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를 시도한 아이돌 세계관 드라마, '너의 밤' vs 'IDOL'

웨이브 : <너의 밤이 되어줄게>
티빙 : <아이돌 : The Coup>

정수임 승인 2021.11.26 06:00 의견 0
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 <아이돌 : The Coup> 포스터. 출처 각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11월 초, 비슷한 시기에 시청자를 찾아온 두 편의 아이돌 드라마가 있다.

SBS <너의 밤이 되어줄게>(이하 '너의 밤')와 JTBC <아이돌 : The Coup>(이하 '아이돌:더쿱'). 한 작품은 보이그룹, 또 한 작품은 걸그룹의 이야기를 담는다.

방송되는 요일은 다르지만 시간은 모두 밤 10시 50분, 11시로 비교적 늦은 시간대에 전파를 탄다.

지난 7일(일) 첫선을 보인 <너의 밤>의 1, 2회 시청률은 2.1%, 1.4%, 8일(월)에 첫 방송된 <아이돌:더쿱>은 0.8%, 0.6%를 기록했다.

물론 OTT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시청률이 작품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아직 대중의 관심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미디어의 평가 역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그저 그런 아이돌 드라마로 남을 것인지,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줄 것인지, 차별화를 중심으로 두 작품을 분석해본다.

몽유병인 윤태인의 문 앞을 지키는 인윤주(위), 연습 중인 그룹 루나(아래). 사진 공식 홈페이지

<너의 밤>은 몽유병을 앓고 있는 월드스타 아이돌과 비밀리에 이를 치료해야 하는 신분 위장 입주주치의의 달콤 살벌한, 멘탈 치유 로맨스.

인기 아이돌 '루나(LUNA)'의 리더 겸 프로듀서인 윤태인(이준영 분)은 남다른 작곡 능력과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새 앨범 '미드나잇 판타지'는 대중들도 팬들의 기대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콘서트 무대 도중 갑작스럽게 쓰러져 잠들어버리고, 몽유병 진단에, 각종 구설수가 잇따르는 상황.

루나의 소속사는 유명 정신과 의사인 강선주(정인선 분)와 쌍둥이 동생 인윤주(정인선 분)를 착각해 인윤주를 윤태인의 입주 주치의로 고용한다.

5인조 인기 아이돌의 숙소에서 합법적으로(?) 함께 살게 된 여자 주인공.

그녀는 까칠한 성격의 리더와 이미 악연이 있고, 다른 4명의 멤버들과도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개중에는 다정하고 친절한 멤버도 있다. 이거야말로 팬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설정이다.

극의 큰 줄기는 비련의 음악천재 남자 주인공과 신분을 속이게 된 평범한 여자 주인공의 좌충우돌 로맨스다.

관전 포인트는 사기를 당하고 오갈 데 없어진 그녀의 귀여운 사기극이 언제까지 통할지, 당연히 전문 치료법은 아니지만 제 나름의 방식대로 윤태인의 몽유병을 잠재울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이외에도 앨범 녹음과 컴백, SNS활동, 라이브방송 등 아이돌 활동부터 콘서트 현장과 앨범 구매, 굿즈, 응원법 등 팬 문화까지 현실감 있게 잘 구현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까칠한 음악천재 리더, 실력파 꽃미남, 팬과의 소통 천재 맏형, 귀여운 막내까지.

멤버 구성 역시 어느 보이그룹에 견주어도 낯설지 않은 조합이다.

이러한 익숙함은 이 드라마의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하다.

고민이 가득한 리더 제나(위),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그룹 코튼캔디(아래). 사진 공식 홈페이지

그런가 하면 당당히 내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 실패한 꿈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안내서인 <아이돌:더쿱>은 정확히 반대의 설정이다.

데뷔 6년 차의 망한 아이돌, 소위 말하는 '망돌'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돌:더쿱>의 '코튼캔디'는 <너의 밤> 속 '루나'처럼 인기 아이돌이 아닌 해체 직전의 위기돌.

아무래도 극은 이들의 팀워크와 화합보다 고민과 갈등 위주로 흘러간다.

이들을 비추는 화면은 낮보다는 밤, 빛보다는 어둠을 자주 활용하고, 카메라 무빙 역시 현실적이고 리얼하다.

때문에 1, 2화는 마치 성공하지 못한 아이돌, 연습생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런 생활에 지친 엘(추소정 분)과 현지(안솔빈 분)의 입장도, 제나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도 중간에서 어찌할 수 없는 스텔라(한소은 분)와 채아(김지원 분)의 마음도, 그리고 팀을 위해 뭐라도 해보려 아등바등하는 제나(안희연 분)의 상황도 조금씩 이해가 가기 때문에 더욱 답답하고 짠함이 느껴진다.

