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플라이 레인> 포스터. 출처 IMDB
[OTT뉴스=조수빈 OTT 1기 리뷰어] 서울시민 3명 중 1명이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 일명 '코로나 블루'를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소하게 누리던 자유를 박탈당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한 1년여 시간 동안 삶은 건조해져만 갔다.
"코로나 끝나면 보자"라는 기약 없는 말이 인사말이 됐을 정도니까.
그렇기에 한바탕 수다로 시시콜콜한 것까지 나누던 친구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여기 코로나로 허한 마음을 달래 줄 단짝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이어플라이 레인>이 바로 그것이다.
크리스틴 해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는 서로 다른 두 여성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
직장 내 성희롱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여성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파이어플라이 레인>이 그려낸 여성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보자마자 특별하단 걸 알았거든"
14살의 털리와 케이트, 출처 IMDB
70년대 미국, 고요한 주택가에 히피 밴 한 대가 멈추어 선다. 푸른 아이섀도에 웨스턴 부츠로 한껏 멋을 부린 10대 소녀가 내린다.
멀리서 촌스러운 잠자리 안경을 쓴 소녀가 그녀를 동경하듯 바라본다.
공통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털리(캐서린 하이글 분)와 케이트(사라 초크 분)의 첫 만남. 이들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전학 온 첫날부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인싸 털리. 반면, 아싸인 케이트는 스쿨버스에 타기도 싫다.
꾸역꾸역 버스를 탔지만, 역시 친구는커녕 잠자리 안경으로 조롱이나 당하고 만다.
우연히도 서로 맞은 편 집에 살게 된 케이트와 털리. 케이트네는 가족과 손님들로 항상 북적이는 한편, 털리네는 마약 중독자 엄마와 털리 단 둘뿐이다.
14살 동갑내기 두 소녀는 창문 너머 서로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가지지 못한 것에 끌리는 걸까. 어느새 가까워진 케이트와 털리는 서로의 차이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나간다.
케이트는 쿨한 털리를 따라 난생처음 땡땡이도 쳐보고 마리화나도 피워 보며 자신감을 얻는다.
털리는 과거의 상처들을 케이트에게 조금씩 드러내 보이며 처음으로 타인에게 마음을 연다.
이들의 우정은 '레즈비언'이라는 낙서에도 굳건하기만 하다.
"여성은 언론의 미래야"
이 소녀들에게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유명한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같은 꿈을 공유하던 케이트와 털리는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 같은 방송사에 근무하게 된다.
"넌 프로듀서가 되고 난 거기에 출연할 거야"라며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케이트는 결혼과 출산으로 금세 직장을 관두게 된다.
그 사이 털리는 승승장구하여 '걸프렌드 아워'라는 유명 토크쇼의 진행자가 된다.
40대가 된 털리와 케이트, 출처 IMDB
12년 동안 경력단절 상태였던 탓에 재취업도 쉽지 않은 케이트는 톱스타인 털리를 팔아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다.
하지만 털리도 도와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남편과의 이혼이다.
그렇다면 꿈을 이룬 털리의 삶은 어떨까.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탈을 쓰고 있지만, 속은 공허할 뿐이다.
케이트의 결혼으로 친구 사이가 멀어질 것을 직감한 털리는 케이트의 삶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십수년간 선물 공세에 집중한다.
케이트는 벌써 14살이 된 딸이 있는 반면, 털리는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쉽지 않다.
자꾸만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작품은 이들의 커리어에 따라 70년대, 80년대, 2003년, 그리고 현재로 플래시백 해 지루할 틈 없이 극을 구성한다.
그리고 털리의 트라우마와 관련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패션을 보는 재미도 있다. 교차하는 시점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화에 이르러 있다.
각자의 결점을 가진 40대 여성으로 성장한 케이트와 털리.
<파이어플라이 레인>은 30년간의 우정 이야기 속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녹여냈다.
같은 문제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인물들을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
흐르는 세월과 함께 또 어떤 문제가 이들 앞에 나타날까. 과연 이들의 우정이 지속될 수 있을까.
플래시백 사이에 가려진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