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뉴스=박유니 OTT 평론가] 필자는 학창 시절 수포자였다.
고등학교를 떠나온 지 어언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수학이라면 좀 기분이 그렇고, 북한이 들어갔는데 휴머니즘이 가미되었다면 영화를 보기 전부터 동공지진이 일어난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피 튀기는 느와르와 화려한 SF, 액션물과 등골 오싹한 호러물 그리고 스릴러를 사랑한다.
"세상을 봐, 이렇게나 아름답잖아" 투의 휴먼드라마 장르에 알레르기적 반응을 일으키고, 특히나 한국형 신파는 참을 수 없어 끝까지 보질 못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이 영화 '이상한 수학자'엔 필자가 싫어하는 '수학', 선택을 주춤하게 하는 '북한'이란 키워드가 다 들어가 있다.
심지어 필자가 절대 피하는 '드라마' 장르이며 더구나 고등학교 배경으로서 예상 가능한 흐름을 가져가는 데도 중도하차 하지 않았다.
이렇듯 이 영화가 전혀 취향이 아닌 필자 같은 사람마저도 마지막까지 보게 하는 힘이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영화' 순위권 내에 이 영화가 계속 랭크되게끔 했을 터.
망한 영화와 이 영화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스포일러를 피하는 선상에서 간단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 영화의 매력 포인트 2가지
첫째, 수학이라는 소재를 영리하게 잘 활용하였다.
상위 1%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탈북자가 사실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이라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FM스타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이며 "인민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탈북자가 천재, 그것도 수학자라니 이것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영화는 이 자사고에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뒤 다른 학생들과의 경제적 차이, 그로 인한 성적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여 방황하던 한지우(김동휘 분)가 이학성과 수학 공부를 하면서 쌓아가는 우정, 갈등, 화해를 따스하게 다룬다.
자칫 탈북자와 겉도는 학생 사이의 그저 그런 브로맨스가 될 뻔했던 영화는 "수학"이 주요 소재로 활용되면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 초반부에 이들이 정말 "수학"을 배우는 것 외에는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아서다.
필자는 "울어라" 식의 신파나 "사람은 원래 따스하다" 식의 영화를 '극혐'하기에 이 영화가 초반부에 선택한 담담한 감정선이 마음에 들었다.
수학을 잘 모르고 수포자였기 때문에 수학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딱히 안 해봤는데 보다 보면 진실로 그러한가... 하는 생각을 잠깐이라도 하게 한다.
둘째, 학생이 아닌 선생이 '천재'라는 발상의 전환이 흥미롭다.
필자는 영화 '굿윌헌팅'을 좋아하는데 거기서는 천재지만 방황하던 학생이 참 스승을 만나서 성장하는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엇나갔던 천재가 스승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는 많았는데 반대로 스승의 위치에 섰던 천재가 누군가를 가르치며 같이 성장하는 이야기는 거의 못 본 듯하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신선했는데 뒤로 갈수록 힘이 다소 빠지긴 했지만 영화는 수학과 주요 인물들을 활용하여 이 재치 있는 설정을 끝까지 잘 끌고 나간다.
허나 '완전 잘 만들었다'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쉬운 지점들이 분명 존재한다.
빛나는 설정과 재밌는 소재, 캐릭터 관계 설정까진 잘 이뤘으나 뒤로 갈수록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랄까... 기시감이 느껴져서 아쉬웠다.
◆ 영화의 아쉬운 포인트 2가지
첫째, 너무도 익숙한 갈등과 오해로 극적인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이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간단하게만 이야기할 테지만, 보통 이러한 성장 서사를 가진 영화에서는 두 인물이 관계를 쌓아가던 와중에 위기에 봉착한다.
둘 사이의 갈등도 있고, 외부적 세력과의 갈등도 보이는데 여기서 선택한 위기와 갈등이 너무도 예상 가능한 형식이었다.
고등학교, 거기다 자사고라는 배경적 특징이 있기에 이렇게 푸는 게 쉬웠을 테지만 다른 방식은 없었을까, 전개 방식과 빌런의 행동양상이 예상 가능하여 아쉬웠다.
둘째, 가족적인 문제 이슈를 꼭 등장시켜야 했을까 아쉽다.
필자가 봤을 때는 이학성이 학문적 자유를 갈망하고 넘어왔으나 그렇지 못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데서 왔던 좌절을 좀 더 보여주면 어떨까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학성이 가진 트라우마를 가족과 연결해서 풀었다.
가족과 연결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식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바로 그래서 감동이나 감정적 여운이 덜하였다.
한 사람의 트라우마를 설명할 때 가족 이슈와 연결하는 것, 자세히는 안 다룰 테지만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로맨스적 요소'를 살짝 가미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뒤로 갈수록 재미가 떨어지다가 가장 감동적이어야 할 절정부에 도달했을 때 이 영화와 필자가 멀어졌던 이유, 바로 이러한 익숙하고도 '빈 지점' 탓이다.
여기까지 봤다면 매력 포인트에 홀렸다가 아쉬운 포인트를 보고 주춤하게 된 이도 있을 테고, 이번 주말에 한 번은 봐볼까 생각하게 된 사람도 있을 테다.
이 영화를 결말까지 다 본 필자는 한 번쯤 보길 권한다.
아쉬운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짝거리는 설정과 재밌는 소재로 자칫 식상해서 초반부터 바로 꺼버렸을지도 모를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한 힘이 분명 있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차마 이야기하지 않은 장점도 있으니 직접 보기를 권한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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