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나의 결핍을 직면할 때, <그 해 우리는>

넷플릭스ㆍ웨이브ㆍseezn : <그 해 우리는>

김지수 승인 2022.01.30 08:00 | 최종 수정 2022.04.13 11:46 의견 0
(왼쪽부터) 김지웅, 국연수, 최웅이 함께 있는 모습. 출처 SBS 공식홈페이지


[OTT뉴스=김지수 OTT 2기 리뷰어] "도대체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 건데!! 왜 헤어져야 하는 거냐고!!"

남자의 물음을 뒤로 여자는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그들은 왜 헤어져야 했을까?

여자는 자신의 결핍을 말할 용기를 차마 낼 수 없었다.

결국 이별을 선택해버린다.

우리는 오늘 <그 해 우리는> 인물들의 속마음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 아픔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국연수와 최웅의 이별 장면. 사진 SBS 공식홈페이지

"내가 제일 버리기 쉬운 거냐. 네가 가진 것 중에?"
"아니.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인물의 오랜 아픔을 알게 되면, 마지막 이별의 대사에 사실 속뜻이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제일 하찮은 건 너야"라는 의미가 아닌, "원래부터 나는 가진 게 없어, 지금껏 힘들게 붙들면서 욕심냈던 건 너밖에 없었어"라는 의미임을.

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속사정을 몰라, 그들은 결국 이별을 하게 된다.

<그 해 우리는>에는 각자만의 아픔을 가진 세 명의 인물이 있다.

끝없는 가난과 함께 부모가 없는 고아, 하지만 자신만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할머니를 가진 국연수(김다미 분).

재력과 품성을 모두 갖춘 완벽한 부모를 가졌지만, 사실은 어릴 적 친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최웅(최우식 분).

부모가 돌아가시지도 버림받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인생만을 중요시해 자식을 방치와 무관심으로 키운 홀어머니를 가진 김지웅(김성철 분).

이들 중 누가 더 나은 가정사를 가졌다고 우리가 저울질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차마 말하기 어려운 저마다의 아픔을 품고 살아간다.

그때 <그 해 우리는>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우리가 삶을 지속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속사정도 모르고 부럽기만 한 타인의 삶에 곁눈질하며 살지 말자.

나에게는 나의 아픔을 평생에 걸쳐 치유할 독자적인 책임이 있다.

그 때문인지 <그 해 우리는>의 인물들은 아픈 가정사에 담담해지며 치유해가는 모습을 점진적으로 보여준다.

◆ '결핍'을 드러내야만 우리는 비로소 가까워질 수 있다

19살의 연수의 인터뷰 중 장난치는 웅의 모습. 사진 공식 티저 예고편 캡처


"나의 고통은 타인에겐 기회이니, 절대 타인에게 내 약점을 말해선 안 된다."

필자는 한때 이와 같은 인터넷 글에 동감해 "타인에게 완벽하게 보여야 해, 내 결점을 보여선 안 돼"라며 몸을 곧추세우고 경직된 모습을 유지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직된 몸은 경직된 사고만을 불러왔고, 인간관계도 깊은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는 결과를 몰고 왔다.

<그 해 우리는>은 결국 '결핍'을 관계 속에서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인물들을 다룬다.

필자는 <그 해 우리는>의 초중반까지 지웅과 연수에게만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반대로 최웅은 좋은 환경을 모두 갖고 있음에도 "왜 매사에 전부 우울해할까?"하며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품 후반 그의 결핍을 정확히 인지하고부터 최웅이라는 인물에 가까움을 느꼈다.

작품의 초중반까지 최웅에 대한 미흡한 정보만을 가지고 잘 알지 못한 채로 그를 판단했다.

그래서 그에게 친밀감을 느끼지 못했다.

작가는 인물의 결핍을 약점으로 표현하지 않고 '이해의 도구'로써 사용한다.

<그 해 우리는>에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던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풍기던 따뜻함과도 결이 비슷하다.

두 작품의 작가들은 인물들의 결핍을 고유한 '매력'으로 보고 있다.

타인의 결핍을 이해하게 되면, 결핍으로 형성된 타인의 고유한 특성은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 매력 덕분에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 기록된 순간들이 아름다운 드라마

직업이 다큐멘터리 감독인 김지웅. 사진 SBS 공식홈페이지


지웅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다큐멘터리는) 지금 인생 한 부분을 기록해주는 것."
"(남들은 가질 수 없었던) 19살 초여름의 한 부분을 가져봤잖아."

지웅은 다큐멘터리를 마치 그저 흘러 가버리는 것을 움켜 잡아주는 존재처럼 말한다.

연수와 웅은 5년의 이별 기간 동안 더는 둘만의 '순간'들을 가질 수 없었다.

<그 해 우리는>을 보며 계속해서 바랐던 점은, 등장인물들이 그 나이의 그 시간의 서로를 계속해서 붙잡아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해 우리는>을 다 본 지금의 시점에서는, 웅이와 연수, 그리고 모든 인물이 함께 오래도록 내 마음 한쪽에서 살아 숨 쉬기를 바란다.

<그 해 우리는>의 모든 기록이 나에겐 가장 아름답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 나 멜로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친절한 느낌의 로커는 처음 뵙는 거예요. '가정식 로커'의 느낌이랄까요. 록 어렵지 않다고 처음으로 친절하게 제 손을 잡아주신 로커님을 만난 거예요. 너무 멋있었습니다."
- 음악 경연 프로그램 JTBC <싱어게인2> 김이나 심사위원의 심사평 발췌

필자는 지금껏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물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해 우리는>의 러브 스토리에 또 다른 멜로적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사실 멜로 좋아하는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사랑 때문에 울고불고하는 멜로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그들의 러브 스토리에 한번 시선을 보내보는 것을 추천한다.

김이나 작사가의 워딩을 인용해 작품 <그 해 우리는>은 당신에게 '친절'하고 '가정식' 같은 멜로를 펼쳐낼 것이다.

작품 <그 해 우리는>은 넷플릭스, 웨이브, seezn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10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9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10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9

→ 평점: 9.4

* 평점 코멘트: 제작진의 모든 선택들이 물감이 돼 분위기 있는 그림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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