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념을 뛰어넘은 피의 연대, 넷플릭스<모가디슈>

넷플릭스ㆍ티빙: <모가디슈>

최대건 승인 2021.12.19 06:00 | 최종 수정 2022.05.28 17:52 의견 0
<모가디슈> 메인 포스터. 네이버 영화

[OTT뉴스=최대건 OTT 평론가] 패션에 트렌드가 있듯이 영화에도 트렌드가 있다.

관객의 눈높이는 시대가 흐를수록 높아지기도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기도 한다.

한국만의 고유한 장르적 특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신파' 키워드도 중장년층 이상, 노년층에서는 여전히 통하는 키워드이다.

시대적 흐름인 핵가족화를 통해서 가족애가 과거보다 옅어진 현재의 MZ세대들은 과거 세대들보다 신파에 대한 공감이 떨어진다.

단순히 신파를 부정적인 키워드로 보기보다는 도태돼가는 옛것으로 보는 시각이 좀 더 적절할 것이다.

신파가 전체적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당하면서도, 영화계에서 여전히 신파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여전히 가족애를 중시하는 문화와 더불어 큰 명절 및 시즌에는 삼삼오오 가족끼리 모여 극장에 가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추억이자 행사로 여겼던 세대가 중요한 문화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풍경도 이제는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곧 저물 것으로 여겨진다.

영화 <모가디슈>는 그런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이다.

1990년대 대한민국은 UN 가입을 위한 세계 각국의 동의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이다.

소말리아에 파견된 한국 대사 한신성(김윤석 분)과 참사관 강대진(조인성 분) 역시 이러한 본국의 노력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지만, 소말리아 대통령과의 만남을 목전에 두고 북한 림용수(허준호 분) 대사 측의 훼방으로 무산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이에 남북 대사들 간 앙금이 쌓이게 되면서 서로 간의 극심한 견제가 계속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대치중인 남측 한신성(김윤석 분), 강대진(조인성 분)과 북측 림용수(허준호 분), 태준기(구교환 분). 네이버 영화

이러한 상황 속에서 22년간 소말리아를 장기 집권해 오던 사이드 바레 정권에 대한 불만이 쌓인 통일소말리아회의, 일명 USC는 반기를 들게 되고, 결국 쿠데타를 일으킨 USC에 의해 소말리아는 내전에 휩싸이게 된다.

소말리아 반군 측과 관계를 이어오던 북한 대사관 측은 내전이 발발하자 자신만만하게 그들을 대사관저에 불러들여 도움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되려 가지고 있던 식량과 의약품을 모두 털려버리게 된다.

림용수 대사는 어쩔 수 없이 대사관 식구들의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 대사관 측의 도움을 받기로 결단을 내리고, 이 과정에서 참사관인 태준기(구교환 분)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결국 한신성 대사의 배려로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지내게 되어 위기를 넘기게 된다.

그렇지만 남과 북 모두 내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이탈리아 대사관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내전에 휩싸인 소말리아. 네이버 영화

이탈리아 측의 배려로 케냐로 탈출할 수 있는 수송기 편을 약속받게 되지만, 20여 명에 이르는 인원을 안전하게 이탈리아 대사관저로 정해진 시각까지 이동시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비장한 각오로 남과 북은 십시일반 손을 모아서 목숨을 건 탈출 계획을 감행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최대한의 과장된 연출을 배제한 다큐멘터리즘 형식의 '드라마 트루기'를 선보인다.

사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꽤 오래전에 한바탕 유행을 거쳤고 현재 진행 중인 장르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 바탕은 시대적 비극이나 극적인 사건에 근간을 둔 실화들이기에 대체로 무거운 톤을 지닌다.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남과 북. 네이버 영화

<모가디슈> 역시 가볍지만은 않다.

그러나 엄청나게 무겁다기보다는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의 생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다양한 영화들이 떠오른다는 리뷰들이 존재하는데 필자 역시 인상깊게 본 벤 애플렉 감독 및 주연의 영화 <아르고>가 떠올랐다.

두 작품 다 실화를 바탕으로 두고 있기에 완벽한 데칼코마니라기보다는 내전과 대사관저 인물들의 생존이라는 두 큰 단락은 일치한다.

다만 작전의 형태와 인물들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오는 세세한 차이 정도가 존재한다.

영화는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요소들을 잠재적으로 품고 있다.

바로 '남북' 간의 공조라는 중요한 요소와 더불어 여성과 아이들이라는 인물 설정이 그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이러한 잠재적 위험 요소들과 더불어 전작 <군함도>에서의 실패와 비난을 의식해선지 매우 담백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각각의 인물들이 지닌 불필요한 서사를 생략하고 큰 사건의 줄기를 따라가려는 연출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실제 내전 당시의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 로케이션과 연출 스케일은 실로 할리우드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방대한 로케이션의 스케일과 긴장된 탈출에서 오는 스릴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추천을, 블록버스터의 공식적인 현란한 액션에 포커스를 맞추는 분들에게는 비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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