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유니 OTT 평론가] 필자는 액션물을 좋아한다. 영화 '카터'의 경우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예고편이 올라왔을 때부터 기대를 가지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물론, 그 기대에 불안함도 끼어 있긴 했다. 한국형 액션물 중에서 탄탄한 캐릭터성을 바탕으로 재치 있는 스토리를 끌어낸 작품이 몇 없어서였다.
다만, DMZ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미국과 북한이 초토화되었다는 배경 설정과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뜬 카터(주원 분)의 입 안에 살상용 폭탄이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 끌렸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라고 외쳤던 한 남자와 그로 인한 방송사고를 연상케 하는, 카터 머릿속에 장착된 '기묘한' 장치도 흥미로웠다. 카터의 행동반경 내 지형지물과 주의해야 할 인물들을 캐치할 수 있게끔 하며, 그의 귓속에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유도하니까.
정신 차린 순간 영문도 모른 채 CIA에 쫓기는 입장으로, 귓속의 목소리를 따라 한 소녀를 구해내지 않으면 입 안의 살상무기가 터져 죽을지 모른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긴장감을 주기 마련인데... 문제는 지루했다.
대체 왜 지루한 걸까. 그 무료한 감정을 2가지로 정리해보았다.
◆ 이 영화가 지루한 2가지 이유
첫째, 잔인한 장면이 무의미하게 소비되었다.
이 영화의 시작 순간부터 총기와 칼, 액션씬으로 가득 찼으며, 많은 이들이 단번에 죽거나 다쳐서 유혈이 낭자했다.
정신 차린 순간부터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카터가 귓속의 말소리를 믿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의지하며 도망 다니는 구성은 좋았지만, 너무 많은 피를 초반부부터 보여줘서 폭력적 장면과 액션씬에 무뎌지게 만든 게 패착이었는지 모른다.
도입부부터 너무 많이 보다 보니 그 뒤에는 나와도 그다지 카터가 걱정되지 않았고, 심장이 쫄깃하게 긴장되지도 않았으며, 그저 붉은색으로 가득 찬 풍경을 보듯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하여 자세하게 말하지 않겠지만, 엔딩까지 다 보고 난 이후에도 그 장면이 필요했던 이유가 보이지 않았다.
둘째, "기-승-전-신파"는 이제 지겹다.
차라리 카터가 CIA에 쫓기고, 생사를 넘나드는 이유를 마지막 즈음에 알려주는 편이 나을 뻔했다.
이 영화에서는 왜 그가 소녀를 구해서 북한 측에 데려다 줘야 하는지 너무도 상세하게 "대사"로 설명한다.
더 큰 문제는 그 이유가 매력적이지 않았고, 종국에는 "가족을 구해야 한다"라는 지극히 익숙한 신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카터가 열심히 할수록 영화에서 멀어지는 기분, 스토리가 미흡하면 액션물도 지겨워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리뷰를 읽었다면 이 영화, 장점은 없느냐고 묻는 이가 있을 테다.
서두에 말했던 바와 같이 시원스러운 액션씬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영문도 모른 채 쫓기고 있다는 최초 설정이 곧 이 영화의 장점이다.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사서 서비스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 설정과 액션물이어서 일 테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 스토리가 단순해도 좋다고 이야기되는 액션영화도 '최소한'의 매력적 스토리는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영화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스토리를 고민해보는 차원에서 한 번쯤 봐보기를 권한다.,
OTT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흥미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원하는 플랫폼 사가 많아졌고, 콘텐츠를 감상하는 대중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 "설정의 흥미로움"이 장점으로 작용했을 터. 여러분이 창작자라면 어떤 지점을 고쳤을 때 더 매력적이었을지 고민해볼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한가로운 어느 주말에 과자 한 봉지 뜯어놓고 넷플릭스에서 가볍게 재생 버튼을 눌러보기를 권한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3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3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5
→ 평점: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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