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및 OTT 등, 미디어 소외층 위한 '더빙 법제화' 필요

아동, 노년층, 시각, 발달장애인 미디어 접근권 향상 위한 '노력' 필요
방송사, 제작사, OTT 기업 등에 적용되는 관련 '미디어 규제' 제정 촉구

편슬기 승인 2022.08.17 17:37 | 최종 수정 2022.08.18 09:11 의견 0
‘우리말 더빙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 기념사진(사진=OTT뉴스).


방송사와 제작사, OTT 기업 등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더빙’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 및 제도적 환경’ 마련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국회의원 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우리말 더빙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가 국회의원 도종환, 김예지 주최,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의 쟁점은 시각, 발달장애인과 노년층, 아동, 등 미디어 소외 계층의 미디어 접근권 향상을 위해 정부가 ‘우리말 더빙’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문화 소비의 주체가 20-30대인 만큼 더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더빙'은 소수의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비돼 오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성우를 대상으로 한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더빙 법제화’도 다시금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성우협회 최재호 사무총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더빙 법제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 해설 자막 및 더빙 법제화 등으로 미디어 접근성 높여야

이날 한국성우협회 김연희 이사장은 “해외 OTT의 유입으로 콘텐츠의 범람이 이뤄지는 시대지만 국내에서는 더빙보다 ‘자막’ 서비스 선호도가 높다는 인식으로 타 국가에 비해 더빙 콘텐츠 공급이 극소수인 상황”이라며 “한류 문화의 확산으로 한국과 한글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과 배움의 열의가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우리나라의 정체성 그 자체인 ‘언어’에 대한 관심이 너무 낮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나라의 정체성인 언어와 더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영일 회장은 “모바일 OTT는 접속조차 어려우며 지상파와 종편 채널 접근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라며 장애인들에게 너무나 높은 미디어 진입 장벽에 대해 호소했다.

이어 김영일 회장은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시청자 다양성을 존중, 방송 언어를 선택할 수 있고 어린이들에게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빙 법제화를 시행 중이다. 늦어도 국내 역시 22대 국회가 끝나기까지 입법이 가능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췄다.

앞서 김연희 이사장의 말과 같이 국내 미디어 시장은 OTT 기업 간 각축전이 벌어지며 콘텐츠의 범람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미디어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지상파, 공중파 등의 TV를 통한 시청보다는 OTT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런 흐름에서 국내 OTT 플랫폼의 경우 특정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 단독 공개 하기보다는 방송 채널과 동시 방영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 만큼 더빙 법제화를 통해 미디어 업계 전반적으로 더빙 문화가 정착한다면 미디어 소외 계층의 문화 향유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1인치의 벽 '자막', 3미터의 벽 '더빙'

발제자로 나선 선문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박기성 교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예로 들며 더빙의 현실을 지적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92회 오스카 감독상 수상 소감으로 "자막이라는 1인치의 벽만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소감에 대해 한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들에겐 1인치겠지만 나에겐 100피트의 콘크리트 벽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박기성 교수는 위와 같은 사례를 소개한 뒤 "콘텐츠 제작 및 송출에 있어 '더빙'을 제외한다는 건 '인권 침해'와 같다. 더빙은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즐길 수 있게 한다. 같은 콘텐츠를 두고 장애인은 시청하고 있지만 비장애인은 즐기고 있다. 장애인들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공통의 행위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아실현을 누리는 것이다. 장애인의 미디어 접근권을 고려하지 않는 영상물을 만들어서도, 송출 및 방영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대해 인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김평원 교수는 "더빙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소모되는 비용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업계 관점에서 바라본 의견을 제시했다.

김평원 교수는 "더빙 법제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미디어 접근권을 보장하고, 이를 자국어 교육 콘텐츠로 활용해 국내 및 해외에 공급한다면 추가적인 비용 회수(재원 마련)가 가능해지며 더빙 콘텐츠 제작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 OTT 플랫폼도 '더빙 법제화' 대상 벗어날 수 없어

조덕상 변호사는 "한국어 더빙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고 국가, 방송사업자, 미디어 서비스 업자들이 당연하게 제공해야 하는 콘텐츠"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 더빙 시장이 축소돼 있어 이전에 발생했던 글로벌 OTT와 성우 간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더빙이란 기본권인 인권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화 산물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는 문화 기본권이다"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시청 취약 계층이 정말 많다. 미디어 서비스 제공자들은 우리가 여건이 되는 만큼 (더빙을) 해주면 되지에 그치지 말고 시청 취약 계층이 다수의 일반 시청자들과 비등한 수준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방송 사업자, 미디어 서비스 제공자들이 편성의 자유, 비용 소모 등을 이유로 더빙 콘텐츠 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분야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 변호사는 국가가 더빙 제작 및 편성 확대 추진하는 원칙을 규정하고 그에 대한 제재나 촉진 수단도 반드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OTT 사업자들도 영상 제작, 자막 및 더빙 제공한다는 것은 다른 방송사들과 차이가 없으며 시장 내 영향력과 시청자 인식은 타 방송사보다 높고 선호되는 상황에서 국내외 OTT 사업자들 역시 (더빙에 있어)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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