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촉법소년, 정말 연령 하향이 답일까?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

김수진 승인 2022.03.04 11:37 | 최종 수정 2022.03.04 12:05 의견 0
소년심판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유튜브).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OTT뉴스=김수진 OTT 2기 리뷰어] 대통령 선거까지 불과 일주일도 채 안 남았다. 대선 후보들은 민심을 얻기 위해 마지막까지 열띤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은 제각기 다르지만, 일부 공약에서는 의견이 모이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다.

지난 1월 안철수 후보는 "조직적 학교 폭력이나 성폭력 등 소년 강력 범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고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또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을 공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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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연령을 왜 낮춰야 하는가?

형사미성년자는 만 14세 미만이어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책임이 조각되어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자를 말한다.

더 세분해보자면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으로 구분돼 형사 처벌과 보호처분 모두 받지 않는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형법상 처벌할 수 없지만,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는다. (최대 2년간 소년원)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구분돼 죄질에 따라 소년재판 또는 일반 형사재판을 받는다.

연령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다른 이유는 소년법의 목적이 형벌이 아닌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년법의 본래 취지와 달리 소년 범죄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며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는 2018년 7,364명에서 2020년 9,176명까지 늘었다. 재범률 또한 최근 3년 통계 기준 30%를 넘겼다.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소년 보호 사건은 총 3만 8,590건으로 2016년(3만 3,738건) 대비 15%나 증가했고,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2015년 대비 21% 늘어난 3,465명을 기록했다.

당신은 소년범을 혐오합니까?

<소년심판>은 소년법을 악용해 더욱 대담해지는 미성년자 범죄의 민낯을 다룬 작품이다.

지방법원 소년부에 근무하는 우배석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과 좌배석 판사 차태주(김무열 분)는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관계다.

심은석 판사는 소년범을 혐오하는 반면, 차태주 판사는 소년범의 갱생 가능성을 믿고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준다.

법정에 서 판사에게 질문하는 백성우(사진=넷플릭스 유튜브).

두 사람이 맡은 첫 재판은 만 13세 미성년자 백성우(이연 분)가 만 8세 아동을 유괴, 살인 및 사체 훼손한 사건이다.

법정에 선 백성우는 심은석 판사에게 "만으로 14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는데, 진짜예요?"라고 물으며 신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어지는 2차 심문에서는 범죄 사유로 조현병 진단서를 내미는 백성우.

하지만 심은석 판사는 한 가지에 오랫동안 집중이 어려운 조현병 특성상 살인 현장 정리가 불가능했을 거라며 백성우의 거짓말을 간파한다.

역으로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건을 재조사한 결과, 통화 목록 조회를 통해 공범 한예은(황현정 분)을 찾아낸다.

드디어 3차 심문일. 변호단은 형량을 낮추기 위해 한예은의 경우 계획적이 아닌 '심신 미약에 의한 우발적 범행'을, 백성우는 살인 공조가 아닌 '살인 방조'를 주장한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하나씩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마음이 급해진 아이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한다.

사전에 SNS를 통해 살인을 공모하고, 도끼로 아이를 죽인 뒤 기쁨의 춤을 추고, 뒷정리를 위해 시체를 토막 내기까지.

믿고 싶지 않은 진실에 피해 아동 부모의 가슴은 찢어진다.

재판 결과 한예은은 소년법 최고형인 20년 형, 백성우는 보호처분 최고 처분인 10호를 받는다.

돌아가는 길에 차태주 판사는 아이들에게 형벌을 내리는 것만이 답일지 고민에 빠진다.

소년범이 형을 다 마치고 사회에 나왔을 때 다시 한번 괴물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의미 없다는 반응도…

차 판사의 고민처럼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실제로 실효성이 적을 거란 의견도 있다.

소년범죄자 가운데 이미 전과가 있는 소년범의 비율은 약 40%다.

소년법의 목적대로 이들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재범률을 낮출 수 있는 노출 환경 개선, 교화 프로그램 등이 선행돼야 한다.

또, 범죄 원인이 생활고나 가정환경에서 시작될 경우, 생활 환경 개선 방법 등이 동반돼야 한다.

그간 촉법소년 연령 하향 이슈는 몇 차례 논의됐지만, 이러한 이유로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

■ 우리 사회가 한 번쯤 고민해볼 문제

<소년심판>은 지난달 25일 최초 공개 후 이틀 만에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10위에 오르며 흥행 순항 중이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발표, 27일 기준)

넷플릭스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는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만큼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진짜 현실 같은 허구(드라마)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 작품 특유의 '모두 알고 보니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는 식의 마무리가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우리 사회가 어떤 제도와 조치를 취해야 소년범이 줄어들까?

생각할수록 모르겠고 머리만 아파진다.

그래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소년심판>을 봐줬으면 한다.

문제는 단지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해결되는 셈이니까.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으며, 넷플릭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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