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넷플릭스, 콘텐츠 인질 삼고 '협박?'…"그야말로 억지"

넷플릭스, "망 사용료…콘텐츠 시장 위축으로 이어져" 주장
업계 관계자들, "1인 크리에이터까지? 납득 못해" 반응
해외 전문가 "망 사용료 차등 부과로 시장 우려 해소해야"

황지예 승인 2022.03.29 14:56 | 최종 수정 2022.03.30 11:51 의견 0
넷플릭스 딘 가필드 정책담당 부사장은 지난해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사진=언스플래시). ⓒOTT뉴스


콘텐츠 제공자에 망 이용료 지급을 강제한다면 콘텐츠 제작 의욕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업계 관계자들이 "억지 주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넷플릭스는 지난 16일 열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첫 항소심 변론기일 날, 자사 데이터 임시 서버와 회선으로 구성된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는 망 사용료 지불에 준한다고 주장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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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 22일 자사 뉴스룸에 콘텐츠 제공자·창작자에게 높은 조회수에 따라 트래픽 전송료를 강제한다면 중소규모의 CP(Content Provider, 콘텐츠 제공자)는 물론 1인 크리에이터들도 사업을 꾸려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창작자들의 콘텐츠 제작 의욕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의 이와 같은 발언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따른 부담을 콘텐츠 제작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돼 콘텐츠를 인질로 삼은 '협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넷플릭스 뉴스룸에 게재 된 내용 중 일부(사진=홈페이지캡쳐). ⓒOTT뉴스


넷플릭스의 말대로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가 '문지기'라면 망 사용료는 '통행세'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거대한 '상단'이고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의 자금을 바탕으로 로컬 콘텐츠를 제작해 납품하는 '상인'인 셈이다.

그런데 일부 상품의 수요가 높아 통행세 부담이 증가하니 이에 대한 비용 일부를 '제작 및 납품' 계약만 맺었을 뿐인 창작자들에게 강제한다? 그럼 그 주체는 누구일까? 얼핏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ISP(문지기)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특정 콘텐츠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둬 발생하는 수익은 대부분 넷플릭스의 차지다. '오징어 게임' 사례만 봐도 분명하지 않은가?

상인과 상단의 거래는 계약에 따른 제작비 지급과 완성 콘텐츠 및 일체 권리 양도에서 끝난다.

굳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상인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게 될 쪽은 문지기에게 통행세를 지급하는 상단인 넷플릭스라는 얘기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CP가 (망 사용료를)지급하는 것으로 판결될 경우, CP에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들어간다"며 "이런 경우 트래픽에 따라 망 사용료를 내게 되면 결국 조회수가 높은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이런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

우선 1인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인 유튜브, 트위치 등은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국내 ISP 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주요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2022년 의무 대상 사업자 지정 자료(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OTT뉴스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12월 일평균 수치 기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의 트래픽 양은 27.1%로, 넷플릭스(7.2%)의 약 4배다.

모든 글로벌 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건 아니다.

페이스북은 2019년부터 망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이용이 유료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최근 한국에 들어온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도 CDN사와 협력해 망 이용료를 통신사에 간접지불 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도 로컬 CDN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CP들 또한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

국내 거대 포털인 네이버, 카카오는 전체 트래픽의 2.1%, 1.2%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매년 700억~1,000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언급한 회사들 중 어느 하나도 트래픽을 과다 발생시키는 인기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추가적인 트래픽 전송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내용은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회수가 높다고 해서 트래픽 사용료를 콘텐츠 제작자에게 부담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주장처럼 CP가 망 사용료를 낸다고 해서 콘텐츠 창작자가 트래픽 사용료 부담을 질 일은 없다는 얘기다.

구글과 넷플릭스와 달리 망 사용료를 분담하고 있는 국내 OTT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그들의 '무임승차'가 '역차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1인 크리에이터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런 상황에서 1인 크리에이터를 끌고 오는 건 그야말로 억지"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주장처럼 CP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면 결국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까지 부담이 미칠게 될까?

이에 고흥석 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교수는 "망 사용료가 비용 배분 측면의 문제인 건 맞다"며 "하지만 망 이용료 지급은 아주 소수의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CP를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언급하고 있는 중소CP, 1인 크리에이터는 해당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지급이 결국 콘텐츠 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 싸늘하다(사진=픽사베이). ⓒOTT뉴스

넷플릭스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 홍보팀 관계자 또한 넷플릭스의 이런 주장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내야 하는 대가는 요금의 성격이다"라며 "넷플릭스가 언급한 1인 크리에이터들도, 콘텐츠를 공개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요금을 내고 인터넷 망을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넷플릭스는 규모가 커서 전용 회선으로 콘텐츠 전송 속도를 높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선을 대가 없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넷플릭스의 발언에 모순이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로슬린 레이튼 미국 포브스지 선임칼럼니스트 겸 덴마크 올보르대 박사는 지난 23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망 투자 분담 의무를 지울 때 콘텐츠 사업자의 규모와 트래픽 비중 등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망 이용료는 기성·대형 스트리밍 사업자를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이 만약 망 이용료를 정책적으로 법제화한다면 중소형 사업자에게는 부과하지 않는 조항을 마련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 사업자에게까지 망 투자 분담 의무를 일괄 적용하면 중소 규모 CP들의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로슬린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중소 규모 CP의 부담은 차등적인 법 적용으로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다툼은 2019년 11월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로 트래픽이 급증하자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이후 넷플릭스가 중재에 불복하고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란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으나,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인터넷 망 연결에 대한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가 지급의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며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진 2심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대가 지급의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함께 다루고 있다.

2차 변론기일은 5월 18일이며 최종판결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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