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지 OTT 2기 평론가] "남친이 뜨밤의 신호를 못 알아채요"('마녀사냥 2022' 1화 사연 중에서), "남친이 관계 할 때도 마스크 끼고 하재요"('마녀사냥 2022' 2화 사연 중에서)
연애 토크쇼 '마녀사냥'이 파격 수위로 돌아왔다.
2013년 8월 처음 방송을 시작해 2015년 12월 123화를 끝으로 종영한 '마녀사냥 시즌1'은 '그린라이트'(상대에게 호감이 있다는 뜻), '낮져밤이'(연인에게 낮에는 지고 밤에는 이긴다는 뜻)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냈지만, 방송 심의를 고려해 성관계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높은 수위의 민망한 발언이 나오면 효과음과 함께 초록색 CG가 등장하는 등 에둘러 포장하고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7년의 공백기를 갖고 컴백한 '마녀사냥 2022(이하 시즌2)'는 성관계에 대해 섹스라고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섹후사'(성관계를 먼저 한 뒤에 연애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요즘 청년 연애 문화 가운데 하나로서 비중 있게 다루기까지 한다.
1화 오프닝에서는 동성 연인이 등장해 여자가 먼저 '키갈'(키스를 갈기다)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들은 촬영 중이라는 걸 알고도 입을 맞췄다.
이 같은 파격은 지난 12일 공개된 2화에서도 이어졌다.
함께 잠자리를 할 때도 마스크에 집착하는 남친 때문에 고민인 25세 여성에 대해 신동엽은 "마스크를 여기저기 활용해보며 남친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해보라"고 조언했다.
19금 농담의 귀재 답게 그는 마스크로 입을 가리는 대신 좀 더 위로 올려서 눈을 가리는 건 어떠냐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로멘트를 써줘' 코너에서 배우 이제훈을 80% 정도 닮아서 여성들의 러브콜이 끊이지않는 인기 훈남에게 플러팅으로 관심을 끌고싶다는 사연에 MC들이 아이디어를 내놓는 장면도 이와 마찬가지다.
아이키는 '투명인간 취급하기', 코쿤은 '아무 것도 안하고 머리를 올려묶은 채 맥주 마시기', 가비는 "술을 적당히 마시고 과감해지라"는 등의 제안을 했는데 신동엽은 '허벅지 공략'이라는 답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마녀사냥'은 '환승연애' '나는 솔로' 등 성과 연애를 과감하게 다루는 요즘 리얼리티 예능의 '시조새'격이다.
MC들의 명언과 스타의 베일에 가려있던 연애담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그동안 쉬쉬했지만 모두가 궁금해했던 성에 대한 담론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권·성인지 감수성·젠더 갈등 등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요즘, 일각에서는 방송초반부터 포착된 높은 수위와 성 희화화에 대해 논란을 제기한다.
1화 방송에서 남자친구가 유교보이여서 잠자리를 하고 싶다는 자신의 뜻을 못 알아챈다는 한 여성시청자의 고민을 다룬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20대 초반의 사연자는 "남친에게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신호를 어떻게 보낼지 모르겠다"고 사연을 보냈다.
이에 대해 MC들이 낸 아이디어 중에는 '여행을 가서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있는다'라는 답변부터 가슴을 도드라지게 그린 여자 상체 그림도 있었다.
심지어 인터뷰에 응한 시민은 "칵테일을 마신 후 맛을 표현한 뒤 '내 맛은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라고 물어보라는 제안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MC들의 반응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고급지다"라면서 박수를 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당황한 기색이나 망설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녀사냥'에서만 가능한 풍경이다.
이 방송이 끝난 후 일부 시청자들은 유튜브 채널 댓글에 "여자친구를 아껴주고 싶고 책임질 행동을 하고 싶은 남친일 수 있는데 남친이 이상한 것처럼 몰아간다"는 지적을 남겼다.
1화는 화제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송이었다면 2화는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송이다.
그러나 2화에서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됐다.
게스트로 출연한 댄서 가비가 게임 '내 거 만져'를 소개하는 대목은 문제시되기에 충분했다.
그저 눈-코-팔 등 술래가 제시한 신체부위를 알아맞히는 스무고개 유형의 게임일 뿐이지만, 이름 자체가 미묘한 상상력을 연상시키다보니 자칫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시청자 의견이 있었다.
신동엽은 이후 방송에서 여러 차례 '내 거 만져'를 언급하면서 19금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처럼 시즌2가 발칙해진 것은 진행자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시즌1은 30~40대 남성 4명을 진행자로 내세워 '남자들이 말하는 여자 이야기'로 꾸며졌다면, 이번에는 남성 2명 여성 2명으로 진행자의 성별 균형을 맞추고 20대(비비)를 포함시켜 요즘 연애를 들여다본다.
언어의 귀재인 작사가 김이나, '나혼자 산다'에서 예능감을 뽐낸 가수 코드 쿤스트, 깜짝 결혼발표로 화제를 모은 래퍼 넉살, 그리고 비비가 새식구로 합류했다.
이들은 전작의 남성 MC였던 유세윤과 성시경, 허지웅과는 다른 결로 그들의 빈 자리를 대체한다. 토크 프로그램 특성상 진행자들의 역할이 크다.
때문에 '마녀사냥'이 어떻게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나갈지는 그들의 몫이다.
이왕 19금으로 가는 거, 이성애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동성애자, 불륜남녀의 고민 등 폭넓은 연애담론을 펼치는 것은 어떨까.
시즌2로 돌아온 '마녀사냥'은 지난 5일부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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