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SNS 범죄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넷플릭스 다큐 2선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n번방을 무너뜨려라', '데이트 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

이정현OTT평론가 승인 2022.06.25 07:00 의견 0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n번방을 무너뜨려라', '데이트 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 포스터(사진=다음영화) ⓒOTT뉴스


[OTT뉴스=이정현 OTT 평론가] 당신은 어떤 SNS를 이용 중인가?

필자만 하더라도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최소 3개는 사용 중이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대부분 이 중 한 개 이상의 SNS는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잠깐 SNS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 보자.

SNS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로 인터넷에서 인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는 발달된 인터넷 속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아무 때나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편리한 순기능도 있지만, 익명성과 무분별한 복제와 공유, 준법정신과 도덕성의 부재 등으로 각종 범죄로 악용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와 '데이트 앱 사기 : 당신을 노린다'는 이 수많은 SNS 중 '텔레그램'과 '틴더'를 이용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

추적단 불꽃 인터뷰 장면과 조주빈이 체포되는 장면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쳐) ⓒOTT뉴스


2022년 5월 18일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9년 언론에 보도된 N번방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에 대한 취재 및 수사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N번방 사건을 취재하고 최초로 공론화했던 기자들 '추적단 불꽃'의 '불'과 '단', 한겨레 김완, 오연서 기자, SBS 정재원 PD, JTBC 최강일 PD와 정은조 작가를 내세워 사건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부터 취재하는 과정과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 수사팀과 협력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성착취 영상을 판매한 사건으로 채팅방마다 번호를 붙여 동영상을 판매한 닉네임 '갓갓' 문형욱의 'n번방' 사건과 채팅방마다 입장 금액이 달리하여 판매한 닉네임 '박사' 조주빈의 '박사방' 사건을 묶어서 부르고 있다.

2019년 10월 한겨레 김완 기자가 처음 제보를 받았을 때 김완 기자의 "이런 것들은 십수 년 된 문제였기에 '이게 뉴스가 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처음엔 관성적으로 생각했다"라는 말처럼 실제 기사가 나간 뒤에도 대중에게 크게 어필되지 않았다.

김완 기자는 이전에도 익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추적단 불꽃' 의 탐사보도 공모전에 이 사건을 기사화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이들과 접촉해 심층 기사까지 내게 된다.

이미 예전부터 사건의 기사화가 이루어졌었지만, 사람들은 무관심했고 취재 기자는 성 착취방 참가자들의 협박과 신상털기를 당해야만 했다.

인터뷰 장면에서 그런 두려운 상황에서 자신들도 이걸 계속 취재해야하는가를 깊이 고뇌하는 언론인의 입장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취재로 계속해서 후속기사를 냄으로써 또 다른 언론인의 관심을 끌게 되고 방송을 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많은 대중에게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며 경찰 수사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박사' 조주빈을 비롯한 '갓갓' 문형욱까지 체포되었다.

◆ 데이트앱 사기 : 당신을 노린다

사이먼에게 속은 여성들의 인터뷰 장면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쳐) ⓒOTT뉴스


지난 2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데이트앱 사기'는 미국의 인기 데이팅앱 틴더를 통해 여성에게서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유럽 곳곳의 다른 여성과의 데이트를 즐기며 흥청망청 써버린 실제 인물 이스라엘 사기꾼 사이먼 레비에프(실제 이름은 시몬 하유트)를 고발한 내용이다.

실제 그에게 당한 여성들이 직접 출연하며 틴더를 통해 그를 만나게 된 과정이며 그 당시의 감정과 경험을 솔직하게 인터뷰한다.

인터뷰 하는 피해 여성들이 처음엔 재연 배우인가 생각했는데 실제 피해자임을 알고 카메라 앞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용기가 참 대단하다 싶었다.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하는 수법과 심지어 그들이 의기투합하여 경찰이 사기꾼 사이먼을 체포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다큐라기보다는 픽션 영화라고 생각할 정도로 상당히 드라마틱 하다.

어떻게 저런 수법에 쉽게 속아 넘어갈 수가 있나 싶지만, 러시아 부호와 함께 있는 가짜 사진에 준수한 외모에 다정하며 명품으로 휘감은 채 전용기까지 이용하며 재력을 뽐내는데 그를 의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사기행각을 벌이던 사이먼은 자신이 속인 여성들에 의해 만천하에 얼굴이 공개되고 노숙자 생활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녀들의 활약으로 그는 결국 체포되지만, 5개월 만에 석방된다. 이후 뻔뻔하게도 비즈니스 자문 웹사이트까지 개설해 사업을 시작했다.

피해 여성들은 여전히 그로 인해 생긴 엄청난 빚을 갚고 있는데 말이다.

◆ 나날이 늘어가는 SNS범죄, 이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사이버 지옥'과 '데이트 앱 사기' 의 공통점은 모두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SNS 를 통한 범죄라는 점이다.

그리고 두 다큐 모두 제보자와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나서서 각 언론사에 제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사건을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었고, 더불어 경찰이 좀더 적극적으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반면에 두 다큐 영화 속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제보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접한 이들 중 피해자를 탓하는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박사방 사건에서는 쉽게 돈 벌려는 욕심에 또는 일부러 보여주려고 올린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데이팅앱 사기 사건을 접한 사람들도 피해 여성들이 남자의 외모와 재력에 눈이 멀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듯 말하기도 한다.

쉽게 접하는 SNS인 만큼 그 누구라도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음에도 왜 우리는 피해자들을 비난하게 되는 걸까? 오히려 더 큰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용기있게 제보한 그들을 위로해주고 보듬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미국 사회심리학자 멜빈 러너는 '공정한 세상 가설'을 통해 이런 피해자 비난 현상을 설명했다고 한다. '공정한 세상 가설' 이란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근본적으로 정의롭고 질서 정연한 곳' 이라고 믿고 싶어한다는 가설이다.

이는 결국 선한 사람이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믿는 심리인데 피해자들이 아무 이유없이 부당하게 피해를 당했다고 받아들이는 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거기다 피해자가 그럴 만 하고 어리석어서 당했다고 비난 함으로써 자신은 그렇지 않기에 안전하고 속지 않는다는 우월감 등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 공정하지 않으며 불행은 누구에게나 이유없이 찾아온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NS 세상에서는 우리도 어떤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보다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따뜻한 위로와 그저 남에게 일어난 일로 가벼이 흘러 보내기보다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더욱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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