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손여운 OTT 평론가] 롤랑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은 사랑에 관한 사전 같은 책이다.
체계적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불규칙한 사랑의 본질이 꽤나 철학적으로 담겨있다.
약 80개의 챕터 중 '추억'이라는 단어를 다루는 '별은 빛나건만'이라는 챕터에는 건망증에 관한 새로운 정의가 있다.
"사랑의 정경은 처음의 황홀했던 순간처럼 뒤늦게야 만들어진다."
왜 인지 모르지만 이 대목에서<그해 우리는> 속 최웅(최우식 분)과 국연수(김다미 분)의 사랑이 떠올랐다.
남자와 여자가 말다툼한다. 둘은 5년을 만났고, 헤어진 뒤 5년이 지나 다시 만났다.
사랑하지만 이별했다. 재회한 둘은 괜한 자존심에 티격태격한다.
아픔을 겪은 이들은 다시 연인이 되기엔 두려운 것들이 너무도 많다.
남자는 여자와 더 이상 헤어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여자에게 말한다.
"친구 할까? 혹시 모르잖아. 너랑 나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잖아."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다시 다가선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랑이야기.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로 이별을 고했던 국연수와 이유도 모른 채 헤어져야 했던 최웅.
전교 꼴등과 1등, 정반대의 성향이지만 '사랑'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닮아간다.
10년이 흐른 현재, 순수함과 풋풋함은 멀리 던져두고 더 치열하고 현실적으로 변한 두 사람이 또 한 번의 빛나는 시절을 기록한다.
두 남녀가 다시 만나게 된 건 10년 전 다큐멘터리가 뒤늦게 화제를 모은 게 계기가 됐다.
그리고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다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게 된다.
이 드라마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사랑의 속성을 다큐멘터리처럼 덤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의 과거는 현재에서 반복될 위기에 처한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한 후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국연수는 최웅에게 "난 이렇게 행복하면 꼭 불안해지더라"고 말하며 이별을 암시한다.
결국 최웅과 국연수는 서로의 선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함께 유학을 가고 싶다는 최웅에게 국연수는 처음으로 좋아진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최웅 역시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새로운 삶을 살리라 결심한다.
두 사람은 또 한번 이별하지만, 이는 되려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롤랑바르트가 말한 '사랑의 정경'이 퍼즐 조각처럼 완성된 것이다.
'그 두 사람은 평생을 어떻게 사랑하고 또 살아갈까'라는 생각이 우리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한, 드라마는 끝났지만 다큐멘터리는 다시 시작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살며 사랑하는 모습을 그린 <그해 우리는>은 웨이브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해 우리는> ▶ 바로가기(웨이브)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9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9.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5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9.5
→ 평점: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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