아쉬운 점은, 무엇보다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는 첫 주 1, 2회 방송이 2시간 내내 이런 답답한 기조로 흘러갔다는 점이다.

망한 아이돌의 스토리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보더라도, 생각보다 그들의 실상은 더 암담했고 침울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는 예상한 것보다 배가 됐다.

대중들은 실제 인기가 없는 아이돌을 보며 '망돌', '듣보'라고 쉽게 부르곤 하지만, 정작 무대 아래 그들의 일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렵사리 잡은 라디오 스케줄에서 Dj에게 타박받는 리더, 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막내, 낮은 인지도로 드라마 촬영장에서 감독의 눈치를 보는 멤버.

흔히 '연예인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도 있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연예인 걱정을 하게 만들 정도로 이들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실제 역주행으로 성공에 이른 걸그룹 EXID도 브레이브걸스도, 인기가 없던 시절의 활동과 노력이 조명받는 이유는 현재는 인기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성공했기 때문에 노력도 인정받는다.

물론 노력하지 않는 이가 성공할 리 만무하지만, 아이돌 세계는 노력이 성공의 백퍼센트 키는 아닌 것.

결국 이 같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드라마 속 코튼캔디는 어떻게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분위기 반전이 조금은 이르게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아이돌 드라마를 향한 기대와 우려

그동안 아이돌이나 가수 도전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종종 있었지만, 큰 성공을 이룬 작품은 손에 꼽는다.

<드림하이>의 성공 이후, <드림하이2>는 형보다 못한 아우로 남았고, 비슷한 콘셉트의 각종 웹드라마 중에서도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올 상반기 KBS 2TV <이미테이션>은 이준영과 정지소를 비롯해 현직 아이돌들을 대거 캐스팅해 야심차게 시작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실제 자사 음악방송에서 팀별 홍보성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저조한 화제성과 시청률 0.5~1.3%의 성적으로 조용하게 막을 내렸다.

아이돌 세계관을 다룬 드라마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대중성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아이돌 그룹의 성공을 위해서도 대중성은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아이돌 드라마는 이러한 대중성을 얻기가 더욱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아이돌 멤버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진정성 있게 이입하지만, 드라마 속 그들의 성장 스토리는 그만큼의 몰입도 '내 손으로 직접 뽑은 우리 애'라는 애정도 갖추기가 어렵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도 공정성 문제와 유사 포맷의 범람으로 인해 열기가 한풀 꺾인 상태다.)

국내외를 통틀어 아이돌을 좋아하고 선망하는 팬은 수없이 많지만, 이들이 모두 아이돌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돌이나 팬 문화에 대해서 무척 잘 알고 있는 만큼, 실제가 아닌 드라마 속 인위적인 설정을 받아들이고 몰입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팬들의 마음조차 다 사로잡지 못하는데, 일반 대중에게까지 폭넓게 어필하기가 쉬울까.

이러한 우려는 방송 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는 캐스팅과 연기에 대한 부분인데, 아이돌 스토리가 주인 만큼, 주요 배역 캐스팅에도 당연히 아이돌이 빠질 수 없다.

물론 이제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은 예전만큼 강하지 않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아이돌과 배우 활동을 겸하고 있거나, 배우로 전향한 후 맡은 캐릭터에 몰입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아이돌 세계관 드라마에 소위 말하는 '연기멤'이 출연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너의 밤> 속 아이돌은 유키스 출신 이준영, 뉴이스트의 김종현, 워너원 출신 윤지성, AB6IX의 김동현이 있다.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히 활동 중인 이준영과 아역 배우 출신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보유한 정인선, 차곡차곡 연기 경력을 쌓아온 장동주가 극의 중심을 잡아나가고 있다.

<아이돌:더쿱>의 코튼캔디는 EXID 출신 하니, 라붐의 솔빈, 우주소녀의 엑시, 레드스퀘어의 그린. 역시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아이돌로 구성됐다.

본명 안희연으로 활발한 배우 활동 중인 하니와 소속사 대표 역의 곽시양, 정웅인 등이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 속에서 생소한 인물이 많고 분명 어색한 요소도 있지만, 실제 현실과 맞닿은 부분이 많아서인지 아직은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점차 깊은 감정선을 보여줘야 하는 중, 후반부까지 기대 이상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이돌 세계의 리얼한 구현, 망한 아이돌의 반기.

려 속에서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기존 아이돌 드라마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SBS <너의 밤이 되어줄게>와 JTBC <아이돌 : The Coup>은 각각 웨이브와 티빙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너의 밤이 되어줄게> ▶ 바로가기(웨이브)

<아이돌 : The Coup> ▶ 바로가기(티빙)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