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보면 좋은 영화 ④ - '찐' 부성애를 다룬 <아메리칸 셰프>

손민지 승인 2021.05.10 09:57 | 최종 수정 2021.12.05 21:14 의견 0
<아메리칸 셰프>는 아빠 칼 캐스퍼와 아들 퍼시가 푸드트럭을 함께 운영하며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화면 캡처


[OTT뉴스=손민지 OTT 1기 리뷰어]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용기가 안 나 망설이고 있다면 영화로 대신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2014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아빠와 아들의 교감에 초점을 맞춘, 특별한 요리 영화다.

부성애를 이야기하는 영화에서 아빠와 아들이 함께 할 만한 것은 사실 많지 않다.

2004년 개봉한 <투모로우>에서 기상학자인 아빠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지만, 이마저도 부자의 재회는 극 말미에 이뤄진다.

윌 스미스와 그의 친아들 제이든 스미스가 출연한 <행복을 찾아서>(2017 재개봉)에서도 아빠가 의료기기 영업을 하러 다닐 동안 아들은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와 달리, <아메리칸 셰프>에서 부자는 함께 간식을 사 먹고 요리도 하는 등 많은 시간을 보낸다.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였던 칼 캐스퍼는 주기적으로 아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 이혼남이다.

그는 해고를 당한 후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하는 요리가 아닌,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요리를 하기 위해 푸드트럭에 도전한다.

여기에 '트윗' 홍보에 재능있는 아들 퍼시가 함께 하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극 중 유명 셰프인 아빠 칼 캐스퍼(왼쪽)는 푸드트럭을 계기로 아들 퍼시(가운데)와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사진 넷플릭스 화면 캡처


◇ 배우‧감독부터 요섹남까지, '천의 얼굴' 존 파브로

이 영화가 이색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칼 캐스퍼를 연기한 존 파브로가 사실 이 작품의 감독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등 거물급 스타들이 조연으로 출연한 <아메리칸 셰프>에서 존 파브로는 감독과 주연, 각본, 제작까지 소화해냈다. 그는 미국 푸드트럭 요리사 로이 최의 도움을 받아 영화에 등장하는 메뉴들을 직접 준비했다.

로이 최는 영화의 모티프가 된 셰프로,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식 타코 트럭 Kogi로 '푸드트럭 신화'를 이뤘다.

앞서 <아이언맨> 촬영장에 기네스 펠트로가 고기 트럭을 불렀고, 이날 처음 로이 최의 타코를 맛본 존 패브로 감독은 이후에 그를 만나 자신이 준비 중인 요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존 파브로는 로이 최와 함께 넷플릭스 요리쇼 <더 셰프 쇼>에 출연하며 음식에 대한 식견을 뿜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존 파브로는 <정글북>(2016), <라이온 킹>(2019) 등에서 배우, 각본가, 감독, 프로듀서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존 파브로는 영화인이 되기 전엔 공대생이었다.

일생 미국 뉴욕 브롱스에 있는 브롱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뉴욕 시립대학인 퀸스 칼리지에 공대생으로 입학했으나 학업보다는 대외활동에서 두각을 보였다고 한다.

1987년 대학을 휴학하고 윌가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베어스턴스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다.

<아메리칸 셰프>의 감독 존 파브로와 영화의 모티프가 된 로이 최의 모습. 사진 로이 최 인스타그램


그가 할리우드에서 배우와 시나리오 작가로서 눈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해준 작품이 바로 1996년 <스윙어즈>다.

그는 오랜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LA로 이사했을 때의 경험을 살려 실연을 극복하지 못한 남자의 우스꽝스런 일상을 표현했다.

1997년에는 미국의 국민 시트콤 <프렌즈>에서 모니카의 남자친구 '피트 벡커' 역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어 2001년 감독 데뷔작인 <메이드>에서 존 파브로는 각본과 주연까지 맡았다. 이 작품에는 존 파브로의 할머니도 카메오로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파브로는 크리스마스 영화로 거론되는 <엘프>(2003)의 감독을 거쳐 <아이언맨> 1, 2편의 감독을 맡으며 영화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후 시리즈에서는 감독직을 셰인 블랙에게 넘겨주고 토니 스타크의 경호원이자 운전기사 역인 '해피 호건'으로 출연했다.

◇ 보는 맛도 있다…지역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는 도넛 베녜(오른쪽) 등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사진=넷플릭스 화면 캡처


부자가 미국 남부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행 겸 푸드트럭 장사를 하는 줄거리 자체는 tvN 예능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시리즈나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 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아메리칸 셰프>는 소리와 색감 등으로 관객의 식욕을 자극하며 지역 특색이 담긴 요리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쿠바 샌드위치, 유카 튀김 등 극 중 푸드트럭 주력 메뉴는 물론이고, 칼 캐스퍼가 뉴올리언즈에 도착해 퍼시와 함께 먹는 도넛 베녜도 '언젠가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다.

존 파브로는 앞으로 신진 스트리밍 서비스로 관객과 만난다.

디즈니+에서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드라마 시리즈인 <만달로리안>의 각본과 제작을, 애플TV+에서는 공룡 다큐멘터리 <선사시대의 행성>의 제작을 맡았다.

철판 앞에서 땀 흘리는 그의 '요섹남' 면모를 만나보고 싶다면 <아메리칸 셰프>를 선택하는 건 어떨까.

부성애의 진면모를 다룬 <아메리칸 셰프>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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