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실은 늘 의도와는 다르게, '에덴'

웨이브 : '에덴'

김지수OTT평론가 승인 2022.07.16 09:11 의견 0
'에덴 공식 포스터(사진=iHQ). ⓒOTT뉴스'


[OTT뉴스=김지수 OTT 평론가] 필자는 넷플릭스에 얼마 전 공개되고 상위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고 머릿속에 남은 단 한 가지 대사가 있다.

"대한민국 수험생이 할 일은 딱 하나야,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출제자가 콩을 팥이라고 하면 팥인 거야."

사실 필자는 대한민국 입시에 완전히 실패했던 사람이다.

콩을 팥이라고 하면 팥이라고 받아들이는 '수용력'은 미처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하늘은 필자에게서 콩이 왜 팥이 아닌지에 대해 '분석하는 능력'마저 앗아가진 않은 듯하다.

'현실은 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에덴'의 포스터(사진=IMDb, iHQ). ⓒOTT뉴스'


연애 프로그램 춘추전국시대에 제작진이 타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의식해 준비한 듯한 여기 '에덴'에는 몇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이 차별성을 앞서 말한 필자의 분석력으로 한번 분석해보려 한다.

비록 수용력은 부족하지만, 분석력마저 부족하진 않았던 필자와 함께 '에덴'의 규칙을 함께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콩 심은 데 콩 난다.

'에덴 계명의 모습(사진=웨이브). ⓒOTT뉴스'


에덴에는 콩 심은 데 콩이 난, 그야말로 제작진의 의도대로 잘 흘러간 규칙들이 있다.

- 서열을 조장하는 존칭은 금지, 반말로 생활하라.

- 이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스킨십을 허용한다.

지금껏 많은 연애 프로그램들은 서로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가늠하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발생하는 그 미묘한 설렘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 설렘 보증수표 법칙을 '에덴'은 용기 있게 재탕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의 논리에 따른 게임을 진행하며, 출연자가 좋은 우위를 스스로 쟁취하게 만든다.

사실 힘의 논리를 따르면 서열은 날이 갈수록 더욱 나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에덴' 출연자 중에는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파워가 느껴지는 출연자가 존재한다.

그때 나이까지 공개하며 은근히 서열을 조장한다면 시청자로서는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단골 명언 "어차피 남편은 OOO(줄여서 어남O)"과 함께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반말 사용'이 제대로 된 '서열 완화 역할'을 도맡아주고 있다.

동시에 스킨십을 금지하는 프로그램은 해외의 연애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 사실 한국의 연애 프로그램에서의 스킨십은 늘 열려있었다.

하지만 실행한 출연자는 없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그럴 때 '에덴'과 같이 직접적으로 언급해주는 것은 굉장히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진이 먼저 오픈마인드를 내비치니, 출연진도 단 한 사람을 향한 순애보 노선을 유지하는 모습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제작진이 원했던 방향성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라'가 제대로 이루어진 모습이었다.

◆현실은 콩 심은 데 '팥'이 날 수도 있다는 것.

안타깝게 제작진의 의도대로 흘러가 주지 않았던 규칙들도 존재한다.

- '공개의 밤'이 다가오기 전까지 이름만 공개, 그 외의 신상은 절대 함구하라.

- 무조건 남녀 혼숙

합숙 초반, 출연진이 이름만 공개하는 방식은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당연한 공식이 되어버렸다.

본 규칙이 연애 프로그램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분명 신선하고 좋은 장치였었다.

하지만 연애 프로그램이 '연예계 입문 루트'로 변질된 현 현실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규칙이 되어버렸다.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하는 대다수의 출연자는 SNS에 이름만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그들이 주로 SNS를 통해 섭외되는 것도 이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필자는 출연진에게 핸드폰 사용이 허용되었을 때 상대방에 대해 진실로 검색하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했었다.

물론 규칙을 인터넷 검색 금지로 달아놓는다면 실효성은 있는 규칙일 것이다.

하지만 핸드폰이 연애 프로그램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장치가 되는 현실에서는 결국 있으나 마나 한 규칙이 되어버리지 않았을까?

'특이한 방 구조를 가진 에덴 하우스(사진=웨이브). ⓒOTT뉴스'


'에덴'에는 제작진의 다분히 못된 의도가 느껴지는 '남녀 혼숙' 규칙 또한 존재한다.

매일 치르는 게임에서 승리를 거머쥔 1등이 그날 밤 4개 침실의 침대 배정권을 얻게 되는 규칙이다.

'침대 배정권 모형의 모습(사진=웨이브). ⓒOTT뉴스'


이 때문에 타 프로그램에선 바깥 데이트로 인해 생성되었던 질투심들이 '에덴'에선 하룻밤의 침대 배정권을 두고 솟구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작진의 나쁜(?) 의도에도 불구하고, 나쁜(?) 결과는 초래되지 않는 양상이다.

온종일의 촬영으로 힘이 들었던 출연진은 밤에는 빠른 숙면에 들고 싶은 마음들이 화면 너머로도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혼숙으로 진전된 커플은 아직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수학여행 합숙 분위기로 잠이 드는 모습을 주로 시청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의도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필자가 언급한, 의도치 않은 상황이 비록 연출될지라도 열심히 타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준비한 '에덴'은 그 차별성에 있어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웨이브에서 매주 한 편씩 공개되고 있는 '에덴'을 매주 기다리고 있는 필자와 같은 시청자들이 바로 그에 대한 효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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