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은 몰라도 이건 꼭 봐야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케인>

박정현 승인 2022.02.03 07:30 의견 0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징크스. 사진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캡처


[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콘텐츠를 설명하는 단 몇 줄만으로 이건 꼭 봐야돼! 다짐하게 되는 시리즈가 있다.

필자에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이 꼭 그랬다.

첫째, 2009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둘째, LOL 140여 명의 챔피언 중 하나로 소비됐던 바이와 징크스 사이에 자매 서사를 추가하였다.

셋째, 번영을 누리는 지상도시 '필트오버'와 오염된 지하도시 '자운'을 주요 배경으로 설정해 비주얼이 화려하다.

미리 말해두자면 필자는 게임과 그다지 친하지 않아서 LOL의 룰이나 세계관, 챔피언 그 무엇도 모른다.

따라서 앞으로 펼쳐질 리뷰는 온전히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 콘텐츠 내부 이야기에만 집중될 것이다.

허나 필자가 이 시리즈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LOL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컸다.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실은 단순하다.

10년 넘게 사랑 받는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

LOL 게임을 단 한번도 해본 적 없기에 대체 어떤 매력적인 세계관을 보유하고 있는지 더 궁금해졌다.

지하도시 자운의 전경. 사진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캡처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전혀 다른 두 도시가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한 '중세풍' 필트오버와 폭력과 오염물질로 가득한 '슬램가' 자운 사이의 대조는 비주얼적으로 이미 흥미롭다.

게다가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상에는 필트오버가, 지하에는 자운이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자운의 전경을 한눈에 싹 보여주는 연출은 긴 말보다 한번 보는 게 나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두 도시는 서로에게 기생하면서도 서로를 끝없이 경멸하며 또 한편으로는 애증하는 복잡한 형태로 소개되는데 이는 필트오버와 자운의 일원 사이에서도 반복된다.

필트오버의 일원들은 자운의 환경을 경멸하면서도 그곳에서만 찾아내는 금지된 주술, 약을 거부하지 못하고 자운의 일원은 필트오버의 부를 혐오하면서도 갈망한다.

가깝기에 대립과 반목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사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도시뿐 아니라 메인 캐릭터인 두 자매 사이에서도 이와 같이 복잡한 관계성이 보인다.

징크스가 저지른 사건을 보고 놀라는 케이틀린. 사진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캡처


부모를 잃고 서로를 의지하며 자운에서 살아가던 바이와 파우더 자매는 필트오버의 한 저택을 약탈했다가 나비효과로 큰 파국을 맞이한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바이와 파우더 자매를 포함한 몇몇은 훔쳐선 안 되는 것을 훔쳐버렸고, 이는 곧 필트오버와 자운 사이의 무력 충돌을 불러오면서 동시에 자운 한구석에서 도약을 준비하던 악의 존재를 움직이게끔 한다.

그 과정에서 자매는 파우더의 실수 아닌 실수로 그들을 지켜주던 사람을 모조리 잃게 되고 처음으로 서로 크게 다툰 채 생이별을 한다.

두 자매의 서사에선 안타깝지만 바로 여기서 이 애니메이션을 매력적으로 만든 두 번째, 매력적인 '징크스' 캐릭터가 나타난다.

징크스는 곧 파우더인데, 파우더가 언니에게 처음으로 혼나고 버려졌다고 오해하면서 스스로 분열돼 태어난 자아가 바로 징크스다.

탄생 배경이 어두운 만큼 징크스는 불안정하고 제멋대로이면서 동시에 파괴적이다.

흥미로운 건 이 애니메이션에서 징크스가 가진 파괴성이 오히려 큰 매력으로 나타난다는 지점이다.

액션씬에 최적화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 작화가 그 매력을 뒷받침하는데, 징크스는 아이 같이 순수하면서도 악을 지닌 인물이어서 더 어디로 튈지 몰라 집중해서 보게 되는 캐릭터다.

돈을 벌고 싶어서, 복수하고 싶어서 악을 행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그런 것.

이를테면 영화 <다크나이즈>의 조커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과 유사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지만 10대 특유의 치기를 가득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 때문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어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복잡한 심경으로 서 있는 바이. 사진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캡처


그런 한편 바이 캐릭터는 리더의 자질을 소유한 전사로 그려졌다.

마치 잘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의 표범 같다고 할까.

야성적인 본능과 빠른 판단력, 체력과 순발력을 가진 한편 측은지심을 내면에 갖고 있어서 잘 다듬어진다면 많은 이들을 보살필 리더로 클 수 있는 자질이 느껴져 그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이 시리즈는 아직 시즌 1로, 파우더가 어째서 징크스가 됐는지, 파우더와 바이 자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정도의 스토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서 있고 앞으로 살아갈 세계가 어떤 세상인지 보여주는 데도 꽤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그것이 다채로운 장면들로 사건화 돼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고 설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간과 주요 캐릭터 2인을 소개하는 정도로 리뷰를 그쳤기에 더 궁금한 점이 많으리라 추측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콘텐츠 하나를 놓치는 셈이 되겠지만 말이다.

세계관과 캐릭터들의 서사를 잘 엮어 설명적인 순간들까지 흥미롭게 느끼게 한 애니메이션 시리즈였지만, 결말부에서 너무도 노골적으로 시즌2의 등장을 예고해 아쉽기도 했다.

시즌 2가 나온다면 필자는 바로 넷플릭스로 달려갈 예정이니, 이 글을 보고 궁금해졌다면 당신도 시즌2가 나오기 전까지 시즌1을 정주행하도록.

넷플릭스 <아케인> ▶ 바로가기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