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황세림 OTT 평론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8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96세로 서거했다.
서거 소식에 이어 왕위계승권자인 여왕의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찰스 3세로 국왕 자리에 오르며, 10일 즉위선언문에 서명하는 일정을 마쳤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은 오는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여왕의 서거와 왕세자의 즉위에 관한 보도가 연일 이어졌는데, 뜻밖의 인물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바로 '카밀라 파커 볼스', 그녀는 찰스 3세와 30여 년의 불륜관계를 유지했으며 찰스 3세가 다이애나비 왕세자빈과 결혼한 뒤에도 이러한 관계는 이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1996년 다이애나는 찰스 3세와 이혼했으며,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세기의 아이콘이었던 다이애나의 죽음 이후, 찰스 3세와 카밀라는 윈저궁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다이애나를 지지하던 영국 국민들에게 큰 반감을 사며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이 사용했던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Princess of Wales)' 대신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찰스 3세의 즉위 이후 카밀라에게 왕비 칭호가 주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으며 19일 여왕의 장례식이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왕비 데뷔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소식을 접하며 첫 번째로 떠오른 작품이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전 세계 27개 여우주연상을 받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스펜서' 였다.
'스펜서'는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이 별거를 결심하기 직전 크리스마스 연휴 3일에 대한 이야기로 예술적인 미장셴과 불안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연출력까지 훌륭한 예술영화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 고향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허수아비에 걸쳐진 빨간 재킷을 보고 달린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향수에 감격하던 다이애나는 낡고 바랜 재킷을 챙겨 들고 왕실 별장으로 향한다.
천진난만해 보이던 모습도 잠시 별장에 도착한 다이애나는 수많은 시선과 침묵 속에 압박감을 느끼고 불안함을 온몸으로 표출한다.
하지만 그런 다이애나의 행동이 불편했던 찰스 왕세자는 그녀에게 왕실 가족으로서의 품위를 요구한다.
직접적인 압박에 다이애나의 스트레스는 한계에 다다르고, 그녀는 3일간의 방황 끝에 새로운 결정을 내리기로 한다.
◆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정점
실존 인물, 특히나 대중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인물의 외면과 내면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서 굉장한 부담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다이애나 스펜서'는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임과 동시에 파파라치와 가십의 피해자였다.
단정하고 정제된 모습과 불안하고 음울한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고, 설득력 있게 그려진 점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력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패션과 제스쳐 등을 세밀하게 표현해내며 실제 다이애나가 살아 움직인다는 착각을 만들어냈다.
연약한 개인과 강인한 모성을 모방이 아닌 재창조의 방향으로 풀어냈으며 이는 역사적 캐릭터에 대한 일방적인 미화가 아닌 열정적인 해석이라고 느껴졌다.
실제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스펜서'를 통해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되며 연기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다.
◆ 네루다, 재키를 이은 파블로 라라인의 '스펜서'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삶에서 비극의 죽음을 맞는 다이애나 스펜서,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아는 이라면 '스펜서'의 배경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식이나 파리에서의 교통사고처럼 굵직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스펜서'는 왕실 가족이 샌드링엄 별장에 모여 보내는 크리스마스 연휴 3일 동안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며 정체성에 대해 의심하고 어떻게 움직일지 결심한다.
개인적으로 흔하게 소비되는 사건들이 아니기에 오히려 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영리한 장치라고 생각된다.
음악은 <팬텀 스레드>, <파워 오브 도그>로 아카데미를 사로잡은 조니 그린우드가 맡았다.
작품 속에서 고요하고 일상적인 크리스마스처럼 보이지만, 정제된 음악은 답답하고 숨 막히게 느껴진다.
반대로, 다이애나가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나 공황이 심해지는 장면에서는 웅장한 배경음악으로 연출하며 예술성을 한껏 끌어올린다.
'스펜서'는 영상미 또한 뛰어난 작품인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클레어 마통 촬영 감독이 참여했다.
의상 감독은 <작은 아씨들>, <안나 카레니나>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은 재클린 듀런이 맡았는데, 다이애나가 착용하는 의상과 장신구들은 그녀의 내면을 함께 설명하기 위해 공들였다고 느껴진다.
눈길을 끄는 붉은 색과 노란색 셋업, 무채색의 드레스들은 다이애나의 심리에 따라 일관적으로 변주되며 재미를 만든다.
이 작품은 시청각적으로 굉장히 풍부한 작품이라 여러 번 보고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네루다, 재키와 같은 작품과 같은 파블라 라라인의 이전 작품들 혹은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예술영화를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세밀한 심리묘사와 높은 시각적 만족감을 주는 '스펜서'를 추천한다.
'스펜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9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6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9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9
→평점 : 8.4
*평점 코멘트: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몰입감이 높았다고 생각되지만, 대중적인 재미와 감동을 고려해 6점으로 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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