션신의 높은 수위를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악당의 잔혹한 모습을 강조하며 권선징악이라는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 등 전반적으로 훌륭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영화 <엑스트레모>는 할리우드 영화를 따라 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필적한 수준의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러모로 답답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즐길 수 있는 여가 생활의 폭은 줄어들고,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 잔 하고 싶어도 영 찜찜한 마음이 든다.

생활의 범위가 작아진 만큼 평소 받던 스트레스도 같이 줄었으면 좋겠는데, 직장이나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그런 날에는 시원한 방 안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넷플릭스에서 영화 <엑스트레모>를 보는 것은 어떨까.

악당을 흠씬 두들겨대는 주인공 막시모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즈음엔 다시 스트레스와 맞서 싸울 힘이 생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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