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돌>을 향한 다수의 혹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빙 : <엄마는 아이돌>

김나영 승인 2022.01.25 15:22 의견 0
<엄마는 아이돌> 공식 포스터. 사진 티빙


[OTT뉴스 = 김나영 OTT 평론가] 엄마의 삶을 사느라 본업을 잠시 뒷전으로 미뤄놨던 레전드 가수들이 한 팀을 이룬다면?

tvN <엄마는 아이돌>은 이런 상상을 그대로 실현시켰다.

<엄마는 아이돌>은 첫 화에서 쥬얼리 출신 박정아,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등장하며 높은 화제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혹평 역시 존재했다.

◆ 환영과 향수보다 우선시 된 평가

혹평은 이미 한 시대를 강타한 레전드 그룹의 멤버로서 실력을 인정 받은 이들이 왜 심사위원으로부터 평가를 받고 등급이 매겨져야 하냐는 의문에서 비롯됐다.

박정아의 무대를 듣고 평가하는 박선주. 사진 <엄마는 아이돌> 공식 네이버TV 캡처


특히 박정아의 경우, '10년 전에 머물러있다' 등의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이런 평가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시청자들은 당시 메가 히트곡 '슈퍼스타'를 부르던 '박정아'의 창법을 올드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닌 오히려 반갑고 익숙하게 여겼다.

한 때, <슈가맨>이 인기였던 이유는 과거 우리 기억 속에 살던 인기 가수들을 불러내 그 때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던 노래를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었다.

박정아의 창법이 반갑게 느껴지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은 추억을 소환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며, 평가단의 의도가 현재 K-팝 흐름에 맞게 트렌디한 그룹을 론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창법에 머무르는 것이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개성이 명확히 존재하는데 왜 현재 K-팝 흐름에 맞게 그들의 색을 바꿔야만 하는지, 이들이 왜 꼭 자신의 개성에 새로운 색을 입히면서까지 한 그룹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한, 프로젝트 그룹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팬클럽 가입 회원 수와 SNS 팔로워 수가 일정 이상 도달해야 가능한데, 이 역시 시청자의 참여와 응원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인 건 알지만 굳이 이런 장치가 필요한지 의문을 자아낸다.

오랜만에 무대에서 보는 이들을 반기는 것에 앞서 평가부터 진행되다보니 시청자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설득력이 부족한 프로그램의 취지

MBM 예능 <미쓰백>은 빛을 보지 못했던 아이돌 가수들이 인생곡을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무대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출연한 가수들은 어느정도 이름은 알려져 있었지만 최정상에 오르지는 못한, 혹은 자신이 하고 싶은 무대를 하지 못했던 가수들로 대부분의 출연자들에게서 '간절함'이 보였고, 이들의 도전기는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돌>은 이미 최정상을 경험한 이들이 왜 다시 한 팀의 아이돌이 되려고 도전을 하는지, 이것에 대한 설득력이 영 부족하다.

물론 엄마가 되고 나서 무대가 계속해서 그리웠다는 인터뷰는 이들의 근황을 드러내고, 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만 하는지를 알려준다.

자신의 무대를 가지는 것이 큰 축복이라 말하는 가희. 사진 <엄마는 아이돌> 공식 네이버TV 캡처


하지만 엄마가 되고 나서도 가수라는 기존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거나, 배우, 아이돌 멘토 등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며 왕성히 활동해온 출연자들도 존재한다.

'엄마'가 됐기 때문에 무대를 포기했고, 무대를 그리워했다는 연출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엄마가 되면서 본인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지점에서 해당 출연자들이 엄마가 되며 겪는 커리어 단절, 엄마에게 일과 육아가 양립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현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며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연출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왜 기존에 자신의 개성이 잘 묻어났던 가수 생활과 기존 팀 생활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굳이 '트렌디하고 새로운 아이돌 팀의 구성원'이 돼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기 위해서는 '엄마'였음에도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으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갔고, 그래서 아이돌 그룹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욱 값지다 것을 강조해야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부족했던 초반부와 달리 <엄마는 아이돌> 속 수 많은 도전은 시선을 잡아끈다.

다른 아이돌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리 이미 완성형인 가수들이 출연해 고퀄리티의 무대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소향 <바람의 노래>를 부르며 자신만의 보컬 실력을 뽐내는 가희. 사진 <엄마는 아이돌> 공식 네이버TV 캡처


현역으로 활동할 때만큼이나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선예의 보컬 무대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현역으로 활동할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한 가희의 보컬 무대는 전율을 자아냈다.

또한, 메인댄서 선발전, 메인보컬 선발전 등 다양한 무대를 보여주고자 한 포맷과 구성은 다채로운 볼 거리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정상을 찍었지만 거기만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레전드 가수'들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감동과 소름을 선사했다.

<엄마는 아이돌>은 초반부에 설득력이 약했다는 지적을 다수 받았지만, 이를 딛고 한 그룹이 되기 위한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이 한 그룹이 되었을 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이들의 도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담아낸다면 초반부의 혹평을 이겨내고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레전드 가수들의 아이돌 재도전기를 담은 <엄마는 아이돌>은 티빙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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