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평생 퇴사할 수 없는 회사에 취직한 여자, '세브란스: 단절'

애플TV플러스: '세브란스: 단절'

편슬기 승인 2022.04.06 16:31 | 최종 수정 2022.04.06 16:50 의견 0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이 한 명 더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나 대신 학교를 다니게 하거나 혹은 아르바이트, 직장에 다니게 한 뒤 본체인 나는 집에서 여가시간을 즐겨야지 하는 기분 좋은 공상.

그러나 그 상상에는 예상치 못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또 다른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취하고 그로 인한 결과가 나의 대인관계와 주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된다면, 아니 애초에 그를 '가짜'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그가 본체인 나를 대체하고 싶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내 삶을 망치기 위해 나와 똑같은 얼굴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낯선 장소, 테이블 위에서 눈을 뜨게 된 여자(사진=애플TV플러스). ⓒOTT뉴스

'내가 또 한 명 있다면'이라는 가정은 유사이래 꽤나 자주 다뤄진 '소재'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가 아닌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 작품은 독일 전설에서 시작된 '도플갱어' 파생작부터 민담 설화 '손톱 먹은 쥐', 복제인간을 다룬 '아일랜드' 등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애플TV플러스의 '세브란스: 단절'도 위에 나열한 작품과 맥락을 같이한다.

정신을 잃은 여자가 테이블 위에서 눈을 뜬다. 주변은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낯선 장소'다. 어디서 연결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스피커에서 이윽고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는 "질문 다섯가지에 답하면 이곳에서 나가게 해주겠다"고 제안해 온다.

그의 첫번째 질문은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였다.

여자는 '무슨 그런 쉬운 질문을'이란 표정을 짓다, 순식간에 낯빛이 창백해진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이름뿐만이 아니다, 사는 곳, 국적, 가족은 있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는 곧 패닉에 빠진다. 기억상실일까? 아니면 외계인에게 납치라도 된 것일까?

'단절' 시술을 받는 헬리.R(사진=애플TV플러스). ⓒOTT뉴스


여자의 이름은 헬리.R, 그는 '루먼'이라는 대기업에 취직한 신입이다.

루먼은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강조하는 회사로, 자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워라밸을 지켜주기 위한 조치라는 명목으로 '단절(Severance)'이란 시술을 행하고 있다.

단절 시술은 시술자의 인격을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와 오로지 직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만 만들어지는 '또 다른 나'로 분리시킨다.

바깥에서 현실 생활을 살아가는 원래의 인격은 아우티(Outtie)로, 직장에 출근해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이니(Innie)로 불린다. 이 둘은 하나의 몸을 공유하나 서로의 영역을 절대 침범할 수 없다.

1초만에 출근하는 이니, 이니의 삶엔 '퇴근'이 없다(사진=애플TV플러스). ⓒOTT뉴스


이니의 인격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장 내부에 들어서면 전등 스위치를 올리듯 켜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장 외부로 나가면 꺼진다. 그의 의식은 오로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때만 작동하기 때문에 그의 세계에는 퇴근, 휴식, 수면, 심지어 주말도 없다.

헬리.R의 이니는 출근 첫날부터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퇴사를 요구하지만 그의 아우티는 퇴사요청에 응해주지 않는다. 아우티와 이니 모두가 퇴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니는 퇴사할 수 없다.

상사에게 폭언을 퍼붓고 손가락을 자르려는 시도까지 했지만 아우티는 한 번만 더 내 몸에 상처 입히려 한다면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는 협박과 함께 이니의 의사를 철저하게 무시한다.

헬리.R과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동료들(사진=애플TV플러스). ⓒOTT뉴스


그에 굴하지 않고 헬리.R은 다양하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끊임없는 퇴사 시도를 거듭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료들에게도 차츰 변화가 일어난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일이며 바깥의 아우티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매일 반복됐던 똑같은 일상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세브란스: 단절' 오는 금요일인 8일, 마지막화인 9화를 공개로 막을 내린다. 기사가 공개되는 시점이야말로 세브란스를 감상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다.

헬리.R은 퇴사할 수 있을까? 함께 근무하는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될까? 회사의 정체는 무엇인지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세브란스: 단절' 감상을 추천한다. 참고로 지난달 14일 애플TV플러스는 '세브란스: 단절' 시즌2의 촬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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