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강지우 OTT 1기 리뷰어] 헐리우드는 대대로 서양인들만이 출연,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제작되며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맞게 점차 아시아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잡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강대국인 중국과 독창적인 문화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에 강점을 가진 일본에 비해 한국은 서구인들에게 생소한 나라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국 배우들이 헐리우드에 진출해 연기력을 뽐내기도 하고, <오징어 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콘텐츠 제작 기량을 증명하기도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고 친숙하게 만드는 이들은 또 있다.
활발한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산드라 오', '스티븐 연', '존 조', '이콰피나(노라 럼)'와 같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크리스티나 양' 역을 맡으며 이름을 알린 배우 산드라 오의 멋진 행보가 눈에 띈다.
이번 리뷰를 통해 왓챠 익스클루시브 작품인 시리즈물 <킬링 이브>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체어>에서 일명 '걸크러쉬'를 제대로 보여준 배우 산드라 오를 비교 분석해봤다.
◆ 배우 '산드라 오'가 궁금해!
한국은 나에게 미스터리한 존재다.
가끔 생각하면 눈물도 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깊은 곳에 무언가 있다.
내 영혼 속에서 모르는 부분이 많은 존재다.
내가 자라온 나라에서도 외국인이고 한국에 와서도 외국인이다.
- 배우 산드라 오
<킬링 이브>와 <더 체어>의 산드라 오를 비교해보기에 앞서, 간단히 '산드라 오'라는 배우에 대해 알아보자.
산드라 오는 1971년 캐나다 오타와주에서 태어나 몬트리올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하고, 2005년 <그레이 아나토미>의 대형병원 인턴 크리스티나 양 캐릭터를 맡으며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 <새틀라이츠(Satellites)>에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한국계 건축가 '니나'를 연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미국에서는 소수계 연기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왔고, 또 한국에서는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등의 한국 비하 발언을 했다는 루머에 휩싸여 양쪽으로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다.
2011년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할 당시 "당연히 인종차별을 겪는다. 30분짜리 코미디쇼인 '마가렛 조 쇼' 이후 10년 동안 동양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러한 루머가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다.
최근 <오션스8> <쥬만지: 넥스트 레벨>,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얼굴을 알린 배우 '이콰피나(노라 럼)'와 개인적인 친분을 다지고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또 산드라 오는 미국 오리지널 SNL에서 김정은의 수행비서를 연기했는데, 동양계 배우가 SNL에 출연한 것은 '루시 리우', '이콰피나'에 이어 3번째이다.
<킬링이브>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자 왓챠에서 산드라 오와의 독점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산드라 오라는 배우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던 인터뷰이니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한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차별의 대상이 돼왔지만, 고난을 딛고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배우 '산드라 오'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 <킬링 이브>의 이브 폴라스트리 vs <더 체어>의 김지윤
<킬링 이브>의 이브 폴라스트리와 <더 체어>의 김지윤.
모두 산드라 오가 연기한 이 두 캐릭터는 어딘가 닮은 듯 다르다.
<킬링이브>에서는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이자 전문 킬러인 빌라넬(조디 코머 분)을 쫓는 MI5직원 이브를 연기했다.
잔인한 킬러 빌라넬을 쫓으면서도 늘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주변 동료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사랑스러운 면모는 <더 체어>의 김지윤 캐릭터와 매우 비슷하다.
지윤은 팸브로크 대학 최초로 소수인종이자 여성인 최초의 학과장이 된다.
위로는 교직원들을 자르라고 쪼이고, 아래로는 말썽을 일으키는 교수(이자 지윤의 썸남) 빌 돕슨(제이 듀플라스 분) 때문에 고통받는다.
그럼에도 지윤은 학과장으로서의 책임과 영문학에 대한 사랑,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식을 바른길로 이끄려는 애정을 잃지 않고 자신이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이브와 지윤이라는 캐릭터의 큰 차이점은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있다.
〈함께 보면 좋을 '더 체어' 리뷰〉
ㆍ유리 절벽을 건너라, <더 체어>
ㆍ어디로든 거침없이 질주하는 <더 체어>
<킬링이브>에서 이브는 자신이 쫓는 빌라넬이라는 괴물과 너무 오랫동안 싸우다가 결국은 집착하게 되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사랑으로까지 보이게 해 자신은 물론 주변 인물들까지 고통으로 몰아간다.
마치 유명한 니체의 명언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를 떠오르게 하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더 체어>의 지윤은 박수 칠 때 멋있게 떠날 줄 아는 사람이다.
학생들에게 입막음을 시킨다는 오해를 사 학교 신문에까지 악질 기사로 도배가 되고, 그렇게 도와주려고 노력했던 교수들에게는 자신들을 쫓아내려 한다는 오해를 사 학과장 자리를 위협당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는 억지 부리거나 변명 한 번 하지 않은 채 쿨하게 학과장 자리를 넘긴다.
팸브로크 대학에서 오랜 자리를 지켜왔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교수들에게 늘 자리를 뺏겨야했던 조앤(홀랜드 테일러 분)에게.
◆ 두 작품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 매력 포인트 짚어보기
두 작품이 한국인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이따금 나오는 반가운 한국어 대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산드라 오는 한국계 배우이기는 하나 거의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어를 거의 못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킬링 이브>와 <더 체어>에서 나날이 발전해가는 산드라 오의 한국 발음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첫 번째 매력 포인트이다.
<더 체어>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인 돌잔치가 등장하는 장면도 있다.
한국의 어르신들이 빌에게 '소주 마실 때의 예의'를 알려주는 모습이나, 건배를 외치는 문화, 돌잔치의 하이라이트 '돌잡이'를 지켜보는 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렇듯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한국의 전통문화의 등장이 두 번째 매력 포인트이다.
마지막 매력 포인트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어가며 실제로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과 편견을 뒤집는 설정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카리스마 있는 MI5 국장, 육탄전에도 밀리지 않는 킬러 빌라넬, 흑인 여성이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모셔갈 정도로 능력 있는 교수 야즈, 동양계 여성 최초의 학과장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소수인종 차별 문제, 성차별 문제, 노인들에 대한 차별 등 여러 사회적 이슈를 다룬다.
아직 <킬링 이브>와 <더 체어> 두 작품 다 완결이 나지 않은 채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