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가정'을 넘어서 새로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가인지명>

티빙, <이가인지명>

김주영 승인 2021.05.04 13:10 의견 0
<이가인지명> 속 삼 남매. 왼쪽부터 허쯔추, 리젠젠, 링샤오. 사진 중화TV 유튜브 캡처


[OTT뉴스=김주영 OTT 1기 리뷰어] '피는 물보다 진하다.'

혈연끼리의 유대감을 강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2020년 방영된 중국드라마 <이가인지명>은 이에 반기를 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남녀가 서로를 가족으로 품으며 말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제일 싫다고.

씩씩하고 낙천적인 6살 소녀 '리젠젠'은 어린 나이에 엄마를 병으로 떠나보내고,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다정한 아빠 '리하이차오'와 단둘이 산다.

알콩달콩 살던 부녀 앞에 엄마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윗집 소년 '링샤오'와 미혼모가 버리고 간 소년 '허쯔추'가 나타난다.

링샤오의 엄마가 이혼을 하고 떠난 뒤, 링샤오의 아빠인 '링허핑'이 하이차오에게 생활비를 주며 본격적으로 공동육아를 시작한다.

하이차오는 링샤오를 큰아들로, 쯔추를 둘째 아들로, 젠젠을 막내딸로 키운다.

그리고 10년 뒤,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하이차오와 링허핑을 아빠라 부르며 친남매처럼 지낸다.

유일한 여자인 젠젠이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첫 월경을 자랑할 만큼 이들은 격 없이 지낸다.

링샤오는 하이차오조차 챙기지 못한 젠젠의 여성속옷을 챙기는 자상한 큰오빠로, 쯔추는 젠젠과 철없이 장난치며 죽이 잘 맞는 둘째 오빠로 자랐다.

화목하고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지만, 사회는 좀처럼 이들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너는 우리 핏줄이다"

링샤오의 외할머니는 번번이 링샤오를 찾아와 속을 뒤집어 놓는다.

링샤오에겐 좋지 못한 기억인 엄마의 재혼 소식을 전하며 링샤오와 엄마는 핏줄임을 강조한다.

자신의 핏줄을 하이차오에게 뺏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링샤오를 인격체라기보단 소유품처럼 여기는 듯 하다.

"은혜를 갚아야 한다"

링샤오는 그나마 친부가 생활비라도 내지, 쯔추를 보는 시선은 더 곱지 않다.

오지랖 넓은 이웃 주민들은 쯔추에게 "버려진 너를 키워준 젠젠 부녀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지껄인다.

쯔추의 이모는 쯔추와 젠젠이 장난을 치면 기겁한다. 마치 젠젠을 주인집 따님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가족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들에도 쯔추는 예의를 차려야한다는 제약을 받는다.

악의 없이 뱉어내는 사람들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에 상처를 받고, 가족이 아픈 상황에서도 쉽게 보호자라 나설 수 없다.

외부의 시선을 애써 모른 척하고 서로를 지켜오던 아이들 앞에 친부모들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이들을 거부하며 자신들의 두 번째 가족을 지키려 하지만 상황은 악화하기만 한다.

결국 링샤오와 쯔추는 젠젠 부녀를 지키기 위해 이들을 떠나게 된다.

다시 9년 뒤, 떠났던 링샤오와 쯔추가 돌아온다.

떠난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가족을 잊지 않았던 링샤오와 쯔추와는 달리, 젠젠은 이들과의 관계에 회의적으로 됐다.

홀로 남겨졌던 젠젠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말며 상처를 줬다.

젠젠은 자신이 가족이라 믿던 관계가 호적에 남지 않는, 말 그대로 떠나면 끝인 관계라는 걸 실감해버렸다.

이들은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이가인지명> 스틸컷. 중앙의 삼 남매와 두 아빠, 리하이차오(맨 왼쪽)와 링허핑(맨 오른쪽)까지 함께 한 가족사진. 사진 중화TV


<이가인지명>은 총 40부작으로 주인공들의 유년기부터 청년이 된 현재까지를 담는 꽤 긴 이야기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분량에 '대안 가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세 남매의 케미가 극의 톤을 밝고 가볍게 이끌어준다.

현실적인 상황 설정들과 섬세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기쁜 소식이 들려온다.

정부가 현행법상 가족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자는 내용이 담긴 '제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법은 말 그대로 피가 섞인 혈연관계이거나, 정식적인 입양 절차를 밟은 관계만을 '가족'이라 정했다.

이들을 '정상'가족이라 칭했기에, 이에 포함되지 않는 많은 가족이 '비정상'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족의 범위가 확대된다.

한 공간에서 잠을 자고 한 테이블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를 보듬고 아끼는 많은 이들이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나 피보다 더 진한 마음을 나누는 가족들이 세상에 있다.

'정상 가정'을 넘어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제시한 <이가인지명>은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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