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희진 OTT 1기 평론가] 예고편을 보아하니 대학교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다.
국내에서는 이미 본편 공개 전부터 한국계 캐나다 배우 산드라 오가 출연한다고 화제가 된 바 있다.
출연진 외에도 눈길이 갔던 이유는 국내 드라마 소재로는 흔치 않은 교수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릴까 하는 궁금증에서였다.
다소 무겁거나 지루할 법해 보이는 <더 체어>는 그 우려를 유쾌함과 예리함 그리고 통찰력까지 담아낸 '교수진의 캠퍼스물' 드라마로 바꿔놓는다.
존폐의 갈림길에 놓인 영문학과와 위기를 헤쳐나가기엔 단합되지 않는 교수진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주인공 산드라 오(김지윤 역)의 파란만장 캠퍼스 라이프가 궁금하다면?
<더 체어>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 늙은 교수 vs 신진 교수
조앤(홀랜드 테일러 분)과 엘리엇(밥 밸러밴 분)은 전형적인 교수 이미지를 보여준다.
지긋하고 꼿꼿한 외양에 고전적인 교습법을 고수하며 트렌드를 반영한 젊은 교수의 학습법을 고전을 해치는 '격 떨어지는' 방식이라 (대놓고는 아니지만 분명 속으로) 비난한다.
그놈의 4차 산업혁명의 급부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전공은 뭐니 뭐니 해도 '당장 밥 벌어먹고 사는 데는 필요하지 않은' 인문학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때문에 그런 위기 상황에서 젊은 교수인 야스민 매케이(나나 멘사 분)는 '섹스와 소설'이라는 강의명으로 혁신적인 수업을 열어 학생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한다.
젊은이 속도 모르고 조앤과 엘리엇은 혀만 끌끌 찬다.
그러나 원로 교수의 공로와 업적이 중요한 만큼 신진 교수의 실력 또한 인정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존폐 위기에 처한 영문학의 생존을 위해선 두 세대의 융화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과 화합은 <더 체어>의 전유물은 아니다.
모든 신진 교수가 실력이 뛰어난 것도, 원로 교수 모두가 꽉 막힌 것 또한 아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분명하게 그려진 적이 없던 만큼 <더 체어>의 교수 간 갈등은 '클리셰'로 느껴질 정도로 거침이 없다.
질주하는 그들의 갈등이 영문학의 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 거침없이, 불친절하게 드러내는 소수자성
아시아계 여성이 학과장이 되는 스토리.
아시아, 여성, 학과장 이 세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게다가 주인공 김지윤은 40대 미혼 싱글맘인데, 남미에서 아이를 입양해 혼자 키우며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다.
<더 체어>는 소수자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한다.
김지윤 같은 소수자가 많지 않은 나이에 영문학 학과장이 되는 이유, 그가 왜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 또 왜 굳이 남미에서 주주를 입양했는지에 대해 구태여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보단 그가 학과장으로서 부딪히는 사건과 거기서 드러나는 '아시안성'이나, 싱글맘으로 (미국에서도 다문화라고 여겨지는 남미의) 아이를 키우며 겪는 갈등 그 자체를 조명하고, 양육자 부족으로 베이비시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등에 대해 더 집중한다.
전후 맥락을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각본에 처음엔 당황해할지 몰라도 시청자도 이내 곧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마치 '이게 기본값이 되면 왜 안 돼?'라고 묻는 듯, 극은 유쾌하지만 차분하게 마무리된다.
<더 체어>는 모호하거나 헷갈리는 지점 없이 명쾌하게 흘러간다.
등장인물의 갈등과 극 중 갈등이 때론 너무 투명하고 밋밋해서 아쉬울 순 있으나, 이렇게 거침없고 명쾌하게 '그들만의 이야기'를 내놓은 적이 없었으니 그 아쉬움은 마음 한쪽에 고이 접어두기로 한다.
<더 체어>의 시즌 2가 기대된다.
더 많은 시청자의 성원이 함께하길, 그래서 더 빠른 시일 내에 시즌 2를 만날 수 있길!
넷플릭스 <더 체어> ▶ 바로가기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