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표류 단지>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아파트, '표류 단지'

황세림OTT평론가 승인 2022.09.19 11:00 | 최종 수정 2022.09.20 09:17 의견 0

썸네일, 넷플릭스 <표류 단지>포스터 (사진=다음영화).ⓒOTT뉴스

[OTT뉴스=황세림 OTT 평론가] 오늘 소개할 작품은 지난 16일 공개된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신작 '표류 단지'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와 옥상만 겨우 모습을 보이는 아파트, '표류 단지'의 포스터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때로는 진화하고, 때로는 퇴보하며, 우리를 둘러싼 공간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 작품은 실제적인 '철거'와 추상적인 '추억'이라는 소재를 영리한 방식으로 구현해내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2018년 첫 장편 애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로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분을 수상하며 이목을 끈 신예 감독이다.

감독의 전작 '펭귄 하이웨이'와 오늘 리뷰할 '표류 단지'는 모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 줄거리

넷플릭스 <표류 단지> (사진=넷플릭스 공식 예고편).ⓒOTT뉴스

지은 지 60년이 넘어 철거를 앞둔 낡은 아파트에 살던 코스케와 나츠메는 본격적인 철거 전에 이사하고 서먹해진 채로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천방지축인 친구 타이시는 엄청난 방학 숙제 연구자료를 준비했다며, 유즈루와 코스케에게 함께 아파트에 유령이 산다는 소문을 밝혀내자고 조른다.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선 코스케와 친구들은 유일하게 현관문이 열린 112동으로 들어가고, 자신의 할아버지가 살았던 404호를 찾는다.

404호 옷장에서 졸던 나츠메를 발견하고, 나츠메는 새로 사귄 친구 놋포를 소개해주겠다며 옥상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한편, 아파트 앞을 지나던 주리와 레이나는 옥상을 뛰어다니는 유령탐험단을 목격하고 코스케를 좋아하는 레이나는 주리와 함께 옥상으로 따라 들어간다.

6명의 친구는 모두 옥상에 모이게 되고, 서로에게 서운했던 코스케와 나츠메의 언쟁은 몸싸움으로 번진다.

욱해진 감정으로 다투던 중 발을 헛디딘 나츠메가 건물 아래로 떨어지고, 동시에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자 아파트는 순식간에 바다 위를 표류한다.

◆ 천방지축! 성장하는 7명의 초등학생

왼쪽부터 레이나, 주리, 코스케, 타이시, 유즈루, 나츠메, 놋포 넷플릭스 <표류 단지> (사진=넷플릭스 공식 예고편).ⓒOTT뉴스

6명은 아이들은 두렵고 서툴지만, 성장하고 적응한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던 아이들은 처음엔 꿈일 거라며 캠프라고 생각하자며 들뜬다.

해맑고 걱정 없는 아이들의 모습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걱정보다 웃음을 유발한다.

며칠이 지나도 망망대해인 아침 풍경이 사라지지 않자, 아이들은 눈물을 보이거나 짜증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욕심을 참고 음식을 나누며, 어른들의 눈에는 철없어 보이는 폭죽놀이에도 행복을 찾는다.

놋포의 기괴한 팔이 드러났을 때도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하지만 놋포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받아들인다.

어른스러운 척하는 나츠메와 툴툴대지만 따뜻한 코스케, 밝고 활기찬 타이시, 듬직한 유즈루, 사려 깊은 주리, 솔직한 레이나까지

이 작품은 어른들이 얼마나 겁이 많고 나약한지, 아이들의 용기와 배려를 통해 깨닫고 반성하게 만든다.

상상력을 키워내는 소재와 무해한 캐릭터들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흥미진진하게 극을 끌어간다.

◆ 철거된 건물들의 영혼을 기리며

아파트에 남겨진 나츠메를 구하기 위해 관람차와 줄을 연결한 아이들, 넷플릭스 <표류 단지> (사진=넷플릭스 공식 예고편).ⓒOTT뉴스

'표류 단지'는 6명의 아이들이 있던 112동이 망망대해를 떠돌게 되는 이야기이다.

주요 배경이 되는 아파트는 철거를 앞둔 낡은 아파트이다.

극 초반엔 바다 위를 헤매는 아파트의 비밀이 무엇인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지만, 극의 중반을 향해가며 3년 전 철거된 수영장, 6년 전 사라진 백화점부터 대관람차까지 새로운 건물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비밀에 가까워진다.

영화는 '표류 단지'라는 구체화한 공간을 매개체로 추억의 공간이라는 상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유년기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한다.

철거된 건물들과 건물에 깃든 수많은 영혼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감독의 상상력은 '공간과의 이별'을 성찰하게 만든다.

우리는 집, 학교, 회사, 공원처럼 매 순간 공간에 기대어 살아가지만 어른이 되면서 무언가를 잊고, 버리는 것에 익숙해진다.

과거에 매여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라도 사라진 추억의 공간을 회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떨까.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10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8

→ 평점: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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