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정현 OTT 1기 리뷰어] 1953년 휴전 이후 지금껏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
처참했던 동족상잔의 비극이 2021년까지도 어린 청춘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지금, 돌이켜보자.
우리는 모두 방관자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국가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군부대 내에서 묻혀버린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우리는 모른다. 다만 뉴스를 통해 수면 위로 떠 오른 몇몇 건의 사건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군대가 다 그렇지 뭐 따위의 말로 당연하게 치부하거나, 다들 그렇게 살았다는 말로 깎아내리거나, 관심 없다는 말로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 모두가 안온하게 살 수 있는 건 청춘들이 흘린 피와 땀, 눈물 덕분일 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는 깊숙하게 곪아서 도려내야 할 만큼 썩어버린 상처를 보여주며 묻는다.
"이게 정말, 안 보이냐고" 말이다.
탈영병 잡는 헌병대 근무 이탈 체포조(D.P.) 이병 안준호(정해인 분)와 상병 한호열(구교환 분)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군생활과 탈영병들의 사연을 다룬 드라마 <D.P.>는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 근무 이탈 체포조(D.P.)였던 작가 김보통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디테일이 살아 있는 데다 탈영병을 잡는다는 스토리 자체가 박진감이 넘쳐 필자 주변에도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다.
필자 역시 기대하면 실망하니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예고편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보면서 어찌할 수 없이 기대했고, 뚜껑을 열어봤을 때 그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다.
물론, 캐릭터나 스토리의 전반적인 구성에 만족했다는 이야기다.
예고편을 보면서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드라마가 현실감 있게 담아낸 군생활의 실체는 너무도 갑갑했고 화가 났으며, 가슴 아팠다.
"군대 안 왔으면 탈영할 일도 없지 않을까요?"
지난 2014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안준호가 떨리는 눈으로 상사에게 묻는 이 대사는 2014년 이전에도, 2014년을 훌쩍 지나온 지금에도 해당되는 서글픈 진실이다.
요즘 군대는 나아졌다는 말이 들리지만 끊임없이 각종 사건들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걸 보자면, 수면 아래에 묻혀 있는 사건들은 더 많을 터.
그 누구도 원해서 간 적 없는 군대, 나라의 부름에 응한 이들에게 누구든 최소한의 울타리는 되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드라마 <D.P.>가 6부에 걸쳐 다루는 이야기는 군대 내에서 지금도 자행되고 있을 부조리와 탈영병들의 사연이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군대 내 가혹행위 피해자가 될 뻔했던 안준호가 근무 이탈 체포조(D.P.) 활동을 하며 서서히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시키는 대로 탈영병을 쫓았고, 이후에는 자력으로 수사하면서 군대 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본인이 오래도록 가정 폭력의 한복판에서 살아온 평생동안 형성된 무관심하고 무덤덤한 성격을 깨고 나오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가 변화해가는 동안 옆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하며 적극 서포트하는 상병 한호열의 캐릭터 또한 이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다.
가볍고 깐죽거리면서도 때론 진지한 모습의 분위기 메이커가 없었다면 이 드라마는 좀 더 무겁게 느껴졌을 터.
안준호와 한호열의 캐미를 보며 웃다가도 눈물이 뚝뚝 흐르도록 서글프기도 한, 간만에 기억에 남는 드라마였다.
리뷰라고 쓰기 시작했음에도 스토리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는 건 드라마를 볼 때 최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서다.
이유는 단 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와 스토리, 감정선이 함께 고조되다가 결말부에 폭발하며 터져버릴 때 몰아닥치는 감정의 파장이 엄청난데 알고 보면 그 몰입의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이번 리뷰를 호기심만 살짝 심어주는 정도로 정리해보았다.
군생활을 했다면 군생활이 선연하게 떠오를 것이고, 군생활을 하지 않았더래도 이 드라마에 잔뜩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건 우리 모두 혈기왕성한 나이에 학교라는 공간에서 폐쇄적으로 살아봤기 때문일 테다.
물론, 2년여의 세월 동안 외부와의 소통이 거의 차단된 상태로 갇혀 있어야만 하는 군대와 학창시절을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누군가에겐 그 어떠한 지옥보다 가혹했던 게 바로 학창시절이었을 터.
우리는 누구나 '한때' 방관자였다.
'방관자였다'라는 말에 "나는 아니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자칫하면 내가 잔혹한 폭력의 대상이 되니까, 끼어들면 피곤해지니까, 나만 모른 척하면 편안하니까 등의 이유로 피해왔던 무수한 기억들을 편린일 망정 우리는 지니고 있다.
드라마 <D.P.>에서 이병 안준호는 근무 이탈 체포조(D.P.)로 여러 탈영병들의 사연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게 됐지만 정작 그를 따스하게 챙겨주던 단 한 명은 놓쳐야만 했다.
밖에서 수사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으레 그러려니 무심하게 넘겨버렸기에 경고의 신호가 많이 있었는데도 그는 행동하지 못했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에 여운이 진하게 남는 이유는 어쩌면 안준호가 놓쳐버린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무의식중에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잠깐 화제가 되고 마는 정도에서 끝나기보다 이 드라마로 인해 방관자들도, 가해자들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변화가 일어나는 자그마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빈 공간이 많은 리뷰를 마친다.
이 리뷰에 남겨진 빈 공간들을 채워보고 싶다면 넷플릭스에 지금 바로 접속하기 바란다.
필자에게 있어서는 올해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이 드라마, 아무리 긴 문장으로 설명해 보야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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