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뒤늦은 <환혼> 과몰입러의 <환혼> 매력 모아보기 ②

티빙·넷플릭스·시즌 : <환혼>

김지수OTT평론가 승인 2022.09.28 08:00 | 최종 수정 2022.10.12 13:08 의견 0
작품 <환혼>의 포스터(사진=공식 홈페이지). ⓒOTT뉴스

[OTT뉴스=김지수 OTT 평론가] 필자는 얼마 전 친구와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무심결에 나온 적이 있었다.

"어릴 땐 정말 부모님의 판단은 다 옳다고 생각하며 살았었지.
근데 요즘은 나한테도 의견을 구하시니까, 좀 동등한 관계가 되었달까?
동등해지니까 부모님의 귀여운 모습도 발견하게 되더라고"

정말 무심결에 나온 만큼, 말을 내뱉었던 필자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경험이었다.

필자의 어릴 적, 온 가족이 함께 보던 사극에서 유머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주몽>등 불굴의 의지로 똘똘 뭉친 위인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굳센 의지를 다지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 당시 사극에서는 가벼운 농담조차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유머는 불굴의 의지를 묽게 희석해버릴지도 모르는 존재라서일까?

그로부터 20년쯤 지난 현재, 무겁고 진중한 사극은 오히려 찾아볼 수 없어졌다.

대중의 취향이 그렇게 변해 왔다는 증거다.

하지만 한편으론 필자가 어른인 부모님을 맹목적으로 따랐던 이유와 동일하게 사극 또한 그처럼 대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필자의 기억에도 충분히 왜곡이 일어났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때의 사극을 그때의 필자가 알던 어른처럼 '진지하고 책임감'만이 가득한 존재로.

◆어른도 충분히 유치한 구석이 있다

실연 앞에 우는 이 선생과 간식 앞에 기싸움하는 박진과 진무의 모습(사진=TVING). ⓒOTT뉴스

누군가에게 어른스러움을 요구하는 것, 그건 다른 말로 점잖음이라는 과도한 짐을 지우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기 2022년도의 판타지 사극 <환혼>에선 어른의 과중한 짐을 어느 정도 덜어주고 있다.

"봤어? 저 아저씨 울어..
어른이 저렇게 콧물 흘리면서 우는 거 처음 봐.."

<환혼>은 어른의 체면 따위 잠시 제쳐 두고 사랑 앞에 울고불고하며, 먹을 것 앞에 치사해지는 어른들을 조명하고 있다.

"너희들이 나에게 사악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듯하냐?
환혼술로 더 젊고 예쁜 몸으로 바꿔준다는 말에 홀려 기꺼이 자기 스스로 몸을 내어준 것이다. 이런 (위선)자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논리와 명분대로, 나만 사악한 것이냐?"

그리고 타인을 향한 질투심 앞에서 한없이 옹졸해지는 어른들도 조명하고 있다.

필자가 직접 했던 행동들이라면 집에서 한없이 이불킥을 시전했겠지만, 작품 속 인물들이 대신해서 그럴까?

그 모습들이 오히려 작품 속 인물들을 더 인간미 있고,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사실 필자에게는 작품 속 어른들이 너무나 귀엽게도 다가왔다.

마치 최근 들어 필자가 부모님을 바라보는 시선처럼.

◆당신은 어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술주정하며 제자 장욱에게 업혀 가는 스승 허염의 모습(사진=TVING). ⓒOTT뉴스

20부작이라는 방대한 서사를 담고 있으며, 시즌 2에 더 풀어갈 이야기가 남았다는 <환혼>은 그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수많은 '인물 간의 관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 속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 그리고 집안과 집안 간의 관계성으로 우리는 '어른의 다면성'을 재차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다면성'에는 유치함과 귀여움이 특히 막대한 분량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나이에 한정 짓지 않은 인간의 다면성이 잘 표현된 요인이 분명히 있을 거란 의문이 들지 않는가?

작품 <환혼>은 주인과 시종의 러브스토리에도 주변인 모두가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세계관이다.

이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홍자매 작가들은 <환혼> 속 세계를 사실적 고증에 기반하기보다 더 자유로운 세계로 연출하고 싶었던 듯하다.

엄격한 신분제로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 시대가 아닌, 그보다는 더 자유로운 시대로.

이처럼 어른을 마치 선비와 같은 단 하나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던 필자와는 달리, 홍자매는 더 다양한 프레임으로 유연하게 어른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어른에 대한 다채로운 프레임을 갖게 해주는 작품 <환혼>은 TVING, 넷플릭스, seezn(시즌)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10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9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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