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황세림 OTT 평론가] 오징어 게임, D.P, 마이네임을 거쳐 2022년에도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안나라수마나라, 블랙의 신부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는 가파른 성장세로 세계를 향하고 있다.
오늘 리뷰할 작품은 개인적으로 공개되기 전부터 기대한 작품 '모범가족'이다.
쉬지 않는 연기 천재 정우를 필두로 뮤지컬부터 드라마까지 검증된 연기력 박지연과 매력적인 윤진서, '마이네임'으로 팬들을 대거 양성한 박희순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죽은 자의 돈 때문에 처절하게 얽힌 자들'이라는 메인 포스터 문구는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 낸다 .
힐러, 추리의 여왕, 슈츠, 좋아하면 울리는 까지, 다양한 장르로 실력이 검증된 김진우 PD와 OCN '특수사건 전담반 TEN'을 집필한 이재곤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 줄거리
평범한 가정의 분주한 아침 풍경, 뉴스를 보던 동하(정우 분)는 한 교수의 성추행 혐의 기사를 보고 들고 있던 컵을 깨뜨린다.
은주(윤진서 분)는 남편 동하의 이상한 행동에 무슨 일이냐며 추궁하지만, 동하는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동하를 보던 은주는 이혼 이야기를 꺼내며 당분간 아이들과 친정에 가있겠다고 쏘아붙인다.
애써 마음을 추스른 동하는 곧장 학교로 달려가지만, 아들 현우(석민기 분)의 심장 수술비까지 완전히 날려 먹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차를 세운 채 고민하던 동하의 차를 향해 중형차 한 대가 달려들고 동하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차를 들여다본다.
온통 피로 흥건한 차 내부와 숨이 멎은 두 명의 남자, 경찰에 신고하려던 동하는 뒷좌석의 돈뭉치를 보고 이내 마음을 바꿔 먹는다.
한편, 돈이 사라진 걸 알게 된 조직의 2인자 광철(박희순 분)은 동하가 사는 전원주택 마을까지 찾아들어 오게 된다.
◆ 순박하고 고집 있는 동하와 의문스러운 아내 은주
동하라는 인물은 소심하고, 생각이 많은 성격으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교수직부터 수술비까지 믿을 곳이 아무 데도 없어진 동하는 돈 가방을 보자 완전히 이성을 잃는다.
겁에 질린 채로 증거를 인멸하고 돈을 세탁하기 위해 사방으로 알아본다.
"나쁜 돈이 어딨어, 좋은 데 쓰면 다 좋은 돈이지"라는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동하는 자신의 행동을 상황으로 합리화 한다.
그의 모습은 소시민이 어떠한 심리 과정을 거쳐 범죄까지 도달하는지를 보여준다.
은주는 동하의 우유부단한 성격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매사에 우물쭈물한 동하와 달리 은주는 매번 답을 아는 사람처럼 움직인다.
냉소적이고 침착한 태도를 보이던 은주는 극이 진행되면 새로운 모습으로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현우의 수술비에 손을 댄 동하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이름 모를 남자에겐 친절하고 걱정스러운 연락을 보낸다.
두 캐릭터는 같은 가정, 같은 상황에서 상반되는 입장차를 보이는 주된 캐릭터들이다.
모범가족이 붕괴되는 내적인 과정과 돈을 위해 쫓고 쫓는 외적인 상황을 대비할 때 두 캐릭터의 입장차는 극을 더 흥미롭게 한다.
◆ 창을 통한 연출과 음악, 작품의 흐름
극의 시작과 함께 "전쟁, 질병, 사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돈 때문에 죽는다. 그깟 돈이 뭐라고 죽으면 아무 필요 없는걸"라는 동하의 내레이션은 그가 어떤 선택을 통해 결말로 나아갈지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1화부터 4화까지는 각각의 주요 캐릭터를 설명하고, 주인공 동하의 심적인 불안감으로 이루어진 연출이 많아서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다.
4화 후반부터는 광철과 동하의 만남으로 전반적인 흐름이 한 템포 빨라지며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면서 앞선 지루함을 해소해주지만, 회당 러닝타임을 조금 늘리고 회차를 줄였다면 초반의 아쉬운 점을 보완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김진우 PD의 노련한 색감 조절이나 음악 선정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1회 초반 돈 가방을 챙겨오며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고, 결심을 마친 동하 뒤로 잿빛 하늘과 어우러진 컨트리 음악은 감탄을 자아냈다.
극에 자주 사용되는 컨트리 음악과 배경 색감의 변주는 '모범가족'이라는 작품의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자동차 창문 안을 들여다 보거나, 창문 너머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불길함을 암시할 때 금이가는 창문처럼 작품 전반에 걸친 '창'을 통한 연출이 인상깊었다.
'모범가족' 속에서 '창'의 변주에 주의를 갖는다면 더욱 풍부한 관람이 가능 할 것 같다.
비가 자주 오는 요즘, 해안가 나들이 보다 배우들의 명품연기와 심리스릴러를 함께 갖춘 '모범가족'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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