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풋풋한 청춘 로맨스? 연애 재회 로맨스! <그 해 우리는>

넷플릭스ㆍ웨이브: <그 해 우리는>

정수임 승인 2021.12.16 07:00 | 최종 수정 2022.05.28 17:59 의견 0
드라마 <그 해 우리는> 포스터. 출처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애증이라는 거 있죠? 대개 애정과 증오는 한 끗 차이로 같이 오더라구요"

만난 지 5년, 헤어진 지 5년이 된 최웅(최우식 분)과 국연수(김다미 분)를 떠올리며, 이들의 친구 김지웅(김성철 분)이 한 말이다.

<그 해 우리는>은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로 끝났어야 할 인연이 10년이 흘러 카메라 앞에 강제 소환 되어 펼쳐지는 청춘 다큐를 가장한 아찔한 로맨스 드라마.

10년 전인 2011년, 최웅과 국연수는 고3 수험생이었다.

전교 1등 국연수와 전교 꼴등 최웅, 이들은 1등이 꼴등에게 한 달 동안 공부를 가르쳐주는 컨셉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게 된다.

둘 중 어느 누구도 선뜻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 내내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국연수는 출연료를 준다는 말에, 최웅은 부모의 간곡한 설득으로 마지못해 응하게 됐기 때문이다.

함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열아홉의 최웅과 국연수. 사진 넷플릭스

그리고 10년 후인 2021년, 그저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바랐던 최웅은 신비주의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고, 늘 앞에서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삶을 꿈꿨던 국연수는 홍보 에이전시의 유능한 팀장이 되었다.

물론 두 사람은 헤어진 후 5년 동안 누구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협업 프로젝트를 위해 핫한 일러스트레이터 '고오 작가'를 섭외해야만 하는 국연수.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고오 작가의 그림과 인터뷰를 찬찬히 살펴보던 그녀는 그가 바로 최웅이라고 직감한다.

1번 '5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부탁하러 찾아가기'와 2번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에게 작가 섭외에 실패했다고 말하기'. 두 가지 다 생각만 해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퀘스트다.

그녀는 결국 유명 작가가 된 전 연인을 찾아갔다가 그가 뿌린 물과 소금을 맞는다.

물과 소금 세례는 그가 연습해 온 나름의 소심한 복수다.

이들의 연인 시절이 상세하게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국연수가 최웅을 그토록 찾아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최웅이 국연수와 만나면 작은 복수를 꿈꿨던 영문도. 왠지 사연을 궁금하게 만든다.

스물아홉에 다시 만난 최웅과 국연수. 사진 넷플릭스

<그 해 우리는>은 방송 전 홍보물을 통해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예고했다.

열아홉 청춘을 스물아홉이 되어 다시 만나 추억 소환, 첫사랑의 그리움과 아련함을 기대했다.

하지만 몇 편을 보고 나니, 청춘 로맨스를 표방했으나 본질은 재회 로맨스였다.

이들의 10년 중 5년은 헤어져 있었지만, 나머지 5년은 충분히 연애하고 행복하고, 싸우고 이별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드라마는 다큐멘터리 촬영이라는 장치를 통해 주인공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아련함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두 사람의 인연을 연결하고, 그때의 추억과 오늘의 삶에 각각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장치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별을 경험한다.

헤어진 연인을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고 싶지 않고, 굳이 소식조차 알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드라마 속 커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인연이지만, 현실은 아마 죽을 때까지 마주칠 일이 없거나, 각자의 삶에 충실히 살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드라마가 전 연인과의 재회를 꿈꾸는 이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으겠나, 반대의 대상에게는 얼마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의문이다.

현재의 최웅과 국연수도 서로 유쾌한 재회는 아니니 이런 감정에 공감은 할지언정, 다시 사랑에 빠지는 전개를 굳이 이입하면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수도 있다.

처음 만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려내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소위 잘 먹히는 소재였다.

재회하는 남녀가 다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그보다 훨씬 섬세해야 하고 감정 변화의 공감을 이끌어야 한다.

지난 4회에서 본격적인 이들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촬영이 시작된 가운데, 앞으로 <그 해 우리는>이 이 부분을 얼마나 매끄럽게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두 사람이 연인이었던 시절의 모습. 사진 넷플릭스

나는 애정과 증오가 한 끗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두 가지를 더한 애증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현재진행형의 연인이라면 몰라도 이미 헤어진 사이라면 그 둘은 그냥 별개의 감정이다.

하지만 최웅과 국연수가 떨어져 지낸 지난 5년은, 아마도 증오보단 애정에 가까웠던 것 같다.

헤어진 인연과 다시 쓰는 청춘 로맨스, <그 해 우리는>은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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