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서양의 시각으로 보는 결혼의 가치 '블랙의 신부&브리저튼'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의 신부, 브리저튼 시즌 1,2

정수임OTT평론가 승인 2022.08.28 11:46 | 최종 수정 2022.08.28 11:48 의견 0
드라마 '블랙의 신부', '브리저튼' 포스터(사진=넷플릭스).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2002년,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는, 혹은 서른 언저리가 된 어른에게 결혼이란 무척 자연스러운 단계였다.

사람들은 때가 되면 결혼해 자녀를 낳고 가정을 이루는 것을 당연히 여겼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인 서른 살 미혼 김삼순을 노처녀라 불렀다.

2022년, 이제 서른 언저리의 어른은 더 이상 결혼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기가 늦어지기도 하고, 인생의 목표에서 중요도가 빗겨나가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결혼은, 어느새 '필수'에서 '선택'으로 그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 흐름을 단순히 한두 가지의 이유만으로 꼽기는 어렵다.

부동산 상승·경제력 부족 같은 외부적 요인과 배우자, 자녀보다 본인에 대한 가치를 더 우선으로 두는 가치관의 변화 같은 내부적 요인 등 여러 복합적인 배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5~39세 미혼남녀 1000명(남녀 각 500)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계획'을 조사한 결과, '꼭 할 것'(19.3%)이라는 답과 '아마도 할 것'(51.4%)이라는 답으로 긍정적 의사가 70.7%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배우자의 조건' 1~3위는 '성격·가치관'(89.3%), '외모'(40.9%), '소득'(28.9%) 순이었다. (중복 응답 가능)

결혼의 중요도는 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결혼이 지닌 가치와 의미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신부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연인과 달리, 부부가 주는 안정감과 사회적 인정이 존재한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최근 OTT미디어와 콘텐츠에서는 결혼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두 가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통해, 결혼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각을 탐구해보자.

드라마 '블랙의 신부' 속 욕망과 탐욕 (사진=넷플릭스). ⓒOTT뉴스

'블랙의 신부'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이하 결정사)를 배경으로 한다. 게임회사 대표인 이형주(이현욱 분)는 능력·재력·외모 등 뛰어난 조건 덕에 최상위 블랙 등급 중 가장 눈에 띄는 신랑감으로 꼽힌다.

주목할 만한 점은 드라마 속에서 남성보다 여성을 결혼에 적극적인 인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결정사에 가입할 때부터 이형주를 염두에 둔 변호사 진유희(정유진 분)는 그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청와대 비서관인 고애란(김선경 분)도 대학교수인 딸 정미진(김소라 분)의 짝으로 일찌감치 이형주를 점찍었다.

반면 모친의 성화에 마지못해 결정사에 가입한 이형주는 재혼에 대한 의사가 크지 않다.

그의 친구인 변호사, 의사 등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있는 남성은 결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첫사랑 서혜승을 아직 잊지 못한 대학교수 차석진(박훈 분)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부모는 또 어떠한가. 서혜승과 이형주, 정미진의 어머니, 차석진의 새어머니이자 결혼정보회사 대표 최유선(차지연 분) 등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자녀의 혼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는 모두 모친이다.

몇 안 되게 등장하는 부친은 대개 부재하거나 딸의 존재를 부정하는 인물로 설정됐다.

목적을 위해 남을 짓밟는 악녀 진유희에 대적하기에, 상대적으로 주인공 서혜승의 파워는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은 스스로 힘을 키워 진유희에게 복수하는 스토리를 기대하지만, '블랙의 신부'는 애초에 그런 방향성은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2회에서 '미운 사람을 이기는 법'을 묻는 서혜승에게, 최유선의 답은 "두려운 존재가 될 것, 부자가 될 것,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욕망과 탐욕을 사랑해볼 것"이다.

이는 극의 전체 흐름을 함축하는 대목이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이형주를 사로잡은 것도 그녀의 능력이며, 어쩌면 최유선의 조언을 가장 충실하게 해석하고 따른 결과물이다.

전반적으로 본인과 자녀의 결혼에 적극적인 것은 여성이었으나, 결국 복수를 성공시키는 것은 남성의 권력과 도움이라는 결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어딘가 현실적이기도 해 기분이 묘해진다.

드라마 '브리저튼' 속 브리저튼 남매 (사진=넷플릭스). ⓒOTT뉴스

'브리저튼'은 지난해 시즌1에 이어 올봄 시즌2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배경은 1800년대 영국 런던으로, 상류층 귀족 사회에서 결혼이란, 사랑의 결실이기보다 가문 간의 결속에 가깝다.

특히 명망 있는 가문의 자녀들에게 좋은 혼사는 최고의 성취이자, 인생의 가장 중대한 목표로 다뤄진다.

극 중 모든 귀족 집안이 조건을 최우선으로 한 결혼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유일하게 브리저튼 자작 가문의 안주인 레이디 바이올렛 브리저튼(루스 게멀 분)만 자녀의 마음과 의사를 존중해준다.

브리저튼 8남매 중 눈여겨볼 인물은 시즌1의 장녀 다프네(피비 디네버 분)와 시즌2의 장남 앤소니(조나단 베일리 분), 그리고 둘째 딸 엘로이즈(클라우디아 제시 분)다. 이들의 사교계 데뷔와 결혼에 대한 에피소드는 한 편 한 편 무척 흥미롭다.

왕비의 주도하에 그 해 사교계의 '다이아몬드'가 되면, 최고의 신붓감으로 주목받는다. 다프네는 미모와 기품으로 다이아몬드에 뽑히지만, 마냥 수동적인 인형과는 거리가 먼 외유내강형 캐릭터.

좋은 아내,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인 그녀는 자신의 미래에 누구보다 강단이 있다. 주변에서 골라주는 혼처를 모두 마다하고 자신의 신랑감을 직접 결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치 관례처럼 다이아몬드로 뽑힌 신붓감에게 청혼한 앤소니도 결국 진짜 사랑을 찾고, 사교계 데뷔와 혼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엘로이즈도 마침내 영혼이 끌리는 상대를 만나자, 그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물론 다프네와 앤소니의 결혼이 각각 신분 격차를 극복하고 이룬 결과물은 아니라는 점이 묘하게 현실을 보여주는 포인트라 생각한다.

사이먼(레게 장 페이지 분)은 공작이며, 카르마(시몬 애슐리 분) 역시 가문의 후견인으로 레이디 댄버리(아됴아 안도 분)가 있다. 때문에 이들과 다른, 향후 새 시즌에서 이어질 엘로이즈의 사랑이 더욱 기대된다.

이처럼 19세기 영국부터 21세기 한국까지, 여전히 결혼이란 집안 간의 결합에 기반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두 작품은 집안과 신분, 갖가지 조건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도, 이면을 살펴보면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사랑의 판타지를 담은 드라마는 비현실적이지만, 과정 혹은 결말 둘 중 하나는 지극히 현실에 베이스를 두고 이야기를 채워 나간다.

◆ OTT 지수(10점 만점)

▶블랙의 신부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6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6.0

▶브리저튼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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