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장미맨션'이 공개됐다.
장미맨션은 배우 임지연, 윤균상 주연으로 사라진 언니로 인해 평범한 일상에 균열이 찾아온 지나(임지연 분)가 맞닥뜨린 진실은 무엇일지 찾아가는 생활밀착형 스릴러다.
'돼지의 왕'에 이어 티빙 오리지널 장르물의 명맥을 이을 작품으로 큰 기대를 받았으나, 드라마 4회차에 길고양이 살해 장면 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호평과 혹평이 공존하는 '장미맨션'을 연출한 감독 창 감독과 23일 인터뷰를 진행해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OTT 오리지널 작품 연출은 처음인데 기존 작품들과 OTT 오리지널 시리즈 연출의 차이점이 있다면.
- OTT 작품은 일단 영화에 비해 물리적인 시간이 길다. 그리고 다음 회로 이어지게끔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영화는 영화관에 사람들을 앉혀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 달리게끔 하는데, OTT 작품은 회별로 나눠져 있다보니까 회와 회의 접점들을 계산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Q. 티빙과 첫 협업인데, 티빙의 제작 환경은 감독으로서 어떻게 느꼈는지.
- 제작 환경이 좋았다. 글로벌 OTT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동료 감독들한테 (글로벌 OTT의 제작환경에 대해) 들어봤는데, 제작 환경은 토종 OTT나 글로벌 OTT나 비슷한 것 같다.
Q. 티빙이 다른 OTT플랫폼과 가지는 차별점은 무엇인가.
- 국산 OTT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하나의 플랫폼이 너무 커져서 독점화 돼버리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티빙이 글로벌화되는 것을 환영한다.
티빙은 상당히 체계적인 플랫폼이며 토종 OTT이기도 하다.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티빙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영화 시나리오로 쓴 작품이었는데 드라마로 공개하게 됐다. 드라마로 형식을 바꾸면서 큰 틀을 바꿨다고 했데, 초반 시나리오와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
- 캐릭터도 추가하고 스릴러 요소를 강조했다. 거의 대부분을 바꿨다고 보면 된다.
Q. 12부작의 드라마로 연출했을 때 가장 고민했던 지점과 어려웠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 연출자로서 작품의 주제 의식을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성격과 어떻게 잘 맞아 떨어지게 할지 가장 고민했다.
Q. '장미맨션'은 4화씩 총 3주 공개하는데, 왜 이런 공개 방식을 선택했는가.
- 원래는 12부작을 전체 공개하려고 했다. 2회씩 공개하자는 얘기도 나왔었다. 최종적으로 4회 공개로 결정한 것은, 4회 정도가 러닝타임 상으로도 적절하고, 범인을 찾는 이야기니까 끊어서 공개하는 방식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3등분 해서 몰아보고 싶은 분들은 3주차 정도에 몰아볼 수 있게끔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Q. 작품 초반부 배드씬에 불필요한 노출이 있다는 지적이 다수 존재한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 당황스러웠다.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와는 다르게 OTT 프리미엄으로 만들어내는 19금 드라마니까 표현의 영역에서 열려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일반 드라마의 잣대로 보면 수위가 높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OTT의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수위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해당 장면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었는가.
- 초반부에 작품의 화두를 드러낼 수 있는 강렬한 시퀀스가 필요했다. 배드씬 후에, 일상을 살아가는 여러 집들이 보이는데 그게 마치 감옥 같다. 베란다의 안전대 같은 것도 감옥 같은 느낌을 준다.
또 배드씬에서 "우리 대출 이 정도면 다 갚겠지?" 하는 일상적인 얘기를 하지 않나. 조달환 씨가 맡은 우혁은 성적인 결핍 때문에 그런 살인을 하게 되는 건데, 그것과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기 위해 필수적인 장면이었다.
