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여운 OTT 2기 평론가] '아빠어디가' 윤후와 이준수,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재시와 추사랑.
사춘기에 접어든 1세대 랜선조카들이 컴백했다.
몸매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윤후, 아빠를 도와 요리를 척척 해내는 이준수,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애교쟁이 이재시와 한국어를 많이 잊어버린 듯한 추사랑.
아직 1회만 방송됐을 뿐인데도 훌쩍 성장한 이들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세월이 느껴진다.
'이젠 날 따라와'는 아빠들의 보살핌을 받던 아이들이 이제는 아빠들을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이끄는 포맷이다.
궁금증이 이는 것은 왜 지금 와서 예능에 또 출연하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작진과 출연진은 인터뷰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추억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추사랑의 경우만 봐도 이제 더 이상 “포도 주세요”를 연발하며 아빠 추성훈을 무장해제시키던 꼬맹이가 아니다.
이미 ‘둥지탈출’ ‘살림하는 남자들’ 같은 프로그램에서 사춘기 자녀와 스타의 일상을 다뤘기에 대체 어떤 것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젠 날 따라와’를 제작한 것은 자녀들의 스타성이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사춘기라는 시기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일테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이젠 날 따라와’에서 기존에 못 보던 재미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먼저 윤후, 이준수, 이재시, 추사랑이 낯설지 않았다.
그간 간간히 예능 출연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노출 안된 채로 다시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로, 출연진의 캐릭터 설정이 확연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윤후는 착한 마음씨와 순수한 매력, 이준수는 엉뚱함과 배짱 등으로 시선을 모았으나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다소 밋밋한 개성을 보여준다.
이재시 역시 이동 중인 차안에서 아빠 이동국과 사진을 찍는 등 살가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점 외에 전체 스토리 형성에 주도적이지 않았다.
심지어 추사랑은 이재시와 영어로 몇마디 말을 나눌 뿐 윤후, 이준수와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아빠들이 추사랑에게 관심을 표현하지만 추사랑은 쑥쓰러운 듯 말을 아낄 뿐이다.
예능의 재미는 출연자 간의 관계 형성에서 나오는데, 그 부분이 생략된 듯한 느낌이다.
그나마 언니오빠들이 막내 추사랑 챙기는 모습으로 ‘사랑단’을 결성했다는 것 정도가 눈에 띄는데 그마저 스치듯 지나갔다.
'아빠 어디가'에서 이종혁과 송지아, 성동일과 김민국 등이 보여준 것 같은 의외의 케미가 없다보니 예능이라기보단 다큐에 가까워 보인다.
윤후가 추성훈을 동경하면서도 거실에 있는 추성훈에게 인사를 하고는 제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장면에서는 아직 서로 어색한 사이임을 엿볼 수 있었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1회는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집약해서 보여줘야 하는 회차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사로잡을 첫인상이기도 하다.
촬영의 문제 인지, 편집의 문제인지 정확히 짚긴 어렵지만 제작진이 무엇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인지 드러나지 않은 것이 1회의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는 있다.
자녀들이 여행에 대한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정하는 만큼, 어떤 여행을 계획하느냐가 관건이다.
아빠들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보여준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아빠와 자녀의 캐릭터를 잡는 것도 제작진의 몫이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랜선 조카들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이젠 날 따라와'는 티빙, seezn, 시리즈온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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