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진희 OTT 1기 리뷰어] CJ ENM OTT 서비스 '티빙(Tving)'은 지난해 독립법인 출범 후, 지속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독점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그 첫 타자가 된 정종연PD의 <여고추리반>은 공개 전부터 입소문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켰고, 결국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종영 후 일찍이 시즌2까지 확정지었다.
여고추리반 공식포스터. 사진 TVING
사실 <여고추리반>은 방송국 편성을 통해 TV로 송출했어도 중박은 쳤을 콘텐츠지만, '티빙 유료 가입자만 볼 수 있다'라는 조건 속에서 마니아 장르에 특화된 정종연식 화법이 통할지 세간의 의문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뭉친 독특한 예능 팬덤의 과몰입과 화제성은 둘째 치더라도, 단지 <여고추리반>을 보기 위해 티빙 유료 가입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결국 티빙의 첫 선택이 옳았다는 성공의 방증이다.
실제로 <여고추리반>은 공개 8화 만에 작년도 티빙에서 큰 사랑을 받은 <대탈출3>의 VOD 시청자 수를 이미 뛰어넘은 데다, 매 화 티빙 인기방송 순위 TOP10에 랭크되는 등 그 인기가 가히 대단했다.
새라여고에 전학 온 5인방. 사진 TVING 유튜브 캡쳐
<여고추리반>의 유의미한 족적 중 하나는 멤버들이 새라여고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이 끌어낸 주요 장면들이 업계가 소진해 온 '여고 클리셰'에 매몰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초반은 오히려 전학 온 학교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추리게임의 유쾌한 프롤로그 같은 느낌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을 높여주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선택의 기로마다 질문을 던지는 NPC처럼 나타나 마땅히 제 역할을 해내는 연기자들은 평범한 얼굴을 무기로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몰입을 돕는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여고추리반> 팬덤이 열광하는 포인트가 더해진다. 바로 <여고추리반> 5인방의 합이다.
그들은 <대탈출> 시리즈가 보여준 추리예능의 재미는 그대로 보존한 채, 보다 긴 호흡으로 층층이 쌓인 카르텔에 '함께 맞서는' 시너지를 보여준다.
각자의 역량으로 추리해 낸 성과를 경쟁적으로 더하지 않고, '애초부터 함께’ 대항할 맥락의 필요성을 출연진 모두가 자연스레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곧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자 <대탈출>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제작진이 설계한 자유도 높은 세계관 속에서 그들이 마음껏 헤매는 동안, 자칫 루즈해질 타이밍이 다가오면 장도연은 통찰력 있는 애드리브를 날리고 최예나의 귀여운 리액션이 더해져 예능적 재미와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겁 없는 지능캐'로 활약하는 재재를 필두로 날카로운 추리를 이어가면서도 '만능캐' 박지윤이 기지를 발휘해 당겨오는 해결의 실마리, 이윽고 시청자들이 가장 열광한 비비의 멘트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가 이어지며 그들의 시너지는 완성된다.
방송이 아닌 오리지널 콘텐츠인 만큼 허용되는 것들도 많았다. 브랜드명 노출이 가능한 만큼 출연진의 실제 기호식품인 '마이쮸'와 '알싸한 마늘 치킨'은 하나의 밈이 되어버릴 정도로 PPL처럼 자주 등장했다.
또한 인간미 있는 리액션도 정제되지 않은 채, 보다 살아있는 말로 시청자들에게 건너갔다.
5인방은 촬영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순간의 욕설을 내뱉고, 반전의 캐릭터들을 향한 배신감과 분노를 마음껏 표출했다.
그리고 그런 멤버들의 모습을 마주한 시청자들은 새라여고 세계관이 현실에 남겨놓은 SNS 계정과 유튜브 영상 등을 2차로 찾아보며 '진짜 몰입'을 하게 됐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추리반 멤버들. 사진 TVING 유튜브 캡처
결과적으로 필자를 포함한 시청자들이 주목한 건 성공 혹은 실패처럼 엔딩의 당락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저 모니터 속 가상의 새라여고가 비춘 비리들이 우리 사회의 비슷한 뉴스들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공유되는 답답함, 30년 전 새라여고에 일어난 일처럼 다시 무력하게 당할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 그 실패 혹은 분노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5인방이 반격해 나아갈 과정을 지켜보는 쾌감 그 자체에 있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란 티빙의 질문에 <여고추리반>이 보여준 성공은 앞으로도 국내 OTT 시장에서 계속 회자될 이야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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