Q. 드라마 첫 연출인데 감독으로서 본 '장미맨션'은 어땠는지, 만족도와 아쉬운 점 등 궁금하다.
- 당연히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너무 재미있게 찍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 배우들과의 합이 정말 좋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재미가 더 컸다.
Q. 주인공 지나 역을 캐스팅하는 데 임지연 씨의 기존 이미지 등이 영향을 끼쳤는지. 캐스팅 이유는 무엇인가.
- 결핍과 열등감이 느껴지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임지연 씨한테서 그걸 느꼈다. 또한 지나 캐릭터는 과거에 육상선수였다는 설정이 있기 때문에 체구가 너무 작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체형도 고려했다. 임지연 씨는 연기가 날로 늘어가는 훌륭한 배우다.
Q. 드라마치고는 35분 내의 짧은 분량이다. 러닝타임을 짧게 설정한 이유는?
- 특별한 이유는 없다. 드라마는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시퀀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퀀스별로 나누다 보니까 35분이 가장 적절했다.
Q. 극 초반 비 내리는 장면이 많다. 현장에서 힘들진 않았는지, 어두침침한 배경으로 스릴러의 묘미를 높이려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
- 찍느라 정말 힘들었다. 초반 4부 분량 대부분 비가 와서, 물을 몇 톤은 쓴 것 같다. 한국 드라마 중에 이렇게 물 많이 쓴 작품은 없을 듯하다. 스릴러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비 내리는 배경을 활용한 것이 맞다. 그리고 작품 전반적인 배경을 1~4부는 장마 기간, 5부부터는 폭염, 후반부는 환절기로 연출했다.
Q. 생활 밀착형 스릴러라 연출할 때 더 주의했던 지점이 있는지.
- 리얼리티를 잘 살려야 하는 이야기일수록 취재가 중요하다. 우혁 캐릭터도 의사들한테 조언을 많이 받았다.
찰리 역은 유학을 다녀와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가진 어른들의 이야기를 많이 수집했고, 지나 캐릭터처럼 가정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물론 픽션이니까 과도한 리얼리티까지는 아니지만, 시청자가 이것을 정말 내 생활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설득력 가지도록 노력했다.
Q. 임지연, 윤균상, 조달환, 이미도 등 다수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감독으로서 배우들과의 협업은 어땠는가.
- 과정이 정말 아름다웠다. 촬영이 한두 테이크 만에 다 끝났다. 촬영 전에 디렉션을 다 끝내고 촬영에 들어갈 정도로 배우들과 합이 잘 맞았다.
촬영 전에 배우들한테 '연출 노트'를 만들어서 주기도 했는데, 노트를 받자 배우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감독 활동하며 지금처럼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합이 좋았다.
Q. 연출 노트에는 무엇을 담았는가.
- 시그니쳐로 생각하는 색감,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 공간의 이미지, 날씨 배경의 변화, 시그널 에피소드 등을 설명했다.
Q. 연출 노트에 작성했다는 색감에 대해 더 듣고 싶다.
- 각 캐릭터마다 시그니쳐 컬러를 드렸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작품 전체 공개 후 답변드리겠다.(웃음)
Q. 김도윤 배우의 활약이 눈에 띈다. 캐스팅하게 된 과정과 특별히 디렉션을 준 부분이 있다면.
- 원래 조달환 배우를 찰리 역할을 시키려고 하고 김도윤 배우를 우혁 역할 시키려고 했었다. 근데 그렇게 가면 너무 뻔할 것 같더라. 영화 '곡성'에서의 이미지도 나올 것 같고... 그래서 두 사람의 역할을 바꿔 반대로 가기로 했다.
김도윤에게 유학을 다녀와서 부모에게 과보호 당한 사람들의 케이스를 많이 얘기해줬다. 그랬더니 감을 바로 잡더라. 다하고나서 보니까 조커 같기도 하고. 정신적 결핍에 대한 이야기다.
