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숨 쉬어라>

여름 바캉스, 방심은 금물! '숨 쉬어라‘

손여운 OTT평론가 승인 2022.08.08 11:12 의견 0

[OTT뉴스=손여운 OTT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숨 쉬어라'와 '딥워터'는 평범한 인간에게 닥친 재난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려냈다는 공통점이 있다(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여름 바캉스 시즌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미뤄왔던 간만의 비행. 설레는 마음으로 오른 비행기 안, 방심은 금물이다. 비행기가 불시착으로 오지에 떨어질 수 있으니까!

지난 7월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숨 쉬어라'는 우연히 무인도에 시착한 한 여자의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다.

휴가철을 맞아 밝고 즐거운 이야기들만 가득한 OTT 세계에서 한줄기 서늘함을 선사하는 단비같은 작품이다.

이누빅으로 가야하는 리브 리베라(멜리사 바레라)는 당장 타야하는 비행기 결항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그녀의 앞에 개인용 경비행기로 이누빅에 간다는 두 남자가 동앗줄처럼 나타난다.

그 동앗줄이 썩은 동앗줄이었다는 것은 비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난다.

바닷물에 빠진 비행기에서 조종사 역할의 남자는 부상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부조종사 노릇을 하던 샘은 수영을 못한다는 말을 남기곤 물이 차오르는 비행기에서 혼자 탈출을 감행한다.

리브 리베라는 허우적대는 샘을 발견하곤 그를 육지까지 끌어다준다.

캐나다 국경지대 어딘가에서 고립된 두 사람 앞엔 모래사장 뿐이다.

유일한 동행자인 샘은 상처로 인해 정신을 잃었고, 고통스러움에 발버둥쳤다.

그의 옆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리브 리베라는 잠시 깨어난 샘에게서 약간의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남은 건 더 큰 절망이다.

사실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가 아니며 불법 비행이기에 아무도 비행기 불시착 위치를 모를 것이라는 고백을 듣는다.

리브 리베라는 침착하게 자신이 가진 것들을 되짚어본다.

샘의 옷에 들어있던 통화불능 휴대폰과 간식 하나, 물 한 병. 약간의 지폐 역시 불을 때우기 위한 땔감으로밖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숨 쉬어라'에서 여주인공 리브 리베라는 경비행기에서 추락해 어느 무인도에 남겨진다.(사진=넷플릭스). ⓒOTT뉴스

무인도.

나를 구해줄 사람이 없는 게 확실시 된 공포의 상황.

만약 우리가 이같은 현실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리브 리베라처럼 마약이 들어있는 병을 비우고, 곰의 변을 증거로 열매를 찾아 병에 보관하며 꾸준히 먹는 등의 생존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여자는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같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과정은 드라마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드라마는 시청자가 리브 리베라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수 있도록 짜여있다.

단순히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여타의 서스펜스물과 다른 점이다.

물론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구성은 다소 답답함을 안긴다.

혹자는 현재의 급박한 상황에 대한 몰입감을 해친다고 느껴 굳이 과거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장면 삽입을 통해 그녀가 뉴욕 변호사라는 것, 아버지와 사소한 게임을 하며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왔다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수확은 바로 그녀의 뱃속에 새생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와중에도 정신을 놓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은 부모라는 이름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숨 쉬어라'는 뱃속의 아기, 오래 못본 엄마를 위해 생존의 의지를 불태우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숨 쉬어라'처럼 평범한 인간에게 갑작스레 닥친 재난을 다룬 OTT 작품은 기존에도 있었다.

넷플릭스 영화 '딥워터'의 경우 겨울 다이빙을 떠난 자매 중 한 명이 깊은 수심의 바위에 몸이 깔리면서 펼쳐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산소통이 바닥나기 전까지 동생을 구해내야 하는 언니의 이야기인데, 여기에서도 자매의 과거사가 현재와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과거 언니는 물에서 동생과 놀다가 혼자만 빠져나왔고, 이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현재의 사건의 동력이 된다.

동생을 구하겠다는 언니의 간절함에도 상황은 계속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고구마같은 답답함과 함께 응원의 감정을 느낀다.

자매간의 우애라는 인류공통의 코드를 건드려 연대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숨 쉬어라'가 심어놓은 코드는 이보다 더 강력한 '모성애'다.

리브 리베라의 엄마는 예술가로서는 훌륭했지만 엄마로선 부족했다.

가족을 떠나 연락을 끊었다고 생각한 엄마는 아빠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지만, 이를 모른 리브 리베라는 엄마를 오해했다.

뒤늦게 발견한 엽서에서 엄마는 이누빅에 머물 것이란 말을 남겼다.

바로 리브 리베라가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있어 반드시 가야한다”며 이누빅행 경비행기를 탄 이유다.

생존의 이유가 아직 얼굴도 못본 아기, 그리고 오랫동안 못 본 엄마 때문이라는 게 밝혀지고 나서야 왜 이런 구성을 택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감독은 아이러니한 삶의 단면을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꽁꽁 싸매고 있던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생존 앞에서 무력해지기 시작한다.

불행한 가정사 때문에 사랑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녀에게 목숨을 다바쳐 지켜야할 대상이 생긴 것, 엄마를 평생 기다려온 아버지가 실은 엄마와의 오해를 만든 장본인이었다는 진실도 이 추측을 상징적으로 증명한다.

덩굴 밑으로 빠져 죽음과 가까워진 순간, 덩굴 밑으로 길이 나있다는 걸 발견하는 후반부 반전도 이와 맞닿아있다.

그녀는 생존에 성공했을까? 그 결과는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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