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서 고전하는 이유

한국 및 한국 드라마 키워드 검색 결과 없어
자국 콘텐츠 시청률 높은 국내 시장 특성 간과

편슬기 승인 2022.02.17 15:08 | 최종 수정 2022.02.18 14:19 의견 0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성적이 여전히 신통치 않다. 구독자를 모으기 위한 <그리드>, <너와 나의 경찰수업>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화제성은 미미하다.

지난해 국내 론칭 때만 해도 '넷플릭스'에 대항할 유일한 대적 혹은 OTT 시장의 큰 변수로 여겨졌으나 서비스 직후 미흡한 고객센터, 낮은 퀄리티의 자막 등으로 시작부터 잡음을 빚었다.

여기에 역사 왜곡 논란을 낳았던 <설강화> 방영 강행으로 국내 시청자들의 호감도는 더욱 낮아졌다. 전 세계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는 1억 2,980만 명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지속 중이나 국내에선 영 신통치 못한 모습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디즈니플러스 '한국 드라마' 키워드 검색 결과(사진=캡쳐).


■ 디즈니플러스가 간과한 '국내 OTT 소비 특성'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국내 OTT 이용자들의 소비 특성에 있다.

국내 이용자들의 OTT 소비 특성 중 하나가 바로 국내 콘텐츠 소비률이 높다는 점인데 디즈니플러스는 이를 간과해도 너무 간과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OTT 시장 선두주자로서 각 국의 로컬 제작사를 통한 콘텐츠 제작에 나선지 오래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화제성을 지닌 오리지널 국내 콘텐츠들이 잘 갖춰져 있다.

이외에도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인기를 끌었던 종영작들도 풍부해 한국 드라마 카테고리도 따로 있을 정도다.

웨이브 '한국 드라마' 키워드 검색 결과(사진=캡쳐).

지상파 3사가 연합한 웨이브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미 정평이 자자한 CJ ENM의 티빙도 국내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시청자가 어떤 작품을 봐야할 지 '고민할 수 있을'정도로 작품 라인업이 탄탄하다.

반면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국내 콘텐츠는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나는 놈>과 <너와 나의 경찰 수업>, <그리드>가 전부다.

물론 항변의 여지는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4개월 차에 불과하니 오리지널 국내 콘텐츠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있는 작품도 못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이외에 스트리밍 중인 국내 작품엔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고 싶어도 메인 화면에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따로 '한국 드라마'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도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결과창만이 뜬다.

왓챠 '한국 드라마' 키워드 검색 결과(사진=캡쳐).


디즈니플러스에는 한국 작품이 없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멜로가 체질>, <뷰티인사이드>, <아름다운 세상>, <괴물>, <검사내전>, <하트 시그널>, <눈이 부시게>, <우아한 친구들>, <모범 형사>,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SKY 캐슬>, <부부의 세계>, <아는형님>, <설강화>, <힘쎈 여자 도봉순>, <강철부대>, <미스티>, <꽃파당>까지 총 18작품을 서비스 중이다.

타 OTT 플랫폼에 비해 빈약한 구색이나 대부분이 인기리에 종영했던 명작들이다. TV 시리즈 카테고리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드라마'와 '한국' 키워드로도 찾을 수 없고 따로 한국 카테고리도 없으니 어떤 한국 작품들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본 지 기자도 디즈니플러스를 4개월 차 구독 중이나 오늘에서야 알았다. 자사가 보유 중인 콘텐츠조차 홍보가 안 되는데 국내 시장에서의 성적이 좋을리 없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키워드 검색 결과(사진=캡쳐).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 출시 직후 일일 활성사용자 수(DAU)가 59만 3,066명까지 증가했지만, 출시 20일만인 지난해 12월3일 조사에서는 30만 5,652명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후 크리스마스 대목인 24일에는 37만 3,927명으로 약 7만 명 늘었지만 여전히 30만 명대에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디즈니플러스가 12월 3일부터 24일까지 이용자 수가 약 6만 명 증가에 그친 반면 넷플릭스는 34만 4,834명이 증가했다.

OTT 업계에 종사 중인 관계자는 "OTT 서비스에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검색 환경 조성이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한국 드라마'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건 디즈니플러스 측의 실수가 아닐까 싶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디즈니플러스에 국내 콘텐츠가 적다보니 발생한 것 같기도 하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니 나중에라도 기능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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