Q. 작품 OST에 가수 선우정아, 이적 등이 참여한다. 어떻게 함께하게 됐는가.
- 이적한테는 직접 부탁했다. 스릴러 장르에서 OST를 잘 안 넣는 편인데, 이 분들의 음악이 대변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적의 목소리가 주는 음산함이 있다. 처음에는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처럼 발라드곡이길 바랐는데, 노래에 스릴러 장르의 색깔을 입혀보면 어떨지 연락이 왔다. 생각지도 못한 음악이라 너무 놀라웠고 좋았다.
선우정아님은 음반사업팀에서 캐스팅했다. 선우정아님은 일상 속에서 주제를 찾아내는 분 아닌가. 그런 점을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OST 제안을 드린 후에 선우정아님이 시나리오를 다 읽고 연락을 해주셔서 가사, 멜로디 등에 대해 같이 얘기했다.
Q. 윤균상 배우는 처음으로 형사 역을 맡아서 액션을 소화했다.
- 너무 뻔한 형사 같은 이미지 말고, 소년미를 가진 배우를 원해서 윤균상을 캐스팅했다. 강력 2팀의 분위기도 팀장부터 딱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으로, 약간 유약하게 만들었다.
윤균상 씨는 이전에 사극 촬영하면서 말에서 떨어진 트라우마가 생겼고, 몸도 아직 불편하다더라.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무릎 데미지 때문에 두려워하는 걸 보고 마음이 짠했다. 그런데도 노력해줘서 고마웠다.
Q. 윤균상 씨가 장미맨션은 매회 엔딩 맛집이라고 했는데, 영화와 달리 매회 엔딩신 포인트를 잡기 어렵지는 않았는지.
- 엔딩포인트를 잘 잡아야 시청자들이 다음 회로 넘어가는데, 엔딩포인트 잡기가 정말 어렵더다. 엔딩포인트를 위해 대본을 변경하기도 했다.
Q. 앞으로 공개될 중후반부에 관전 포인트는?
- 앞으로 용의자가 초반부와 다르게 계속 바뀌는 것을 보게 되실 거다. 충격일 수도 있다. 특히 11화는 개인적으로 연출을 만족하는 화다. 11화를 눈여겨 봐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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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길고양이 학대 장면으로 논란이 있었다.
- 정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연출자로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앞으로 아동, 동물 관련된 문제에서 연출자로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시청자 반응 중 흥미로웠던 지점은?
-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나름의 시나리오를 써가며 범인을 추론하는 걸 봤는데 그게 너무 새로웠다. 이게 끊어서 공개하는 시리즈물의 묘미구나 했다. 진범이 아닌 사람을 두고 써놓은 시나리오를 보니까 아 이 사람이 범인이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관객과의 호흡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
Q. 이번 작품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 나는 늘 장르적인 변화를 주고 싶은 감독이다. 그래서 나를 '장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히치콕 같은 감독은 평생을 스릴러 장르만 찍었는데, 나는 장르를 다양하게 넘나드는 선배 감독님들처럼 저 사람은 변화에 능하구나 하는 평가를 듣고 싶다. '장미맨션'으로도 그런 평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Q. 연출하면서 마음이 편한 장르는 어떤 것인지, 새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무엇인가.
- 마음 편한 장르는 없다. 항상 어렵다. 멜로가 제일 해보고 싶고, 판타지도 해보고 싶다. JTBC 예능 '전체관람가'에서 '숲 속의 아이'라는 단편 영화를 만든 적 있는데, 그걸 장편으로 확장하는 것도 기획 중이다.
Q. 후속작이 있다면 살짝 귀띔해달라.
- 여성 액션 영화를 준비 중이다. 글로벌 OTT와 준비 중이며, 빠르면 올해 촬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Q. 시청자에게 한 마디 한다면.
- 팬분들이 12화까지 다 보셨을 때, 정말 좋은 콘텐츠 한 편을 다 봤구나 하는 느낌이면 좋겠다. 또한 우리가 사는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해 곱씹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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