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주언 OTT 2기 평론가]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1980년 5월 광주,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희태와 명희의 아련한 봄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 휴먼 멜로 드라마다.
원작은 김해원 작가의 어린이 소설 '오월의 달리기'로, 드라마는 원작의 주인공인 명수의 누나 명희를 주인공으로 각색했다.
◆ 평범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시대적 아픔
드라마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요 사건으로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 황희태(이도현 분)와 김명희(고민시 분)는 사회 운동과는 관련이 없는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청춘들의 이야기, 극 초반에 보여주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는 이후에 벌어지는 일을 알고 있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더 애틋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봉급을 쪼개 가족들한테 보내면서도 자신의 꿈인 유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3년차 생계형 간호사 명희는 봉사활동을 하던 광주 성당에서 독일 유학생 후원자로 선발돼 꿈에 한 발짝 다가가지만, 본인 부담인 비행기 삯을 구할 수 없어 난감해한다.
대신 맞선에 나가주면 비행기 삯을 내준다는 친구 이수련(금새록 분)의 제안으로 맞선에 나간다.
서울대 의대에 수석 입학했으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로 졸업을 유예하고 광주로 돌아온 희태는 아버지 때문에 강제로 맞선 자리에 나가 명희를 만나게 된다.
처음 계획과 달리 계속되는 만남을 통해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지고, 이들을 둘러싼 현실로 멀어졌다가 재회한 후 함께 도망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시간은 '그날'을 향해 달려가고, 상황은 빠르게 격변한다.
계엄군이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면서 병원에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넘쳐나는 상황 속, 이들을 두고 떠나자는 희태에게 명희는 "환자를 두고 갈 수 없다"며 병원에 남겠다고 말한다.
그들은 결국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는 결말을 맞이한다.
도망치고 싶어 하는 희태와 맞서 싸운 명희 사이의 대립과 고뇌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한편,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대학생 수련은 자본가의 딸이라는 이유로 동료들 사이에서 배척당한다.
두려움에 도망을 선택했던 수련은 다시 돌아와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다.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분명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고 말하면서.
시위는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수련의 오빠 수찬(이상이 분) 또한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생각을 바꾼다.
수찬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수련을 따라 시민들을 도우면서 제약회사 창고의 물건을 빼돌린다.
이들을 통해 드라마는 민주화 운동의 전선에 있던 사람들 역시 그 상황이 두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맞서 싸우기를 선택했던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남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밀물을 견디는 사람들을 위하여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씨네21 선정 올해(2021년)의 한국 시리즈 BEST 10'에서 8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리뷰'에서 "1980년 광주를 현재 시제로 말하기 위한 수많은 고민이 담긴, 뭐 하나 허투루 쓴 구석이 없는 밀도 높은 시대극", "역사적 상처를 섬세하게 재현하며 다시 쓰여야 할 때 제대로 쓰인 이야기", "공동체가 경험한 아픈 기억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어떻게 다음 세대와 함께 고민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 등 호평을 받았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허구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고증 오류나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던 타 드라마들과 달리, '오월의 청춘'은 당시 시대상을 잘 표현하면서 극적인 완성도도 함께 잡아낸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특히 드라마의 작가 이강은은 작품의 기획 의도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 이 이야기를 집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명희의 죽음은 '남은 사람들'을 낳은 죽음이며, 현재도 밀물의 삶을 견뎌내고 있는 또 다른 희태들을 응원하기 위한 이야기인 것이다.
작중에서 희태는 명희를 잃고 여러 번 삶을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거센 밀물이 또 나를 그 오월로 돌려보내더라도, 다시 만날 그날까지 열심히 헤엄쳐볼게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명희에게 보낸다.
이렇게 변화한 희태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송민엽 감독의 인터뷰 속 "자료조사에 공을 들인 것은 물론, 왜곡 없이 그 시대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사건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두고 드라마를 연출하려고 했다"라는 말에서도 가슴 아픈 역사인 만큼 소재에 조심스럽게 접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아련한 스토리,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과 더불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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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ㆍ18 특집] 그 시절 청춘들이 빚어낸 봄 같은 사랑 이야기 '오월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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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학생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희태와 명희의 인생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1980년대 풍경과 뜨거운 청춘들의 이야기,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과 남겨진 이들을 위한 드라마.
5월마다 떠올리게 될 웰메이드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9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8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8
→ 평점: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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