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강지우 OTT 평론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본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앤-드리-아-"라고 호출하는 순간 온갖 기상천외한 일을 시키는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의 악명을.
오늘 리뷰할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미란다의 악명에 버금갈만한 상사가 등장하며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란다가 패션계의 거물이었다면, 이 상사는 코미디계의 거물이라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두 사람 모두 높은 악명뿐만 아니라 자신의 업계에서 최정점을 찍은 인물이다.
그리고 세상에 멋지게 한 방을, 아니 여러 방을 날리는 호쾌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
요즘 뭐 보지? 하며 뻔한 드라마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에 주목하시라!
◆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 원제목은 <Hacks>
사실 한국어 제목만 보면 그저 그런 코믹 드라마 혹은 시트콤 같지만, 제목이 다가 아니다.
번역하기 전 이 작품의 원제목은 <Hacks>로, 명사로는 '글쟁이, 일꾼'이라는 뜻을, 동사로는 '자르다, 난도질하다, 거칠게 마구 차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드라마의 모든 에피소드를 보고 나면, '제목을 이렇게 잘 지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절한 단어다.
여성 코미디언으로서 스탠딩 코미디언의 최정점을 찍은 데버라(진 스마트 분)의 신랄한 말발, 거침없는 농담,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날리는 사이다 발언이 '난도질하다', '거칠게 마구 차다'라는 뜻을 연상시킨다.
또, 에이바(해나 아인바인더 분)는 지나치게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주변인에게 늘 미움을 사고 트위터에 올린 한 마디로 일자리까지 잃게 된다.
그런 에이바가 데버라의 밑에서 보조작가로 일하게 되는데, 두 사람을 이어주는 소재가 바로 '글쟁이, 일꾼'이라는 점에서 완벽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제목만 보고 이 작품을 스킵했다면, 무려 에미상 3관왕의 자리에 오른 이 작품을 꼭 감상해보길 바란다.
◆ 매력적인 워커홀릭, 거침없는 입담의 그녀들
이 드라마는 스탠드업 코미디계의 스타 데버라와 남은 것은 깡뿐인 에이바가 어떠한 계기로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가 되며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룬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와 앤드리아(앤 해서웨이 분)가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배워가며 우정 혹은 유대감을 느끼게 된 것처럼, 데버라와 에이바 또한 서로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에서, 많은 일을 겪으며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훌륭한 파트너로 거듭난다.
두 주인공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세상과 맞서 싸워나가는 모습이 빛을 발하며 통쾌함을 준다.
또, 서로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그녀들의 거침없는 입담은 어딘지 모르게 매우 닮았다.
이 드라마가 더욱 재미있는 이유는 세대와 나이를 뛰어넘는 두 여성의 멋진 우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에이바가 데버라의 전성기 시절 입담을 감상하며 깔깔 웃고, 데버라가 에이바가 사용하는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를 알아가며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렸다.
거기에 더해, 데버라가 타고 다니는 차와 럭셔리한 취미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편견을 깨는 시선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드라마
필자가 이 작품을 더욱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유쾌한 대사로 보는 내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줬기 때문이다.
게이,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홀로 아이를 키우는 동양인 여성 등 다양한 성격과 환경을 가진 캐릭터들이 구성하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두 주인공의 메인 스토리만큼이나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데버라가 자신이 젊었을 적 당했던 성희롱과 고난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자신과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추잡한 남자에게 날리는 한 방은 그 스케일이 너무 커서 그야말로 사이다 한 병을 원샷 한 느낌이었다.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이바의 거침없는 행동이 그녀의 다음 날을 걱정하게 만들면서도, 대리만족이 느껴진다.
의외로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대사가 큰 위로로 마음에 와닿기도 한다.
'고구마' 없이 사이다를 느끼고 싶은 분, 생각 없이 빵 터지고 싶은 분, 소소한 대사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하루만에 한 시즌을 끝내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정도로 유쾌하고, 거침없고, 예측불가인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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