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소년심판'이 가진 의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

진보화 승인 2022.03.29 12:10 | 최종 수정 2022.03.29 12:11 의견 0
'소년심판' 공식포스터(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

[OTT뉴스=진보화 OTT 2기 리뷰어]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연화지방법원의 소년 형사합의부에 부임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소년심판'의 주요 테마는 촉법소년 문제다.

촉법소년이란 범행 당시 형사책임 연령인 만 14세가 되지 않은 소년들을 말한다.

더욱더 악랄해지는 소년 범죄에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벌의 수위를 낮추는 것이 옳은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적용 연령을 14세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관점과 소년범의 교화를 위해 기회를 주자는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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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 판사에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차태주 판사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에서는 이와 같은 관점을 대표하는 두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심은석 판사와 차태주(김무열 분) 판사다.

심은석은 소년범들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다.

반면,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해 살인미수로 소년범이 됐다가 이후 마음을 고쳐먹고 검정고시를 통해 판사가 된 차태주는 자신처럼 아이들이 교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차태주는 촉법소년들에게 한없이 다정하다.

이 두 캐릭터는 굽힐 수 없는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대립하고 또 서로를 설득하며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

두 캐릭터가 충돌하며 빚는 갈등과 각자가 내세우는 주장의 합리성은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사체를 훼손하는 공범을 바라보는 소년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

약간의 각색을 더 하기는 했지만, 드라마를 이루는 대부분 사건은 인천 초등학생 유괴사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 N번 방 사건 등 실제 우리 사회에 있었던 범죄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인지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 없이도 극의 몰입도가 높다.

드라마 속 소년범들은 영악하다. 범죄를 저지른 후 반성은 커녕 오히려 법을 악용한다.

소년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드라마는 그들의 부모에게 주목한다.

가정 폭력과 언어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무관심한 엄마, 자녀가 벌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사랑과 존중이 아닌 무자비하게 가해지는 억압과 질타.

필자는 범죄자들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 어려운 상황에 부딪친 모든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기에 그들의 상황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데 가장 영향을 준 존재가 그들의 부모임은 분명하다.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극 중 심은석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 아이의 부모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를 하며 '의무 치료'와 '의무 부양'과 같은 판결을 내린다.

그의 판결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나근희 판사와 이야기 중인 심은석 판사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

드라마 후반부에는 강원중 부장판사(이성민 분)가 아들의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인해 판사직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부장판사가 등장한다.

바로 나근희 부장판사(이정은 분)다.

나근희 부장판사가 등장하면서 심은석이 소년범을 싫어하는 이유가 밝혀진다.

심은석은 소년범으로 인해 아들을 잃은 엄마였던 것이다.

사실 은석이 숨기고 있던 비밀은 드라마 초반부터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기는 했다.

그런 은석 앞에 나타난 나근희는 은석의 아들을 죽인 소년범들에게 판결을 내린 판사이며, 법리적인 판단과 신속한 재판이라는 기본 원리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런 나근희는 은석의 아들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한다.

아무리 피해자 부모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다지만, 판사의 아들 사건을 그렇게 신속하게 마무리했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

하지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려고만 하는 사법세태를 비판하고 기본 원리에만 충실한 채 범죄에 대한 두려움, 책임 등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소년범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소년범 문제는 소년범을 대하는 법조인들의 입장과 태도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맞춰 법의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

소년법 개정을 위해 정계로 진출하려는 강원중 캐릭터를 통해 작가가 바라보는 소년법의 미래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기를 기대했지만, 이와 같은 지점이 보이지 않아 조금 아쉽다.

하지만 '소년심판'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섬세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리고 소년범에게 심판을 내리는 판사이자 그들에게 희생된 자녀를 가진 은석은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을 달래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히지 않는 상처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유족들의 고통을 보며 많이 울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촉법소년 문제는 명확한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어렵고 심란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촉법소년 문제는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미래의 내 아이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를 봤으면 좋겠다.

마음을 울리는 묵직한 대사들을 통해 촉법소년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소년범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과연 어떤 어른이 돼야 하는지 말이다.

촉법소년 문제에 깊은 고민을 남기는 '소년심판'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 9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몰입도 등): 8

3. 음악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8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8

→평점: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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